• "편견에 맞설 때 폭력은 멈출 것"
    반기문 UN 사무총장, 한국 '이반스쿨'에 동성애 혐오 우려 메시지 전달
        2013년 04월 30일 12: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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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30일 한국 성소수자학생인권실행팀인 ‘이반스쿨’에 한국의 동성애 혐오에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평등과 관용을 촉구하는 메세지를 보냈다.

    반 사무총장은 유네스코가 펴낸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가제)>책의 한국어 번역판 발간을 앞두고 교사, 행정가, 정책입안자,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등에 책을 추천하기 위해 이같은 메세지를 ‘이반스쿨’에 전달한 것.

    이 메시지에서 반 사무총장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때문에 폭력과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나 있다”며 “심지어 안전해야 마땅할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서 조차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동성애 혐오로 인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개인적으로 저는 이 지독한 인권 침해를 멈추려는 국제적 활동에 신념을 갖고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며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청소년에 대한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에 대해 “세계인권선언에 담겨 있는 ‘양질의 교육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기문

    세계 청소년들과 함께 있는 반기문 총장(사진=유엔 홈페이지)

    앞서 지난 2010년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에서 반 사무총장은 뉴욕에서 “우리가 편견에 맞설 때에야 비로소 폭력은 멈출 것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낼 때에야 비로소 낙인과 차별을 끝날 것”이라고 연설로 성소수자 운동에서 기념비적 연설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메시지는 반 사무총장이 한국 성소수자들을 위해 처음으로 직접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동성애 혐오 분위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반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우리 인류의 가족의 구성원인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모든 청소년을 위해 학교를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자”며 제시하며 이들 모두에 대해 “자유롭고 평등하며, 온전한 존엄성과 관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며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 반기문 총장의 메시지 전문

    유네스코 발간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 (Education Sector Responses to Homophobic Bullying)”의 한국어 번역판 서문 (2013년 4월 30일)

    성적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때문에 폭력과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때문에도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심지어 안전해야 마땅할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서 조차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동성애혐오로 인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지독한 인권침해를 멈추려는 국제적인 활동에 신념을 갖고 앞장서서 이끌고 있습니다. 이 끔찍한 인권침해로 인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LGBT) 등 기존의 성규범에는 들어맞지 않는 학생들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잃게 됩니다. 이는 세계인권선언에 담겨있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 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러지 못했습니다. 좋은 정책과 사례들을 담아 이 책을 펴낸 유네스코(UNESCO)에 제가 감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괴롭힘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정책과 개입방안들이 이미 많은 나라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여러 사례들이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활동의 틀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교육현장을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들에 대해 소중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교사, 행정가, 정책입안자,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그리고 교육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저는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의 심각성에 대해 오랫동안 문제제기를 해 왔습니다. 관용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국가 기관이 오히려 문제의 한 부분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76개 국가에서 아직도 성인인 동성간의 합의된 사적인 관계가 범죄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염려됩니다. 동성애나 비전형적 성별정체성을 범죄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에서도 이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이슈이며, 청소년이나 교육과 관련된 경우 사람들은 더욱 민감하게 느낍니다.

    저의 모국,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성애는 대개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열거된 사례들은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수집된 것으로, 어느 곳에서든지 혁신적이고 문화적으로 적절한 방법을 이용한다면 학교 내에서 또는 학교를 통해서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한 일임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우리 인류 가족의 구성원인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모든 청소년을 위해, 학교를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만듭시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온전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며,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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