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본도 없는 새끼들'의 근본?
        2012년 06월 05일 09: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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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건너 신의주가 보이는 광경(이상엽)

    꽤 오래전인 2000년 초반, 중국 단둥의 압록강변에 섰다. 탈북자가 심심찮게 강을 넘어 한국으로 몰려들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 강 너머 신의주를 바라보며, 탈북자들을 미국의 쿠바난민처럼 정부의 어두운 권력이 배후 조종하는 꼴도 보기 싫지만 내 나라 못살겠다고 집을 떠나는 난민들에게서 동정을 거둘 수 없었다.

    탈주 난민에 대한 기존의 시각은 배신자 또는 변절자다. 조국과 민족을 버린 자들이다. 아프리카 투치족과 후투족은 타자가 그어놓은 경계를 지표로 삼아 죽고 죽였다. 탈주한 난민이 돌아오면 배신자 변절자로 또 죽였다. 베트남전으로 보트피플이 되어 해외로 떠났던 이들이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개방개혁과 돈이라는 사면증이 필요했다. 중심에서 변방을 보면 그들은 “근본도 없는 새끼들”이지만 변방에서 중심을 보면 무능하고 억압하는 권력에 대한 디아스포라의 눈이 된다.

    ‘통일의 꽃’이 젊은 탈북자이자 학교 후배에게 퍼부은 “근본도 없는 변절자 새끼들”은 술기운을 빈 진심인가? 북의 중심 권력 입장에서 탈북자들은 배신자 변절자일 것이다. 그것을 한국의 국회의원인 임수경이 그대로 술자리에서 옮긴다. 변방에 대한 경멸적인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는 진정 디아스포라를 향하는 박애의 심장을 가진 좌파들인가?

    필자소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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