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여남성' 넘치는 성비불균형 사회
    [책소개] 『남성과잉사회』(마라 비슨달 / 현암사)
        2013년 04월 27일 09: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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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뉴스 검색창에서 ‘성비 불균형’을 검색해보면, 국내 취재 기사부터 외신 보도까지 여러 페이지가 검색된다. 그리고 헤드라인들만 살펴도 “…심각”, “…답보”, “…울상”, “…대책 시급” 등이 흔하게 읽힌다. 해당 지역 역시 전 세계 각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성비 불균형’이 벌써 인류가 처한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문제의 폭탄’은 아직까지 대개 ‘시한폭탄’으로만 취급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구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들과 각국의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하면 해결될 사안으로 가벼이 치부돼왔다.

    미국 출신 저널리스트인 마라 비슨달의 『남성 과잉 사회Unnatural Selection』는 전 세계적으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져온 원인 진단부터 도래할 위기들에 대한 전망까지 종횡무진 추적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권 전문 기자 출신답게, 성비 불균형 문제가 극심한 한국, 중국, 인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등에서 현장 취재와 인물 인터뷰, 통계 자료 분석 등을 다각도로 활용해 탄탄한 논리로 ‘상식을 뒤흔드는’ 책을 완성했다.

    남자의 종말? 남성의 수가 ‘부자연스럽게’ 많은 인류

    인간의 자연 출생 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105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105라는 숫자로 표현되는 이 출생 성비는 107, 108로만 올라가도 성비 불균형이 우려되는 수준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저자가 조사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출생 성비는 벌써 1980년대에 한국, 타이완, 싱가포르의 일부 지역이 109를 넘어 섰고, 인도는 112, 중국은 120에 이르렀다.

    남성과잉사회

    저자가 조사한 지역 중 한 곳인 중국의 도시 롄윈강에서 5세 이하 아동 성비는 무려 여아 100명당 남아 163명으로 나타났다. 장시 성 이춘에서는 4세 이하 아동의 남성 출생 성비가 137, 광시좡족자치구 팡청강에서는 153, 후베이 성 톈먼에서는 176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인구통계학자인 크리스토프 길모토는 2005년에 다음과 같은 연구를 발표했다. 아시아에서 과거 몇십 년 동안 자연 출생 성비인 100 대 105가 유지되었다면 1억 6,300만 명의 여성이 더 살고 있을 것으로 산출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날카로운 논점을 암시하는 결과였다. 미국의 전체 여성 인구수마저 초과하는 인구수인 ‘1억 6,300만 명’의 여성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워져버린’ 소녀들의 진실

    출생 성비가 불균형해진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다름 아니라 경제 발전이었다. 그리고 의료기술의 발전이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밝히면, 아시아에서만 1억 6천만 명이 넘는 잠재적인 여성과 소녀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초음파와 낙태의 조합이었다.

    첨단 의료 산업이 시장을 찾아 아시아 무대에 진출하고, 나아진 생활수준 덕분에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아시아인들은 아들을 골라 낳기 위해 초음파와 낙태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들이 이면에 작동하고 있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을 무대로 성 감별과 낙태가 이른바 ‘유행’으로 퍼진 배경에는 서구 강대국 단체들에서 제공한 수백만 달러의 자금과 함께 수천 명의 현장 요원, 수많은 이동 진료소의 지원이 있었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일들의 배경에는 뿌리 깊은 오판과 더불어 잘못된 정책들, 윤리를 망각하고 이익만 우선시한 산업계의 이기심들이 있었다.

    1968년대 말에 출간된 폴 에를리히의 『인구 폭탄』은 출간 당시부터 가히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말았다. 이 책은 당장 전 세계적 차원에서 인구 증가를 억제시켜야만 한다는 위기감을 최고조로 올려놓았다.

    이러한 붐에 결정적으로 힘입어 ‘인구 조절 운동’이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되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성 감별 낙태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만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비윤리적 일들이 만연했고, 게다가 오류로 가득한 정책이 남발되면서 사회의 안정성조차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이었지만, 인구 조절 프로젝트는 중단되지 않았다. 오히려 성 감별 낙태 기술을 팔아먹으려는 관련 업계들의 사악한 상술에도 힘입어서 더욱 활개 치는 사태로 치달았다.

    『남성 과잉 사회』는 지금의 체감을 넘어 미래 세대에 더욱 크나큰 재앙으로 드리워지고 말, 태아 성별 선택의 문제점과 영향들을 한달음에 파헤쳐나간다.

    *결혼 못하는 남자, 인신매매, 신부 구매, 성폭력, 테스토스테론 사회…

    ‘여성 없는 사회’로 인해 닥칠 위협들

    남성의 인구가 여성을 훨씬 초과하는 사회가 낳을 위협들은 무엇인가. 이 지점에서, 그 누구보다 무방비로 각종 폭력에 노출되고 있는 것은 ‘지워지는 여아들’이다. 앞서 밝힌 대로 이들의 수는 아시아에서만도 1억 6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지금, 이들이 사라진 세상은 어떤가.

    이 책은 정상 성비에서 초과된 남성들, 즉 ‘잉여 남성’들로 인해 발생할 사회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가장 광역적으로 벌어질 사태는, 배우자와 만나지 못하는 잉여 남성들과 그들을 대상으로 활성화될 부적절한 거래들이다. 벌써 여성을 인신매매하는 범죄와 만연한 ‘신부 구매’ 문제는 심각한 현상이 되고 있다.

    책이 소개하는 통계에 따르면, 2003년 타이완에서는 전체 결혼 중 3분의 1이 현지인과 외국인 배우자의 결합이었고 그중 대다수가 현지 남성과 외국인 여성으로 이루어진 부부였다.

    한국에는 정부에 등록된 국제결혼 대행사가 천 개를 넘어섰으며, 2008년 한국에서 외국인과의 결혼은 전체 결혼 중 거의 11퍼센트를 차지했다.

    특히나, 이 비율은 시골 지역에서 더 높았는데 그해에 결혼한 한국의 농민과 어민 중 40퍼센트가 외국인과 결혼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아시아 남성과 가난한 이웃 나라 여성의 결혼이 매우 흔해진 것으로, 2005년 국내 개봉된 〈나의 결혼 원정기〉같은 영화의 에피소드들이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닌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전망도 있다. 남성 과잉 사회인 경우, ‘테스토스테론 과잉 사회’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기본적으로 남녀 모두 가지고 있는 호르몬이지만, 특히 남성에게서 훨씬 다량으로 분비되면서 태아에게 남성적 특성을 부여하는 작용도 한다. 한 인간의 몸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과다할 때의 증상은 잦은 흥분 상태와, 반달리즘, 공격성, 모험심, 기본적인 규범 위배 등의 반사회적 행동의 증가이다.

    그런데 이는 사회의 성비와도 연관되는 것으로, 남성 수가 과다한 사회는 마치 폭력범들의 교도소 분위기와 같이 공격성과 폭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들은 벌써 그저 예견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현실로 닥치고 있는 현상들이다.

    세계 인구학계가 주목한 사례, 한국의 ‘출생 성비 정상 회복’…하지만 ‘속임수 현상’일뿐

    한국은 인구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런 반증으로, 이 책에서는 여러 한국 취재원들의 인터뷰가 등장하며, 근현대에 걸쳐 조사된 우리 사회의 여러 통계 자료들이 분석되고 있다.

    2007년, 전 세계 인구학계와 인구계획기구들이 일제히 한국을 주목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은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적인 출생 성비를 기록하면서, 이전에 성비 불균형이 나타났다가 성별 선택 낙태를 일소한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로 보고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즉각 한국의 성공을 해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그 무렵 학자들은 부부들이 딸을 낳게 하는 방법을 몇 년 동안 연구하고 있었다. 이때 불가능을 성취한 듯 보이는 국가의 실제 사례가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유용할지 모르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문을 작성했으며 인터뷰를 진행시켰다.

    결국 2009년에는, 인구통계학자 모니카 다스 굽타가 자신의 논문을 통해, 한국은 경제 발전과 새로운 성 인지적 정책 공세가 공조하여 성차별적인 가치를 약화시켰기 때문에 한국의 출생 성비가 균형을 이루었다는 요지의 결론을 발표했다.

    또한 “도시화의 진전과 교육 확대가 남아 선호 사상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구조와 가치를 약화시켰고 사회규범의 변화가 국민들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남아 선호 사상의 약화를 급격하게 진행시켰다”라고 평하고, 마침내 “아시아에서 ‘사라진 소녀’ 현상의 초기 단계 전환이 나타나는 듯 보인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마라 비슨달은 한국에서의 현장 취재와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이를 반박한다. 한국의 인구 문제는 결코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출생 성비가 정상으로 기록된 것은, 여아를 선택적으로 낙태하는 문제가 해소된 덕분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 자체가 극히 버거워지면서 아예 아기를 안 낳기로 하거나 성별에 관계없이 ‘딱 하나’만 낳고 마는 가정이 대다수가 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 책이 꾸준히 지적하는 여러 인구문제들에서 한국이 여전히 답보 상태로 머물고 있다는 결론으로써, 인구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우리나라가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지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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