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딩과 기억력
[메모리딩의 힘 14]단기기억과 장기기억 그리고 작업기억
    2013년 04월 26일 05: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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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주씨의 [메모리딩의 힘]은 다음회 15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오승주씨의 책 [책읽기 책](이야기나무)의 내용을 본인과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5웚부터 연재할 예정이다. 오승주씨와 출판사에 감사 드린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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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IIIIII

이집트, 수메르, 엘람, 바빌로니아, 페니키아, 그리스, 마야, 아스텍 문명 초기의 숫자 표기다. 이 방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왜 그랬을까? 인간이 이 숫자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표기법(로마자)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I II III

IV V VI VII VIII

Ⅸ X XI XII XIII

로마의 숫자를 보면 3단위로 숫자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3은 Ⅲ이라고 표시하지만 4는 Ⅳ, 9는 Ⅸ라고 표시한다. 이러한 역사적 증거를 토대로 수학자들은 인간이 수를 직접적으로 인지하는 능력이 4를 넘어서지 못한다고 결론내렸다.

이것은 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특징과 한계를 설명해준다. 현대 기억력의 아버지로 불리는 심리학자 헤르만 예빙하우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학습을 마친 후 20분이 지나면 42퍼센트를 잊어버리고, 1시간 후에는 절반이 넘는 55퍼센트, 1일 후에는 66퍼센트, 2일 후에는 72퍼센트, 6일이 지나면 74퍼센트,31일이 지나면 79퍼센트를 잊어버린다.

아이가 유독 머리가 나빠서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원래 뇌는 잘 잊는다. 그것은 순간 순간마다 새로운 기억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뇌는 기억의 삶과 죽음의 반복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기억이 변한다는 거다.

유년 시절 놀이공원의 사진에다가 일부러 풍선을 든 피에로를 조작해서 넣었다. 그리고 묻는다.

오승주-11

“생각해봐. 정말 그때 피에로가 있었어?”

실험 대상자들 대부분은 그런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고,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한 사람도 집에서 생각을 해보고나서 자신이 잘못 기억했으며 그 사진이 맞다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7~80%의 사람들이 삐에로가 있었다고 대답했고, 그 나머지 사람들도 나중에 전화를 걸어 와 “처음에는 삐에로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있는 게 맞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메모리딩 독서놀이를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잊어버리거나 기억이 바뀌는 모습은 자주 보게 된다. <엄마 사용법>을 읽은 경희 역시, 메모리딩 노트에 ‘현수엄마는 지금쯤 죽었을 것 같아.’라고 쓰고 엄마에게 “봐봐 책에 나왔잖아.”라고 했지만, 엄마가 죽는 부분을 찾을 수 가 없어서 “아니 안 나온다.”라고 쓰기도 했다.

중요한 정보를 자꾸 잊어버리면 속상하다. 또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다르게 알고 있다면 화가 날 수도 있다. 감정이 상한다는 것은 이미 목적의식을 은연중에 깔고 있다는 말이다. 정말 중요하거나 충격적인 경험이 아닌 정보들은 잊어버리는 게 자연스럽다.

뇌도 사람처럼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고 생각하면 뇌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잊어버리는 것은 다른 것이 태어나면서 죽는 것이고, 변화한다는 것도 강물처럼 뇌의 기억이 흘러가는 것이다.

뇌란 정체돼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해 가는 지도와 같다는 말도 있다. 이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현상이다. 메모리딩은 메모라는 방식을 통해 기억을 붙들 뿐만 아니라 뇌 자극을 활발히 할 수 있다. 책과 메모가 있으면 메모를 보면서 독서활동을 잘 할 수 있다.

자장면과 작업기억

연구자들에 따르면 기억에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있고 그 사이에 작업기억이 있다고 한다.

예컨대 02-757-8288이라는 자장면집이 있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중국집 전화번호를 모르기 때문에 아이에게 “냉장고에서 중국집 스티커 줘봐”라고 말한다. 그런데 기다리던 자장면은 1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다. 화가 난 엄마는 아이에게 “냉장고에서 스티커 줘봐”라고 해서 다시 전화를 한다. 이 때 사용되는 기억은 단기기억이다.

그런데 몇 번 자장면을 시켜 먹다 보니 기억에 남는다. 이제는 스티커를 보지 않고도 바로 시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사용되는 기억은 장기기억이다.

엄마는 중국집 전화번호를 기억하기 위해서 다른 말을 만들어 보았다. 8288이라는 중국집 전화번호를 “빨리 배달해서 팔팔 끊는 상태로 먹을 수 있는 집”으로 바꿔서 기억했다. 이 때 사용된 기억은 작업기억이다.

작업기억은 숫자를 뒤집거나 변형시키는 것이다. 아이가 논술문을 쓰거나 수학 문제를 풀거나 할 때, 문제의 방식을 바꾸거나 약간 뒤집거나 살짝 변형시켰을 때 아이는 당황해하며 문제 해결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아이들이 사고해야 하는 문제(수학이나 서술형 논술 등)를 암기해서 푼다. 이런 경우 질문의 방식을“왜 그랬을까요?”에서“왜 그렇지 않았을까요?”로 바꿔버리면 막혀 버린다.

학습능력 중에서 작업기억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뀐 질문에 맞게 사고를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작업기억이 어느 정도 채워져 있어야 한다.

메모리딩 독서놀이 프로그램은 작업기억을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한데,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단계와 놀이를 두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하였다.

예컨대 어떤 구절이 좋아? 표정이 어떻게 바뀌었어? 하는 질문을 접한 아이는 책의 내용을 떠올리거나 책을 뒤적거리며 작업기억을 활발하게 사용한다. 만약 책이 재미없다고 말한다면 작업기억이 정지한 상태에서 책을 보았기 때문이다.

예2) 코미디 프로의 작업기억 :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앞 코너에서 나왔던 장면이나 유행어가, 코너가 끝난 후에 생각지도 못했던 때 연결이 되면서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청중들이 웃을 수 있는 까닭은 작업기억이 작동했기 때문

작업기억은 일상에서도 자주 활용된다. 예컨대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봐도 앞의 코너(예컨대 ‘아빠와 아들’)이 뒤의 코너(예컨대 ‘감수성’)에 나오는 것도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이 앞의 부분을 알기 때문에 작업기억을 자극시킨 것이다.

강의를 하거나 발표를 할 때는 준비된 강의안이나 발표문을 기계처럼 읽거나 그대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단기기억만 활용한 것이다. 내용을 암기해서 강의하더라도 장기기억까지만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작업기억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발표(강의)를 하면서 뺄 건 빼고 덧붙일 것은 덧붙이거나 추임새를 넣는 방식으로 피드백에 반응해야 한다.

메모리딩과 앞쪽 뇌(전두엽)

학습능력에서 작업기억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전두엽(앞쪽 뇌) 자극이다. 앞쪽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야 아이의 사고력과 학습능력이 향상된다.

책을 읽을 때는 주로 기억을 담당하는 뒤쪽 뇌(후두엽)으로 정보가 모이는데, 읽었던 내용을 다시 읽거나 이야기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독서의 내용을 끄집어내야만 앞쪽 뇌가 자극된다. 특히 메모리딩의 쓰기 활동이 앞쪽뇌를 자극시킨다. 쓰기라고 하더라도 베껴쓰기나 베껴스기나 다름 없는 제안서, 보고서 등은 앞쪽 뇌에 자극이 별로 안 된다. 글자 몇 개 바꿔서 제출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계획하고 기억하면서 쓰는 전자메일 쓰기, 자서전 쓰기, 일기 쓰기, 논설문 쓰기, 논문 쓰기, 영어로 에세이 쓰기, 유서 써보기 등은 앞쪽 뇌 훈련에 도움이 많이 된다.

가장 큰 자극이 되는 것은 창작을 할 때다. 비평가들이 창작을 하기 어려운 까닭은 창작하는 두뇌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훈련이기 때문에 작가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써서 습작하기 훈련을 하면 앞쪽 뇌 자극이 많이 된다.

메모리딩 독서놀이에서 소개한 마지막 놀이“우리가족 독서신문 놀이”는 앞쪽 뇌를 자극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두고 있다.

신문 구경하고, 아이템 계획 세우고, 취재하고, 칭찬하기 등은 뇌 중에서도 창작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창작행위 중에서도 위대한 경험에 해당한다. 위대한 경험을 한 팀의 일원으로서 느끼는 뿌듯함. 이순신 장군의 명랑해전에 참여하는 병사들은 오합지졸일 수 있지만, 위대한 승리를 거둔 병사로서의 자부심이 있다.

뇌는 끊임없이 조정되고 변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경험을 했느냐이다. 경험을 중심으로 접합부위가 연결되고, 연결되면서 스파크가 일어난다. 경험으로 인한 정보의 자극과 시냅스의 연결이 실질적으로 뇌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생애 첫 10년 동안, 아이의 뇌는 신경접합부가 되기 위해 아동의 초기 경험은 주로 삶의 최초 5년 동안 일어나고, 이때의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남아 있게 될 궁극적인 뇌의 배선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초 5년이 중요하다는 유명한 말은 바로 이런 의미다.

메모리딩 독서놀이 프로그램은 6~9세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만5세 이후지만 뇌가 가장 유연한 시기이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집중적으로 작업기억과 앞쪽 뇌를 자극시키면 아이가 학년이 올라가거나 성인이 되었을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필자소개
오승주
제 꿈은 어린이도서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땅도 파고 집도 짓고,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채소도 키우면서 책을 읽혀주고 싶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 함께 하고 아이와 함께 아파하며 아이가 세상의 일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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