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진보당 논평의 수학적 접근
    [에정칼럼] 점의 정치, 지렛대의 운동이 필요하다
        2013년 04월 26일 10: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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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할 때, 문제를 야기한 장본인들과 같은 식으로 생각해서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_ 알버트 아인슈타인

    현재 녹색․진보정당은 어디에 발을 딛고 서 있고, 누구와 함께, 어떤 꿈을 꾸며, 어디를 향해 가려하고 있는가? 당 내부의 핵심 활동가들은 어느 정도 합의와 정리가 돼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울림이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좀 더 솔직하게는 안개 속에서 아우성치며 길을 잃고 우왕좌왕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답답한 상황일수록, 현재의 상황을 객관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최근 몇 년간 분열과 통합, 그리고 다시 분열의 과정에서 총선과 대선을 치렀고, 진보진영과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급속히 낮아졌다. 지지율이 낮아진 것 자체를 분석해 원인과 해법을 찾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책상머리의 붕붕 떠다는 공허함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지금 이 순간 녹색․진보정당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존재의의를 스스로와 지지자들에게 어떻게 호소하고 있는지를 객관화해 보는 작업을 통해 시사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단순한 호기심에서 지난 1년 동안 녹색․진보 4개 정당이 발표한 논평과 성명서를 국회 상임위에 따라 분류해 보았다.

    물론, 중앙당의 논평과 성명서로 그 당의 정체성을 단정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주된 관심사와 정치활동의 일정한 경향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녹색․진보당의 관심사는 정치․노동․환경 순

    녹색․진보당이 지난 1년 동안 발표한 성명과 논평은 총 1,052건으로 하루 평균 2.9개를 발표한 셈이다.

    통합진보당이 452개로 가장 많았고, 녹색당이 114개로 가장 적었다. 진보정의당은 265개였지만, 지난해 9월 창당준비위 시기부터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적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중앙당에서 발표한 것만 집계한 것으로,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혹은 지역당에서 발표한 것은 제외한 수치이다.

    녹색․진보당이 지난 1년 동안 발표한 논평과 성명서를 분류해 보니, 녹색당을 제외한 진보 3당의 주요 관심분야는 정치일반, 환경노동, 법제사법 등으로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집권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제일 많았고, 비정규직문제 등 노동문제, 그리고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하는 논평이 주를 이뤘다. 대선도 있었고, MB정부의 실정과 사법적 사건이 워낙 많았다는 점에서 일견 예상된 결론일 수 도 있겠다. 반면, 녹색당은 에너지, 환경, 국제 이슈를 주요하게 다뤘다.

    논평-1

    [표] 녹색․진보 정당의 분야별 논평․성명 건수 (2012년 4월 20일~2013년 4월 19일)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녹색당은 탈핵관련 논평이 21건(18.4%)으로 가장 많았고, 환경 13건(11.4%), 남북관계 8건(7%)순이었다. 전체 발표 논평건수는 적었지만, 녹색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반면, 경제․산업․금융․과학․통신 분야의 논평이 없었다는 점이 특징적인데, 이는 녹색가치와 먹고 사는 문제의 연결고리가 취약함을 시사한다.

    진보신당은 노동관련 논평이 31건(14%)으로 가장 많았고, 비리 특권층의 사법처리와 진보진영 탄압중단을 촉구하는 논평 27건(12.2%),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대한 논평 26건(11.8%) 순이었다. 특징적인 것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논평이 18건(8.2%)으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 점인데, 이는 진보신당이 상당한 에너지를 진보통합 반대에 소모한 것을 보여준다.

    진보정의당은 이명박근혜에 대한 논평이 85개(32.1%)로 가장 많았고, 노동관련 논평 33건(12.5%), 엄정한 사법집행 촉구 논평 26건(9.8%) 순이었다. 특징적인 것은 박근혜 인수위와 인사와 관련한 논평이 31건(11.7%)으로 매우 많았다는 점과 탈핵관련 논평이 전무했다는 점이다.

    물론 진보정의당 소속 산자위 위원이 탈핵관련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적어도 중앙당 차원의 연계․지원이 취약하다는 인상을 준다.

    통합진보당은 이명박근혜 관련 논평이 127건(28.1%)으로 가장 많았고, 노동관련 논평 51건(11.3%), 엄정한 사법집행 촉구 논평 25건(5.5%) 순이었다. 특징적인 것은 자당에 대한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논평이 16건(3.5%)이었는데, 대부분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와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관련한 자당의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방어적 논평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점과 지렛대의 정치운동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녹색당을 제외한 진보 3당의 관심영역은 비슷한 경향성을 보였다. 차별성이 없으니 합치라는 답 없음이 뻔한 결론을 성급히 내리기 보다는, 오히려 진보정당의 현주소는 대중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나, 노동 이슈에 집중해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금융과 과학통신 관련 논평이 각각 2건(0.2%), 농림축산 8건(0.8%)에 불과했다는 점은 녹색․진보정당이 정치적으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복지관련 논평이 38건(3.6%)에 불과했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진보정당이 선도적으로 제기해 온 영역조차 보수․자유정당에게 자리를 뺏기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준다. 한편, 한반도 이슈를 넘어 국제적 문제와 관련한 논평은 10건(1%)에 불과했다. 복지와 지구촌 문제에 예민하지 못한 좌파정당은 형용모순 아닐까?

    또 다른 한 측면에서는 진보정당 활동의 매너리즘이 살짝 엿보인다. 과거 민주노동당에 얽매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녹색․진보정당들은 서로 표현은 다르지만, ‘자본주의의 모순과 위기를 넘어 새로운 체제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강령 수준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이던, 혹은 긍정적 의미에서건 현실은 속칭 등대정당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 등대의 크기와 높이를 키우는 것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등대를 어디에 세워, 어디를 밝힐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제안컨대, 비정규직․노동 문제를 넘어 정치적으로 대변돼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진보정치의 영역으로 끌어 들이는 공세적 전략이 필요하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노동자들도 공장 밖으로 나가면 일상의 시민이다.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평화․인권․환경․문화 등 다양한 가치를 정치적으로 제대로 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녹색․진보정당이 스스로 권력을 잡아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도 의미 있겠지만, 세상을 바꾸는 하나의 점, 하나의 지렛대가 되는 것이 당초 녹색․진보정당 운동을 고민했던 초심은 아니었을까?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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