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 방송'과 '노조'의 지역연대
    [나의 현장] 일터의 노동자와 삶터인 지역주민은 하나
        2013년 04월 25일 01: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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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난 희망연대노동조합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2011년 희망연대노동조합에서 사회연대사업을 지역 단체들과 기획하여 진행하고 싶다고 사무실에 찾아 왔었다.

    한창 지역 네트워크가 태동하고 있을 때였고 이러저러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을 때여서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반가웠다. 심지어 노동조합에서 지역과 함께 하는 사업을 고민하여 제안한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었다.

    그해 희망연대노조 간부 수련회에 참여하여 지역연대 사업을 태동시켰던 그이들의 선언을 가슴 떨리게 기억한다. ‘노동조합,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지역사회로 뛰어라!’ 라는 선언은 우리나라 노동조합 운동사에 또 다른 획을 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한다는 자부심마저 들었다.

    이 아름다운 ‘연대’의 선언이 모든 노동조합과 단체들에 확산되어 자본과의 싸움에서 연대만이 살길임을 증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은 희망연대노조

    사진은 희망연대노조

    사업장의 주체는 노동자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은 대체로 지역에 기반하기보다 기부 및 봉사, 교육 및 장학, 음악회, 공연과 같은 문화행사 개최, 스포츠 이벤트 개최 등의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노동자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한 자본은 이윤창출의 주인공인 노동자는 뒤로 한 채 자신들의 이름으로 선심을 쓰듯이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연대노조 C&M지부가 단체협약을 통하여 사회공헌사업기금의 일부를 노동조합의 사회연대기금으로 조성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이윤 창출의 주인공인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만들어낸 자본 이윤을 사업장의 주체가 되어 꼭 필요한 곳에 나누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사회공헌사업이 아닌 ‘사회연대사업’이라 부른다. 사회연대사업 기금을 단체협약사항으로 넣은 것부터 노동의 가치 인정과 진정한 사업장 주체로서의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실천으로서의 연대 만들기

    지역 풀뿌리 단체 가운데 노동조합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활동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았기에 노동조합과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지역의 문을 먼저 두드려 왔다. 최근에 C&M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지부가 출범을 하면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C&M 차만 봐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운전하는 노동자를 바라보며 ‘저 분은 조합원일까? 아닐까?’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란다. 이렇게 깊숙이 함께 동네에 살고 있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잘 확인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이들이 모두 남 같지 않고 동지라는 생각에 그이들의 노동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특히나 희망연대노조의 사회연대사업을 통해 청소년들을 만나 노동인권을 얘기하고 있는 입장에서 더욱 더 외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렇듯 서로의 실천 가운데 만들어진 연대야말로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터, 지역의 변화

    성북은 작년에 인권조례를 공포하고, 올해 성북구 주민인권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인권선언단을 모집하는데 인권교육강사 양성과정에 함께 했던 희망연대노조 조합원을 추천하였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성북구의 주민인권선언을 바라보고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주문하였다. 사회연대사업을 통해서 성북의 주민인권선언이 노동인권 감수성으로 보완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내가 선 자리를 바꾸는 것부터 사회를 바꾸는 것은 시작된다.

    희망연대노조의 사회연대사업을 통해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 부모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조합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활동가들이 노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깨기 시작했다.

    지역의 다른 노동조합들에게 희망연대노동조합의 지역 연대 사례를 얘기하고 있다. 이제 성북 어느 곳에서나 희망연대노조의 국제연대사업인 ‘네팔 아이들에게 희망을’ 저금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조금씩 지역은 더불어 함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지역연대를 통해 변화해

    희망연대 사회연대사업을 통해 강동에서는 조합원들과 함께 텃밭 가꾸기와 집수리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성북에서는 청소년인권캠프와 진로교육에 조합원들이 함께해 노동인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인권교육강사 양성과정에도 함께 한다.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텃밭을 가꾸고, 집수리를 하며 지역을 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는 자리가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인권캠프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진행하며 요즘 청소년들의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동인권교육을 전혀 진행하고 있지 않은 학교의 실태를 생각했을 때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노동인권교육은 큰 의미가 있다.

    인권공부모임에서 ‘성소수자’나 다른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생각이 많아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 사회연대사업에 함께한 조합원들의 성장과 변화 또한 분명히 있었으리라 생각하며 많은 조합원들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지역 안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케이블 방송의 역할

    2011년 9월 주민참여예산제의 의무시행에 따라 전국의 거의 모든 시,군,구가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외국 사례 가운데 케이블TV 방송의 역할에서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미국 뉴햄프셔주 런던데리에서는 지역 케이블 방송국에서 마을 주민이라면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취미생활부터 시작해서 자영업 광고, 드라마와 영화제작까지 오로지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한다.

    사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선거철이면 정치적 발언들까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방송 내용에 관하여 제한이 없는 매우 자유로운 방송국이다. 방송에 대해 문외한인 마을 주민들이라고 할지라도, 기획부터 방송장비를 다루는 방법까지 모두 무상으로 교육을 해준다.

    물론 1987년 케이블 방송국의 기지국이 만들어질 때 마을 주민들이 필요한 모든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이 케이블 TV의 채널 몇 개와 마을 자체 방송국 운영비를 지원받는 방식의 프렌차이즈 계약을 맺었고,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방송국을 운영해오고 있어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이기는 상당히 어려운 조건이긴 하다.

    하지만 지역 케이블방송국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공재라는 인식으로 접근을 하면 지역 소식만 다루더라도 꽤 높은 시청율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런던데리에서 주민들이 지역케이블 방송국을 활용하여 주민참여사업을 제안하며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주민참여제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지역케이블방송국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

    현재 시청자제작 콘텐츠가 분량이나 비용에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일 수 있겠으나 지역의 케이블방송국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시청자제작 콘텐츠를 상당수 늘리고 형식적인 시청자위원회가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청자위원회를 구성하여 권역의 지역민과 밀착한 컨텐츠를 함께 고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케이블 TV야말로 시청자위원회가 제 기능을 했을 때 통신방송국이나 IPTV와 구분되는 지역공동체 안에 케이블 방송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연대노조가 사업장의 담벼락을 넘어 지역과 하나가 되어 가고 있듯이 지역 케이블TV는 자본을 넘어 지역 공동체와 함께 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케이블 TV의 정체성을 살리고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인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

    필자소개
    '시민모임 즐거운 교육상상'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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