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험작업의 외주화
    그리고 하청노동자들의 연쇄사망
    계속되는 가스 폭발, 유독물질 누출사고의 원인과 대책
        2013년 04월 25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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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구미, 청주, 울산, 여수 등의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대형 공장들에서 폭발과 유독물질 누출 등의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013년에는 4월 현재까지 언론에 크게 보도된 유해물질 누출사고만 14건에 달한다. 연속적인 사고의 원인으로는 위험작업의 외주화, 기업들의 안전불감증과 늑장 대응,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솜방망이 처벌 등이 지목되고 있다.

    화성 삼성, 여수 대림… 끝없이 이어지는 사고 소식들, 원인은?

    지난 1월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공장에서는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불산 용액이 누출되며 경보기가 울렸지만, 삼성전자 측은 누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막고 바로 옆 라인에서 조업을 계속했다.

    삼성전자에 불산을 공급하는 협력사 STI서비스 노동자 5명이 밸브 개스킷의 누수를 확인하고 교체 작업에 투입되었다. 당시 그 라인은 1729시간 무정지 라인이었고, 누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라인을 정지하지 않고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인 채 수리작업이 강행 되었다.

    이후 2차 누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작업 중이던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하였고, 4명이 부상 당했다. 경기도청이 누출 여부를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사고 사실이 파악 되었다.

    1차 누출 이후 27시간 만에, 하청노동자의 사망 이후 2시간 만에 누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뿐만 아니라 공장 주변의 시민들도 27시간 넘게 불산 가스에 노출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1934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으며, 이 중 712건에 대해서는 사업주를 형사입건, 143건에 대해서는 총 2억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3월에는 전남 여수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했고, 11명이 부상 당했다.

    이 사고는 하청노동자가 고밀도 폴리에틸렌의 중간제품인 분말상태를 저장하는 사일로의 내부검사를 위해 보강판 용접작업을 하던 중 잔류 분진에 가연성 가스가 형성돼 폭발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 측이 사일로 내부의 폴리에틸렌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노동자들을 투입, 작업을 강행한 것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상 노동자 17명 가운데 15명이 재하청업체가 모집한 초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림산업의 하청업체로부터 재하청으로 일감을 받은 업체가 모집한 노동자여서, 현장 상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채 위험한 작업 현장에 투입됐다고 한다.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대림산업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건수가 1002건에 달했고, 고용노동부는 8억4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한편, 대림산업 전무인 여수공장장 등 대림산업 임직원 9명과 하청업체 대표와 직원은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대림산업 대표이사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업체에 대한 위험전가

    화성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나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산업현장에서의 다단계 하청 구조이고, 하청 업체에게 위험이 전가되고 있는 점이다.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하청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화학물질 정보 제공 및 안전교육, 보호구 지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이 발주처와 원청 책임으로 명확히 되어 있지 않다.

    원청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관리에 소홀히 하거나 안전 의무를 협력사에 넘겨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 16개가 있고, 이러한 환경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원청과 하청이 동일한 책임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취급하는 유해물질 농도에 따라 원청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어 삼성전자 불산 사고는 법적으로 삼성에게 책임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퇴사한 노동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공정과 관계가 있는 모든 일은 무조건 삼성전자에 보고해야 하고, 사건 사고가 있거나, 위험한 공간에서 작업한다면 무조건 삼성 쪽에 보고하고 승인받게 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 보상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대기업들 대부분이 공기 단축이나 경비 절감에만 관심을 둔 채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고 있다.

    이윤 확대를 위해 하청노동자를 사용하더라도 시간과 장소에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원청이 사고 발생의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원청들은 하청 노동자 개인의 과실로 몰아가거나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부실이 원인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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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산업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것에는 허술한 법 체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사망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만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하청노동자가 숨지면 하청사업주만 책임을 지게 된다. 대형사고는 원청이 공동책임을 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낮은 수준의 벌금을 무는 데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석유화학업계의 정비보수는 발주처로부터 최저가 낙찰을 받은 업체가 하도급을 주고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장시간 노동과 무리한 작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하청업체에게 무사고는 다음 계약을 위한 필수 사항이고, 중대사고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산재는 은폐된다.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의 경우 공기단축을 위해 유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도 않은 채로 재하청노동자들이 투입되었고, 계약 첫날부터 밤 10시까지 야간노동을 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산업단지에서 연장근무는 ‘관행’으로 여겨지는데, 사측에서는 야근을 해서라도 공사기간을 단축하면 가동시기를 앞당길 수 있고, 인건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임금의 하청 노동자는 평균 일하는 날이 연간 절반도 되지 않다보니 일감이 있을 때 위험이 따르는 야간근무를 마다할 수 없는 형편이고, 빨리 작업을 끝내고 다른 사업장에 가서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관행’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이런 모순적인 고용구조에도 불구하고 공기 단축에는 서로의 이해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 사이의 뿌리깊은 안전불감증과 늑장 대응

    기업들의 안전불감증과 늑장 대응도 연속적인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지난 3월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에서 발생한 염소 누출사고는 배관 교체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염소가 1ℓ가량 누출되었고, 현장 노동자 4명이 병원 진료를 보았다.

    배관 교체작업은 밸브를 잠그고 해야 하지만 당시 이 같은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사고 발생 직후 염소 누출사실을 경찰이나 소방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사내 노동자 100명이 긴급 대피하는 과정에서 한 노동자가 소방서에 이를 신고하면서 사고 발생 4시간 후에서야 외부에 알려졌다.

    이 사건 발생 6일 후 같은 공장에서 인화성액체인 피아르(PR·감광액)를 담은 유리병(3.8ℓ)이 깨지면서 피아르액 1ℓ가 창고 밖으로 새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이닉스 측은 감광액이 유해물질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감광액의 유해성과 관련해 서울대 조사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측의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조사결과에서는 벤젠이 검출된 바 있고, 감광액은 제4류 인화성액체(석유류)로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위험물질이다. 2번째 사고의 경우도 SK하이닉스가 소방당국에 신고하기 까지 40여분이나 소요되었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LG실트론 2공장에서는 3월 2일에 이어 22일에 또다시 불산이 혼합된 혼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일에 발생한 사고에서는 사고 후 16시간, 22일에는 사고 후 6시간이 지나서야 당국에 신고를 하였다. 누출된 불산에 직접 노출된 현장 노동자들에게 건강검진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의 경우는 1월에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공장에서 불산 누출사고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3일 뒤에 용인 삼성전자 공장에서 이소프로필알콜 누출사고가 있었다.

    삼성 불산

    사진 출처는 다산인권센터

    또한 4월에는 울산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에서 정전으로 다이메틸아민 유출이 있었고, 바람을 타고 날아가 인근 삼산동 주민들이 악취를 호소하면서 사고가 알려졌다. 5일 뒤엔 같은 공장에서 염소가스 4㎏가량이 약 50분간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50분간 누출된 이유는 삼성정밀화학이 아닌 인근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면 경찰과 시청에 신고를 한 시각이 초기 누출 후 50분이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정밀화학 전해공장에서 연속해서 발생한 2건의 누출 사고들은 삼성전자가 불산 누출 사고로 5명의 사상자를 낸 후 ‘종합 안전 대책’을 내놓은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발생하였다.

    최근 이어진 사고 중 상당수가 시민들의 신고에 의해 뒤늦게 알려졌다. 대형 공장 등 업체 측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사고가 아니라면, 안전사고를 숨기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고, 실제 사고가 난 이후에도 노동자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기업들의 안전교육 및 사고발생 시 즉시 신고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유해물질이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물질들이 심각하게 유해하지는 않다며, 누출은 되었지만 아주 극소량이라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누출사고가 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고, 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노동자의 안전을 제1의 원칙으로 하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혀 재발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솜방망이 처벌

    삼성 불산사고와 대림 폭발사고의 특별 감독결과 수천건의 위법사항이 적발되었다. 위법사항이 이 정도의 규모로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산업안전 관리·감독은 형식적이고 소홀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기업의 각종 규제를 완화했으며, 산업안전도 기업의 자율적 관리를 강조했다. 2011년 전국의 산재보험법 적용 대상 사업장은 173만 여곳에 달하지만 산업안전감독관은 270명에 불과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13종의 유해물질이 포함된 유해·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하도급 금지 유해물질 13종이 결정된 이후 유해물질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회의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고 최근 문제가 된 불산 등도 여전히 유해물질 대상에 빠져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실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주들의 솜방망이 처벌이 되풀이되면서, 기업들이 안전은 뒷전으로 미뤘다가 사고가 나면 몇 푼의 벌금으로 때우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분석에 의하면,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중대 재해 2290건의 사업주 처분은 벌금형이 57.2%, 혐의 없음 13.8%, 기소유예 11.1%, 공소권 없음 2.6%, 각하·선고유예 1.8%였다. 징역형은 2.7%에 그쳤고 그나마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영국·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 등은 사망사고가 나면 회사 책임자를 살인에 준하는 범죄로 엄벌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기업 살인 특별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사용자 책임지도록 원하청 구조 문제 해결해야

    적지 않은 대기업들이 불산 등 위험·유해물질 관리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해당 업체와 관련된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지난해 정부는 건설업·제조업 위주로 돼 있던 원청의 안전교육과 안전관리 의무를 전 업종으로 확대하여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하지만 원청의 하청노동자 교육 책임만 확대한 것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하청업체의 경우 원청업체와 업무연계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원청업체의 눈치를 보는 탓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

    따라서 안전보건 및 산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파견법에서처럼 원청이 지도록 해야 한다. 사업주가 법망을 피해 가기 위한 방편으로 사내하청, 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구조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안전보건 및 산재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원청에서 지도록 하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하청노동자들의 교육과 안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사고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윤 극대화를 위한 기업들의 전략에 있다. 자본에게는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이기 때문에, 안전보건 및 산재 책임 방기와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며 살인적인 원하청 관계를 강요, 유지하고 있다. 이런 자본의 행태에 대해 정부는 관리감독은커녕 법률적 규제 완화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가 확산되고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용자의 책임이 은폐된다면 대형사고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제도적인 규제의 고삐를 강력하게 부여잡아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자의 건강을 갉아먹고 있는 원하청 구조 자체를 타파하기 위한 노동운동의 강화와 연대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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