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총리의 망언 등
    노골화되는 일본의 우경화 행보
        2013년 04월 24일 0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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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침략 정의 불확실” 운운

    아베 일본 총리는 23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면서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미 아베 총리는 22일 참의원 답변에서도 “아베 내각이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교과서 검정에서의 ‘근린제국 (배려) 조항’ 수정의 첨병 역할을 하는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도 ‘식민지 시혜론’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등 아베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동조하고 있다.

    앞서 일본 초당파 의원연맹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등 국회의원 168명이 야스쿠니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에 맞춰 야스쿠니를 참배했고 이는 예년의 30~80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이며, 기록 확인이 가능한 1989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이다. 아베 총리는 공물을 봉납했으며,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도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한국, 중국의 비판에 대해 아소 등은 “야스쿠니 참배는 매년 해 온 일”이라면서 “새삼스럽게 이야기될 일은 아니다”고 강변했는데, 과거 민주당 내각 시절에는 각료의 공식 참배를 자제한 바 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모습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모습

    한국 정부, “역사 인식 심히 우려” 등 비판

    외교부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 의미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근본적으로 아베 내각의 역사 인식을 의심케 하는 발언으로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주요 각료와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서는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이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 범죄자들이 합사된 곳이자 전쟁을 미화하는 시설”이라면서 일본 정치권의 집단 참배를 비판했으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26~27일 방일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노선 노골화

    일본은 무라야마 담화에서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시기에 국가정책을 그르치고 전쟁의 길로 나아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국가들, 특히 아시아 제국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반성 입장을 공식 피력했다.

    이에 비해 아베는 지난 2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우리나라가 과거 많은 국가들, 특히 아시아제국 사람들에게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인식에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과 같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는 무라야마 담화 중에서 ‘국가 정책을 그르치고 침략을 했다’는 부분만 쏙 빼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침략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것이다.

    아베 내각 발족 초기만 하더라도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안전운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국과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피하고 강경한 보수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참의원 선거에서도 다수파를 장악한 후 헌법 개정 등 본격적 보수행보를 하리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통화완화 정책 등 ‘아베노믹스’ 성공으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자 생각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기본적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중의원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하고, 우익 신생정당인 일본유신회가 의석을 크게 늘려 일본 정치권의 보수색이 매우 짙어진 상황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경우도 노다 내각 이후에는 자민당과 별 차별성이 없었으나 기본적으로는 한-중 등 근린 국가와의 우호를 상대적으로 강조하는데,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노골적 우경화를 제어할 힘이 많이 약해졌다 할 수 있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승리하면, 아베 총리는 헌법 96조 등을 개정함으로써 국회의 2/3 찬성이 필요한 헌법 개정 요건을 완화해 평화헌법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9조까지 개정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의 국가주의적 경쟁과 갈등 심화, 한-일 군사협력 등 경계해야

    이러한 일본의 우경화는 한국, 중국 등의 반발을 낳을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분출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국가주의적 경쟁과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런 일본에 대응해 어떤 대일 정책,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책을 추진해나갈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치밀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의 과거사 부정 등 우경화에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확실히 대처하면서도 일본 위협을 빌미로 한 국내에서의 국가주의의 분출과 핵무장이나 군비강화 등 미래가 없는 악순환의 정책 역시 확실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국가주의적 경향이 서로를 자극하면서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베 내각이 지금 무리하고 있지만, 공명당과 연립을 하고 있기에 평화헌법 9조의 개정까지는 어려울지, 아니면 중국은 물론 미국 등과의 갈등마저 무릅쓰고 일본유신회와 연합해 전전과 같은 국가로 폭주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면밀한 주시가 필요하다.

    다른 한편, 일본의 우경화는 북한의 핵무력 병진 노선 및 정전체제 무력화에 의한 평화협정 체결 공세와 한-미의 군사적 맞대응 등에 따른 최근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와 맞물려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길항관계를 가지면서 서로를 제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군사협력이 전자의 문제들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되었던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 움직임 등 북한-중국 위협론을 앞세운 한-미-일 군부 등 정부 간의 야합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이 역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전향적 관계를 중시하고 현재 미-중도 북한 문제를 두고 일정한 협력을 보이고 있으므로 당장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이 가시화되지 않고 장기화되고 중-일 간에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면, 군사적 측면에서 갈등 요소가 커지고 있는 미-중 관계도 긴장이 높아질 수 있고 이것이 다시 부메랑이 되어 한-일 군사협력이 가시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 침략 역사를 부정하면서 다른 국가처럼 정식 군대를 보유하는 일본, 전후 일본 정책과는 다르다는 측면에서 새롭지만 전전(戰前-패전 이전의 제국주의 체제)으로 퇴화하는 일본이 결합하면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전쟁과 침략, 식민으로 점철되었던 19세기말과 20세기 전반의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우파가 노리는 것이 당시의 군사적 영광인지 모르겠으나, 1945년 일본의 패망은 단지 미국 등 해양 세력과의 우호 관계가 악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동아시아 근린 국가들에 대한 침략의 필연적 결과라는 역사적 교훈을 망각한 것이다.

    일본 시민들도 우파의 퇴행적 역사 인식과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단지 헌법9조 개정에 반대하는 것에서 나아가 보다 현명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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