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리커챵 체제의 완성
    '지도소조'에서 상하이방 배제돼
    [중국과 중국인] 실질적 권한 행사하는 '지도소조'의 구성 현황
        2013년 04월 24일 10: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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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초에 진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를 통해 지난 해 11월 18차 당 대회에서 선출된 정치국 상무위원 및 일부 정치국원들에 대한 각종 공식적인 권력기구(전인대, 국무원 등)에의 배치와 더불어 최근 당 중앙의 영도(领导-지도)소조와 정법위 재편성 등을 통해 당의 주요 기구에 대한 인적 배치가 마무리 되었는데, 18차 당 대회에서의 정치국 상무위원 인선결과에 이어 또 한 번의 반전이 이어졌다.

    쟝쩌민의 명분 대 후진타오와 시진핑의 실리(實利)

    홍콩에서 발행되는 한 잡지에 의하면, 3월 중순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당의 중요 정책을 실질적으로 결정하게 될 5개 주요 지도소조의 책임자가 결정되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되었던 샹하이방의 인물들이 주요 지도소조의 구성에서 거의 배제되었다.

     

    시진핑 소조회의

    중앙 과학적발전관 심입학습실천활동 지도소조 회의 자료사진(사진=중국인민일보)

    정치국 상무위원 및 정치국원들은 공식적인 당과 국가의 직책을 담당하고 있지만, 당내 각종 조직 및 기구의 제한적 직무 수행 그리고 당과 정부의 이중적 구조로 인한 정책집행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국 내부에 부문과 직능을 뛰어넘어 권한을 행사하는 각종 지도소조를 설립해 정책을 집행해 왔는데, 최근 5대 핵심 소조의 인원 구성이 완료되었다.

    이 다섯 개의 핵심소조는 정치, 경제, 군사 분야의 중요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중앙 중요정책 결정 지도소조(中共中央重大决策、决定工作领导小组), 국가가 비상사태에 처했을 때 당-정-군의 최고 권력을 행사할 중앙 비상시기 지도소조(中共中央非常时期工作领导小组), 군사와 국방 분야의 대권을 행사할 중앙군사, 국방업무 지도소조(中共中央军事、国防工作领导小组), 경제 및 금융 분야의 중요 정책을 결정할 중앙 경제정책 지도소조(中共中央经济领导小组) 그리고 중국의 대외정책을 주관할 중앙 외사업무 지도소조(中共中央外事工作领导小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평상시에 중국의 정치와 경제, 군사, 외교정책 등을 결정하는 소조와 비상 시기에 모든 권력을 장악하게 될 소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소조의 책임자와 주요 구성원을 살펴보면 소위 쟝쩌민 계열로 알려진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실질적인 권력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국 상무위원인 정협(政协)위원장 위정셩(俞正声)과 역시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당교(中共中央党校) 교장 및 중앙문명위원회(中央文明委) 주임을 겸임하고 있는 리우윈샨(刘云山)이 5대 핵심 지도소조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위원장인 장더쟝(张德江)은 2개 소조에서, 제1부총리인 장까오리(张高丽)는 겨우 한 개 소조에서 다수로 구성된 부조장 중의 1인으로 선출되었다.

    반대로 총리인 리커챵은 대외문제를 담당하는 소조에서만 이름이 빠졌을 뿐 경제정책결정 소조의 조장 외에 3개 소조의 부조장을 겸임하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군대에 대한 발언권을 갖지 못했던 국무원 총리는 2010년 제정된 “중화인민공화국 국방동원법”(中华人民共和国国防动员法)을 통해 군대에 대한 발언권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이번에 총리 리커챵이 군사업무 지도소조의 부조장에 임명되면서 당직자로서는 총서기만이 갖고 있던 군에 대한 발언권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정치국 상무위원 진출에 실패한 후 실권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국가부주석에 임명된 공청단 계열의 리유엔차오(李源潮)가 경제 분야를 제외한 4개 핵심 소조의 부조장 또는 실무 책임자에 임명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그는 총리 리커챵과 함께 자신의 경력과 전혀 연관이 없는 군사업무 지도소조에서도 부조장에 임명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시진핑과 리커챵 다음 가는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중앙정법위의 재구성이다. 중앙정법위 서기는 2012년 말 개최된 18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막강했던 권한이 급격하게 축소되었으며,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앙정법위가 갖고 있던 군대와 무장경찰을 동원할 수 있는 권리도 박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적 구성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는데, 중국의 대학에서 법학(法学) 과정이 가장 먼저 설립된 법학 교육의 명문 시난정법대학(西南政法大学)에서 법학을 전공한 전 후난(湖南)성 서기 조우챵(周强)이 한국의 대법원 격인 최고인민법원(最高人民法院)의 원장으로 임명되었다.

    이로써 역시 법학을 전공한 대검찰청(最高人民检察院)장 차오진엔밍(曹建明)과 함께 중국에서 처음으로 법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한 두 사법기구의 수장에 임명되면서 사법체계의 합리적인 발전과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사법권 행사에 대한 불신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말 개최된 18차 당 대회에서 중앙서기처 서기에 임명된 양징(杨晶)을 국무원 비서장으로 임명하고, 이번에 국무원 부비서장 왕용칭(汪永清)을 중앙정법위 비서장에 임명한 것은 당과 정부의 이원적 체계 운영에서 나타나는 불협화음을 제거하기 위한 중공 지도부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당과 정부의 효율적인 협력을 위한 당-정 업무의 결합을 위한 조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급격한 개혁에 대해 우려하는 당 원로들의 지원으로 장쩌민 계열의 인물들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구성에서 다수를 점했지만, 이후 진행된 당의 실무적 배치를 통해 정치적 후원 세력이 폭넓지 않은 시진핑과 당과 정부의 요직에 다수의 인재를 보유한 공청단 계열이 협력해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이런 상황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동시에 이원적인 당-정 권력구조에서 발생했던 불협화음을 제거하면서 유기적 협력을 위한 구조적인 조정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직면한 대내외적인 상황 역시 중국지도부의 이러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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