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의 심장부에서 보내온
    1퍼센트의 경제학 비판
    [책소개] 『위기의 경제학』(신희영/ 이매진)
        2013년 04월 21일 09: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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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창조 경제와 1퍼센트의 경제학

    최저 임금도 못 버는 빈곤층 676만 명, 가계 부채 1000조 원, 하우스 푸어 150만 가구의 시대. 유럽 재정 위기 그 자체를 보여주듯 심한 진폭의 그래프를 그리는 유로화.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긴축 반대 시위. 2013년,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위기를 보여주는 풍경이다.

    2006년 시작된 미국발 경제 위기는 전세계를 역병처럼 휩쓸 기세고, 우리는 여전히 흔들리는 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우리는 어떻게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는 책 하나가 도착했다. 《위기의 경제학 – 경제 위기의 시대에 다시 읽는 현대 경제 사상》은 경제 위기를 둘러싼 많은 질문에 답하려고 비판 경제학이라는 카드를 꺼내든다.

    지은이 신희영은 미국발 경제 위기의 전개 과정을 구체적으로 추적하는 동시에 리스트, 마르크스, 케인스, 민스키와 칼레츠키의 논의를 소개하면서, 주류 경제학이 만든 지금의 경제 위기에 비판 경제학이 어떤 함의를 지닐 수 있는지 짚어보고 있다. 위기의 경제학은 경제학의 위기를 해결해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탁월한 금융 위기 분석서인 동시에 때맞춰 도착한 비주류 경제학 이론서다.

    비판 경제학에서 찾는 경제 위기의 대안

    1부에서는 미국의 주택 시장과 금융 시장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지, 미 연방 정부의 금융 시장 규제책들이 어떻게 지금 같은 금융 위기와 경제 위기를 불러왔는지 살펴본다.

    위기의 경제학

    2장에서 미국 금융 위기가 어떤 국면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악화했는지, 그리고 각 국면마다 미국의 금융과 재정 정책 당국자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이 대응책들이 동아시아 외환 위기 국면에서 국제통화기금이 강요한 정책들과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분석한다.

    3장에서는 미 연준의 예외적 유동성 정책을 기존의 주요 금융 이론을 통해 분석한다. 밀과 리카도로 대변되는 고전적 통화주의에서 시작해 빅셀과 케인스의 통화 이론, 프리드먼의 현대판 통화주의 이론과 합리적 기대 가설 옹호자들의 문제의식, 테일러류의 금융 정책 규칙 등에 관한 최근의 논의를 살펴보고, 이 이론들을 바탕으로 현재의 금융 위기 국면에서 미 연준이 취한 다양한 정책의 의미와 한계를 평가하고 있다.

    4장에서는 미국의 금융 위기가 불러온 남유럽의 재정 위기를 살펴본다. 주택 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시작된 미국 금융 위기가 어떻게 유로존의 재정 위기로 번져나갔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로존 내부의 채권국 정부들이 어떻게 잘못된 대응을 해 사태가 악화했는지를 추적한다.

    2부에서는 현대 경제 사상사의 발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살펴본다. 현대 경제학의 역사, 흐름, 동향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5장에 이어, 6장에서 다루는 경제학자는 ‘유치산업 보호론’으로 잘 알려져 있는 프리드리히 리스트다. 리스트가 보편주의적 자유 무역에 관해 어떻게 비판했는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리스트의 산업 정책론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현대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운영 원리에 걸맞게 어떻게 재조정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7장의 주인공은 언제나 논란의 여지가 많은 칼 마르크스다. 마르크스가 남긴 주요 정치경제학 저작에 담긴 사회주의 경제에 관한 진술들을 재구성해 마르크스가 ‘과학적 사회주의’라고 부른 경제 체제를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다양한 시장 사회주의 개혁의 실패를 넘어 ‘실현 가능한 사회주의’론을 재구성할 경로를 모색한다.

    8장에서는 마르크스와 함께 현대 경제 사상의 역사에 획을 그은 사상가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다룬다. 먼저 케인스의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 이론》의 핵심 주장을 살펴보고, 신고전파 경제학의 기본 공리와 가설을 신랄하게 비판한 케인스의 주장이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야기하는 많은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지 살펴본다.

    9장에서는 케인스의 경기 순환에 관한 문제의식을 급진적으로 확대하고 발전시키려 한 저명한 포스트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경제 사상을 살펴본다. 민스키의 케인스 재해석 작업을 분석하고, 이 논의가 동아시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서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금융 부문의 비대화와 금융화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어떤 시사점을 제공하는지 알아본다.

    10장의 주인공은 미하우 칼레츠키다. 칼레츠키가 단기 거시 경제 모형을 통해 소득 분배 이론을 정초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개방 경제 체제 아래의 소득 분배론이 한국 경제의 문제들을 해명하고 해결하는 데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지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11장에서는 지금까지 소개한 경제학자들의 문제 의식이 현재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는 데 어떤 함의를 갖는지 논의한다. 재벌 체제를 개혁하고 경제 민주화를 달성할 방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다양한 논쟁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대안적인 논의를 제시하고 있다.

    경제 사상사의 비판적 재구성을 위해

    세계적인 차원의 위기 국면에서 한국 경제는 과연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까? 세계 경제 위기의 파고 속에서 ‘경제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 《위기의 경제학》은 이런 질문들을 해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배적인 사회 현실과 구조 안에 어떤 문제들이 숨어 있는지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그 문제들을 자각하는 일이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 위기라는 현실을 통해 경제학을 다시 바라보고, 비판 경제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현실 경제를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한 작업일 것이다.

    《위기의 경제학》이 다루는 경제 사상들은 그동안 미국식 주류 경제학에서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러나 비판 경제학은 현재의 금융 주도 자본주의의 동학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던져줄 수 있다. 또한 경제 사상사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한국 사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분석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달빛에 빛나는 조약돌이 돼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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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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