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도 서평도 아닌, 너는 누구냐
[책소개] 『나는 읽는다』(문정우/ 시사IN북)
    2013년 04월 21일 09: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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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도 아닌 것이 서평 같지도 않고.

보기 드문 형식의 글을 묶은 책이 나왔다. 저자의 경험과 세계관, 그리고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글의 뼈대를 이룬다는 점에서는 칼럼에 가깝다. 하지만 글에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온기를 불어넣는 것은 오로지 책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서평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이 책의 제목은 <나는 읽는다>, 시사IN북이 펴냈다. 저자는 <시사IN> 초대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29년차 현역인 문정우 기자이다. ‘편집국장의 편지’로 독자의 사랑을 받은 필자는 그동안 <시사IN>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독서여행’ ‘독서본능’이란 글을 3년 넘게 연재해왔는데 이 책은 그 글들을 묶은 것이다.

저자는 ‘책은 기묘한 물건이다. 찾아가기도 하지만 제 발로 찾아오기도 한다. 여기 소개한 책들은 마치 생명이 있는 것처럼 내게 달려와 말을 걸었고 그래서 한편 한편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현장 기자 시절 주로 사회부와 정치부에서 일했다. 당연히 서평을 써본 일이 없다. 학교 때도 독서감상문 한 편 제대로 완성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창으로서 책만한 물건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덧 현장에서 가슴속에 의문이 떠오를 때마다 책을 찾아 대화하고 해답을 구하는 버릇이 붙었다.

그 과정을 글로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것이 어느덧 3년을 훌쩍 넘기게 됐다. 저자는 가슴 속 물음표 하나하나에 책들은 달려와 주석을 달았고, 거기에 현장 취재 경험이 보태져 한 편 한 편의 글이 완성돼갔다고 회고한다. 그렇게 칼럼도 아니고 서평도 아닌 글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저자가 그동안 써온 글은 200자 원고지로 2000장이 넘는다. 온라인에 썼던 글은 50장 안팎으로 길고, 오프라인에 쓴 글은 20장 남짓으로 짧다. 이번에 책으로 펴내면서 불필요한 부분은 덜어내고 모자란 부분은 꼼꼼하게 보강했다. 시간순 배열을 해체해 주제별로 상실(자본주의), 뒤틀림(역사), 인간, 행성(과학) 네 분야로 글을 나누었다. 길고 짧은 글을 교차로 배치해 같은 분량의 글을 계속 읽는 지루함을 덜려고 힘썼다.

나는 읽는다

기성 서평에 익숙한 독자에게 이 책은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낯설음을 상쇄하고도 남을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책을 소개하려고 이 책을 쓰지 않았다. 기존 출판계와는 안면이 없다. 이른바 출판 권력의 언저리에도 가보지 못한 인물이다.

오직 스스로 생각하기에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기에 적당한 책이라고 생각되는 것만을 골랐다. 그래서 저자는 그의 글이 독자의 이해에 근접하는 데 성공했다고 믿는다. 오랜 동안 훈련받은 기자답게 그의 글은 현학과는 거리가 멀다. 간결하고 쉬우며 속도감이 있다. 경제든 과학이든 복잡한 사안을 단순하게 풀어서 설명할 줄 안다.

이 책에는 모두 100여 편의 책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저자는 요즘 같은 지식 폭발의 시대를 살면서 신간을 외면한다면 세상의 변화를 결코 읽어낼 수 없다고 믿는다. 그 때문에 저자는 이것만 안다면 책 한권을 읽은 것이나 매한가지라고 생각되는 지식과 정보의 정수를 빠뜨리지 않고 소개하려고 기를 썼다. 새로운 사실과 새삼스런 깨달음에 목마른 독자라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들었든 젊었든 지적 호기심을 꺼뜨리지 않고 사는 모든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책장을 덮고, 내 세계는 변했다

책들은 내 마음속 물음표에 피와 살을 보태주었다. 취재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글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잡다하게 어울리던 물음과 대답은 레고 블록처럼 제자리를 찾아가 한 편 한 편의 글이 돼갔다.

길게는 평생을, 짧아도 몇 년간 하나의 주제를 붙들고 고심한 위대하거나 집요한 작가들과의 대화는 숨 막혔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을 때면 그 무언의 대화가 내 귓속으로 파고드는 온갖 잡음을 차단했다. 그들이 내게 던진 물음에 진정을 담아 내 생각은 이렇다고 답할 수 있어 뿌듯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본 것밖에는 없다고 한 뉴턴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삶은 남을 통해 완성된다는 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을 이해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글을 쓰면서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영생을 누리는 일은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생명은 고인 물이 아니라 큰 흐름이고 누구의 것도 아니고 서로 보태가는 과정일 따름이라고 이해했다.

그래서 이 책을 내가 썼다고 우길 생각도 없다. 다만 이 책을 쓰는 데 기꺼이 내게 달려와준 많은 작가들이 독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충실하게 전했기만을 바란다. 다행히 그동안 살면서 소홀했던 경제나 과학 분야의 책도 비교적 열심히 읽어 상실(경제), 뒤틀림(역사), 인간, 행성(과학) 등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네 가지 분야로 글을 고루 배분할 수 있어 안도했다.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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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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