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시의 황당한 '노조 알레르기'
    [현장기고] 사측 노무사도 자빠지는 몰상식의 극치...'강성사용자'가 유행인가?
        2013년 04월 18일 05: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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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왜 노조를 만들었나?

    천안시에는 예술단이 있다. 국악관현악단, 합창단, 교향악단. 흥타령풍물단, 무용단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천안시립예술단’이 그것이다. 약 200여명이 속해 있다.

    여기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6월 25일의 일이다. 천안시가 문화재단을 만드는 등 민간법인화 움직임이 있자 이에 불안감을 느낀 시립합창단원들이 중심이 되었다. 그 때부터 온갖 비상식적인 일들이 진행된다.

    “시립합창단 노조 결성 ‘배불러서…?” “시립합창단 노조 결성 ‘요구안이 너무 해’” “시립예술단 존폐로 불똥 튈까?” 등언론이라고 하기조차 민망한 왜곡기사가 이어졌다. 물론 뒤에는 천안시가 있었다.

    단협을 시작하면서 노조가 제출한 요구안만을 가지고 트집을 잡았다. 이 기사를 쓴 사람은 이후 노조가 단협안을 대폭 축소한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갖가지 비상식적인 일이 반복되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천안시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찬찬히 한번 들여다보자. 너무 많지만 서너가지만 보자.

    “노조 만들었다고 공연은 없다?”

    노조 결성 직후 7월 5일 확정되어 있던 반딧불 연주의 전면 취소에 이어 7월 7일 천안박물관 주최 “문화야 놀자” 프로그램 중 시립합창단 연주만 전면 중단되었다. 매년 해오던 광복절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9월 3일 진행된 천안시 예술의 전당 개관식에도 합창단만 배제 되었다. 심지어는 예술단 송년음악회도 마찬가지였다.

    통계를 한번 보자. 노조 결성전인 2011년에는 57회의 공연을 했고, 2012년에도 노조를 만들기 직전인 6월25일 전까지 27회를 했다. 통상적으로 본다면 50회 이상의 공연을 한 셈이다. 그러나 노조를 만든 이후에는 단 5회만 공연을 했다. 올해도 4월16일 현재까지 단 2번만 공연을 했다. 이게 상식적인 이야기일까?

    심지어는 다른 예술단원들을 동원, 천안시립예술단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 냈다. 현재 합창단만 있는데 예술단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없음을 대내외에 자랑한 셈이다. 당연히 기각되었다. 2012년 11월 9일의 일이다.

    천안시측 노무사들도 나자빠지게 만든 몰상식

    충남노동위원회에서 노조 분리신청을 받아들여 2012년 8월 30일부터 첫 교섭이 시작된다. 천안시를 대표해 교섭에 나온 계장은 교섭진행을 2주에 1회 하는 것에 합의하더니 3주 1회로 번복하자는 언사를 거리낌 없이 하기도 했다. 결국 3차부터 노무사들에게 위임을 해 그나마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해졌다.

    유성기업 1인시위에 함께 하고 있는 천안시립예술단노조 조합원들(사진=이근원)

    유성기업 1인시위에 함께 하고 있는 천안시립예술단노조 조합원들(사진=이근원)

    노조는 질질 끄는 교섭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단체협약 조항을 122개에서 49개로 대폭 축소했다. 그러나 천안시는 자신들이 교섭을 위임한 노무사들의 얘기조차 듣지 않았고, 결국 교섭권을 위임받은 노무사들조차 12월 11일 사임하고 만다.

    하긴 노조 사무실 제공, 법이 정한 time-off에 의한 활동조차도 보장이 어렵다는 천안시의 태도에 노무사들로서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사적조정도 나몰라라

    이런 상황에서도 노조는 참고 또 참았다. 올해 1월 22일 11차 교섭 후 노조는 교섭결렬 선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상식적인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주 드문 경우인 ‘사적 조정’을 받아보기로 했다.

    사적 조정이란 노조법 42조에 의한 것으로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하는 공적(公的)조정과 마찬가지 효력을 가지지만 문자 그대로 노사가 동의하여 사적(私的)으로 받는 조정을 말한다. 위임을 받는 노무사도 처음 하는 것이라 했고, 노조에서도 처음 해 보는 사적 조정이었다. 보통의 경우 지방노동위원회로 넘겨 조정을 받고, 결렬되면 투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천안시에 거주하는 상식적인 사람들의 판단을 들어보자고 한 것이다. 천안시는 정태하 변호사에게, 노조는 김민호 노무사에게 조정을 위임했다. 법을 잘 아는 사람들끼리 조정을 해 보라는 의미였다.

    결과로 핵심적인 두가지 사안에 대해서만 먼저 조정이 이루어진다.

    첫째는 민간법인화 문제로 “예술단을 분할, 합병, 양도, 법인화 할 경우”로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는 노조의 동의,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는 각 예술단체의 과반수 동의로 했다. 단 단원의 과반수가 조합원인 시립합창단의 경우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는 것으로 했다. 여기에는 노사 양측이 동의를 했다.

    두 번째는 “근무시간의 경우”였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 약 20여년 동안 예술단의 특성상 3시 경에 모두 퇴근을 했다. 그러나 노조를 만들자 조례를 핑계로 5시 퇴근을 강요했다. 천안시립예술단 단원 복무규정에는 “근무시간과 관련 단장이 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조례를 들고 나왔다. 사적조정위원들은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자.”는 중재안을 냈다. 사실상 강제규정이 없는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하자는 얘기로 노조 입장에서는 곤란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수용, 천안시는 거부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합원은 2시간 더 대기하라

    현재 천안시립합창단원들은 오후 5시까지 꼬박 근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연습실이 없다는 것이다. 성대 자체가 악기인 합창단원들이 매시간 노래를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합창 후에 개인별로 연습실이 있어야 5시까지 근무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최소한 절반 정도가 쉬더라도 절반이 연습할 수 있어야 상식 아닐까? 그러나 연습실이라고는 달랑 3곳뿐이다. 같이 합창을 맞춰 본 이후에 개인연습을 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이전에는 공연이 끝나면 바로 퇴근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돌아와야 한다. 와서는 특별히 연습할 공간도 없는 곳에서 5시까지 대기해야 한다. 왜 이럴까? 노조를 만들었다고 그에 대한 보복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저희가 그전에는 유기적으로 탄력적으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보통 3시 정도면 다 퇴근 했습니다. 그런데 노조가 설립되고 나서 우리도 원칙적으로 해야 되겠다 해서 원칙적으로 하고.. 그걸 버티지 못하고 해서 지금 교향악단이라든가 합창단이라든가 국악단 여러 단체들이 지금 퇴직을 하고 있는 이유가 그런 문제가 주원인이 되고 있다.”

    2012년 11월 23일 윤경섭 문화관광과장이 천안시의회에 출석하여 한 발언이다. 보복성으로 퇴근시간을 늦췄고, 이에 따라 예술단원들이 퇴직하고 있다는 진술이다.

    더 심한 문제는 예술단 전체를 그렇게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천안시는 조례를 내밀고 있지만 조사를 해 보니 합창단을 제외한 다른 예술단은 5시 이전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무용단 등에서는 5시까지 퇴근을 강요하자 그만두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그만큼 심하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을 접하더니 각 예술단의 사무실이 서로 떨어져 있어 몇 시에 퇴근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 합창단만 퇴근시간을 감시하는 꼴이다.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다.

    다른 예술단들의 경우

    이쯤 해서는 다른 시/도 예술단들의 근무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얘기하는 것이 억지가 아니라 정말 누구 보더라도 ‘상식’적인 것이라면 말이다.

    우리가 조사한 것에 따르면 부천, 광주, 대전, 부산, 서울, 수원, 안산 등 대부분의 합창단이 오후 1시에 연습을 종료한다. 늦어도 3시면 모두 종료한다. 20여년동안 천안시립합창단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다.

    특별하게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있을 경우에는 이 시간을 넘어 충분히 연습한다. 부천과 대전, 성남, 안산, 원주, 대구, 청주, 포항의 경우는 아예 조례에 의해 오후 3시로 근무시간을 못 박기도 했다. 이 경우에도 단장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일반인이 보기엔 근무시간이 턱없이 짧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술이라는 특성, 노래를 하기 위해 성대라는 악기를 쓰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이 노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천안시가 보이고 있는 태도는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든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혐의가 매우 강하다.

    여전히 노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 성무용 천안시장이 새누리당이라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갈등의 주범, 강성 사용자인 천안시

    결국 참다못한 노조는 지난 4월 16일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면서 그동안 누적된 각종 부당노동행위와 임금체불에 대해 고소와 진정도 동시에 진행했다.

    노조로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공은 충남지방노동위원회로 넘어갔다. 물론 지금까지 천안시가 보인 태도로 미루어 짐작컨대 지노위의 조정조차 거부할 공산이 크다. 그러면 남는 것은 갈등뿐이다.

    기자회견- 낭독자 김규헌 지회장

    기자회견 낭독 중인 김규헌 천안시립예술단노조 지회장(사진=이근원)

    아무리 천안시를 이해하고 싶어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노조가 원하는 것은 시장이 입만 열면 구두로 약속하는 민간법인화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근거한 분할, 합병, 양도의 경우 노조 합의, 근무시간에 대한 원위치, 그리고 노조사무실 제공 등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이미 천안시 청소노동자들의 노조에 대한 단협과 유사한 내용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시는 요지부동이다. 결국 요새 유행대로 ‘강성사용자’의 흉내를 내고 싶어 한다.

    “노조의 요구가 예술단의 공공성을 뛰어넘어 단원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사항이 많은 데다 예산확보와 관례조례 등의 문제로 받아드리기가 힘들다.” 기자회견 후 천안시 관계자가 밝힌 내용이다. 천안시는 자신들이 갈등을 부풀리면서 예술의 공공성을 말하고 있다. 노조의 기자회견문은 다음과 같이 맺고 있다.

    “천안시민의 문화적 갈망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예술이 천안시민의 삶을 윤택하고, 풍부하게 하는데 조금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문화적 소양과 지식도 하나 없이 기계처럼, 소모품처럼 대하는 태도로는 그 누구도 창의적이고, 감동적인 예술을 펼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예술적 기량이 천안시민에게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약속드립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 무엇이 상식일까? 천안시에서만큼은 몰상식이 상식이라는 것일까?

    필자소개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전두환을 만나 인생이 바뀜. 원래는 학교 선생이 소망이었음. 학생운동 이후 용접공으로 안산 반월공단, 서울, 부천, 울산 등에서 노동운동을 함. 당운동으로는 민중당 및 한국사회주의노동당을 경험함. 울산을 마지막으로 운동을 정리할 뻔 하다가 다행히 노동조합운동과 접목. 현재의 공공운수노조(준)의 전신 중의 하나인 전문노련 활동을 통해 공식적인 노동운동에 결합히게 됨. 민주노총 준비위 및 1999년 단병호 위원장 시절 조직실장, 국민승리 21 및 2002년 대통령 선거시 민주노동당 조직위원장 등 거침. 드물게 노동운동과 당운동을 경험하는 행운을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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