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설계사, 잔여수당 소송 첫 승소
    보험사 횡포...일방적으로 설계사에게 책임돌리는 관행 바뀌나
        2013년 04월 16일 11: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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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처음으로 보험설계사가 해촉된 이후 잔여수수료가 남은 상황에서 환수금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보험업계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던 ‘해촉된 설계사에게는 잔여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다.

    설계사의 임금 해당되는 ‘수수료’, 소비자가 해지 하면 ‘환수’

    보험회사는 설계사가 모집한 보험에 대해 일정한 금액의 수수료를 주고, 설계사는 이 수수료를 노동에 대한 댓가로 받는 일종의 임금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해당 보험을 일정 기간 내 해약하면 회사는 다시 설계사에게 지급한 수수료를 다시 되돌려 받는 ‘환수’라는 제도를 통해 보험 계약 체결로 발생한 수익금과 해지로 발생하는 손실을 조절하고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보험회사가 고객이 1년 이상 보험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설계사에게 해당 보험료의 일정 배수(보험료×3~4배)를 1년간 나누어서 수수료(수당)으로 지급한다. 이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유지 기간’이 설정되어있다.

    그런데 만약 소비자가 1년이든 2년이든 ‘유지 기간’내에 해약할 경우 회사는 설계사에게 기지급한 수수료를 설계사로부터 다시 ‘환수’한다. 환수 금액의 계산 방식도 회사마다 다르지만 이미 지급한 수당에서 다시 되돌려 받는다는 큰 틀은 똑같다.

    잔여수당 남았는데도 환수만 청구…보험사들의 불공정거래 행위

    문제는 보험설계사가 더이상 해당 보험회사에 근무하지 않게 될 경우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미 판매한 보험료에 대한 수수료(수당)을 해촉 이전에 100% 받은 것이 아닌데도, 회사는 해촉 이후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유지 기간 내 해약된 보험에 대해서는 환수하기 때문. 즉 설계사는 회사를 그만 둔 이후 오히려 회사에 돈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번 항소심 재판도 비슷한 경우였다. 보험설계사 정씨는 해촉 당시 잔여 수당이 600여만원이 남아있었는데도, 회사가 해촉 이후 발생한 환수금 300만원을 청구한 것. 정씨가 회사로부터 받게될 600만원의 잔여수당에서 환수금을 공제하더라도 300만원이 남은 상태인데 오히려 환수를 요청한 것이다.

    이같은 보험회사의 관행 때문에 해촉 당한 설계사는 환수금을 갚기 위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극단적으로 자살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상대적 약자인 설계사들이 해촉 이후에도 보험회사의 수익구조에 희생당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 달 2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고충정)은 “일할 당시 ‘해촉된 설계사에게 남아있는 잔여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었고, 해촉 당시 잔여 수수료 600여만원이 남아있는 상태였기에 해촉 이후 발생한 환수금 300여만원을 공제하더라도 잔여수수료가 남아있게되므로, 해촉 이후 환수금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해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지난해 9월 1심에서는 보험회사가 정씨에게 잔여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으며 이는 회사의 ‘수수료 환수규정’에 따라 환수는 정당하는 회사의 입장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에서는 보험설계사와의 위촉계약서는 ‘약관규제법’상의 ‘약관’에 해당하며, 위촉 이후 변경된 ‘해촉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회사 규정에 정씨가 동의한 바가 없기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2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설계사에게 일방적으로 책임 떠넘기기…합리적 수수료 기준 적용되야

    대한보험인협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두고 “보험업계의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는 ‘해촉된 설계사에게는 잔여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보험사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임을 알려주는 사례이며, 설계사들이 단체를 구성하여 협상을 한다면 ‘해촉된 설계사에게 잔여수수료를 지급한다’는 규정으로도 바뀔수 있다는 의미이기에 더욱 파급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실제 일부 법인 보험대리점의 경우 해촉된 보험설계사에게도 잔여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설계사가 보험회사를 이직하면서 고객들의 기존 계약의 해약을 유도하는 악습을 방지하고, 오히려 설계사가 이직 후에도 고객들에 대해 간접적인 계약 관리를 유도해 보험계약 유지율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대한보험인협회의 의견이다.

    한 생명보험에서 일하고 있는 보험설계사 C씨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설계사의 해촉 이후 조기 해지 가능성 때문에 잔여수수료를 미지급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보험회사의 각종 사업비, 리스크 관리 비용에 다 반영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증보험에 가입 하는 등 회사는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이런저런 장치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잔여수수료 미지급은 계약유지와 관련하여 설계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C씨는 “최근 수수료의 분할지급 형태가 확산되면서 이같은 부조리한 구조가 어느정도 사전에 방지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설계사가 모든 계약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 앉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마다 지급유무, 기준 등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금융감독원이나 고용노동부의 표준약관이나 표준계약서 같은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가 단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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