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창당, 대선 책임지는 새 리더십 필요
        2012년 06월 04일 02:33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무플’ 보다 ‘악플’이 낫고, 조용히 서비스를 해지하는 고객이 전화로 욕하는 고객보다 훨씬 더 무서운 법이다.

    통합진보당의 시끄러운 ‘사태’와 진보신당의 조용한 ‘정적’을 보면 그 말이 맞지 싶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결말이 진보신당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그런 변수까지 고려할 여유가 진보신당에겐 없는 것 같다.

    나는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2008년 분당 이후 지난 4년에 관한 반성적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총선 평가는 부차적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총선 결과는 4년 간의 ‘정치적 게으름’에 대한 평가이지 총선용 ‘벼락치기’의 효과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의 소망을 그린 그림

    진보신당의 실패는 결국 복수의 진보정당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의 힘과 진보신당의 힘의 균형이 완벽하게 무너진 지금에서야 실감하는 듯한 태도는 비겁하다.

    우리가 당을 만들 때부터 이미 그랬다. 손수 만든 당의 당권을 빼앗기고 나와서 급조한 정당엔 그래도 믿는 구석, ‘노,심,조’가 있었다. ‘지못미’현상과 ‘촛불’ 그리고 울산 북구 재선거에서의 당선을 통한 원내 진입. 신기하리만치 잘 이어진 정치적 ‘운’은 당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었지만 또 한편에서는 ‘진보의 재구성’으로 표현되는 ‘차별화’의 지체를 동반했다.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의 ‘독단적’ 사퇴가 불러 온 파장과 노회찬, 조승수 전 대표의 통합 추진은 ‘막연한 정치적 통일성’으로 묶여 있던 진보신당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켰다. 표면적으로 지방선거에서의 ‘야권연대’에 대한 이견으로 시작된 이 논쟁은 통합에 대한 태도를 둘러싼 ‘독자파’ 대 ‘통합파’의 논쟁으로 이어졌다.

    진보신당의 ‘돈 되는 자산’의 거의 전부였던 ‘노,심,조’의 탈당과 최악의 총선 결과를 받아 든 지금은 ‘재창당’ 방침을 둘러싼 ‘국지전’만이 조용하게 벌어지고 있다.

    나는 지난 4년 간 무기력의 원인이 ‘당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진보신당’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진보신당이 ‘좀더 유연한 진보정당’이기를 바랐고 또 어떤 이는 ‘좀더 좌파적인 진보정당’이기를 바랐다. 한편에서는 ‘(구)전진’을 골방 좌파로 일갈하는 진중권이 있었고, 또 한편에서는 정치인 노무현을 추모하는 당원에 대해 ‘여기는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며 내치는 이들이 공존하는 당이었다.

    당세가 극히 취약하다는 변명꺼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선거와 총선에서 중앙당 수준에서의 야권 연대 방침과 지역에서의 개별 대응, 이에 대한 통일적 지침과 상황 판단에 대한 모호함은 ‘당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진보신당’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지금 대로라면 아마도 ‘재창당 시기’와 ‘대선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둘러 싸고 세월을 보내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정파’의 부재는 이런 취약함을 강화시켰으며 ‘책임질 수 있는 리더십’의 부재로 나타났다. 좌파의 자존심인 노선 차이에 기반한 ‘정파’ 대신에 ‘올드보이’와 ‘뉴비’의 차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정파’ 없는 정당에 ‘당권파’가 있을 리는 만무한 일이다. 심하게 말하면 ‘당료’가 ‘당권파’로서의 실무적 기능만을 대신해 온 것이다. ‘당료’들을 대리하여 리더십을 행사했던 대표들은 모두 당을 떠났다.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차별화’를 할 수 없는 수준의 당이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현재 진보신당의 공식 당론인 ‘진보좌파정당’ 건설 논의와 과정은 ‘당적 수준’에 도달하는 과정이 될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당면한 모든 논쟁의 지점에 대해 서로에 대한 차이와 공통점을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철 지나고 무용한 ‘독자파’와 ‘통합파’의 논의 구도나 ‘통합파 원죄론’이나 ‘독자파 책임론’을 다시 꺼내는 이는 없어야 한다.

    쟁점은 4가지다. 첫째, 재창당의 시기와 방법에 대한 태도. 둘째, 진보신당 만의 재창당에 대한 판단 여부. 셋째, 대선 독자 후보 방침. 넷째, 대선 정책 연대 및 연립정부에 대한 태도. 현재의 진도는 첫째와 둘째 쟁점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대선 방침은 자연스럽게 이들 주제와 연동되어 있다.

    안효상 공동대표는 이미 개인 입장을 통해 ‘현재의 진보신당만으로 일사불란하게 재창당을 추진하고 대선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고 있고, 이는 (구)사회당 동지들의 입장으로 봐도 무방할 것같다.

    강상구 부대표는 ‘진보신당만의 재창당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지역 단위에서의 ‘노동정치혁신모임’ 구성에 나서자’고 주장하고 있다. 나경채 관악당협위원장은 ‘노동중심 진보정당 노선에 입각해 지역으로부터 ‘노동자정당추진위’를 건설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논의는 ‘당원’들에게 확산되고 ‘당의 외부’로 확장되어야 한다. 통합진보당과는 다른 진보정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든 단위와 전면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꼭 ‘단일한 진보신당’일 필요도 없고, 의견차이가 분명히 있다면 그래서도 안 된다.

    왜소해진 중앙당이나 광역 당부가 이런 논쟁이나 흐름을 이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이 논의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활동가나 활동가 그룹들이 주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일이 될 것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구)사회당-(구)작당-(구)전진/진보정치포럼-하나로-관악파(?). 최악의 선거 결과 앞에 아무도 자신들이 책임이 있다고 선언하거나 자신들에게 당권을 달라고 말하는 정파가 하나도 없는 ‘불편한 진실’이 당의 지금 모습이다. 나는 그들이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정파도 아닌데 왜 우리를 자꾸 불러내느냐고 타박할 작정이라면, 기껏해야 여의도 찌라시 수준의 정보만을 양산하는 알량한 ‘동창회 수준의 모임’ 마저도 이젠 그만 하는 게 좋겠다고 권하고 싶다.

    노선과 전망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친소 관계와 현재의 뒷담화를 공유하는 계모임을 그냥 두고서는 이 당의 발전과 전망은 생길 수가 없다. (구)사회당 동지들께는 죄송한 말이 되겠지만.

    논쟁의 결과는 자연스럽게 아니 의식적으로 ‘재창당’과 ‘대선’을 책임질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의 형성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이 난리통에도 ‘당원’으로 남아 있는 진보신당의 가장 큰 정파인 ‘애당파’들과 대한민국 ‘1.13%’에 대한 진보신당의 ‘예의’다.

    필자소개
    진보신당 당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