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기자가 되기 싫어요
        2013년 04월 15일 11: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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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 기자가 꿈이라고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에는 이렇게 PC가 활발하지도 않았고 지면을 통해 소식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학교가서 아이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고, 늘 새로 접하는 소식들은 나만 아는 것만이기를 바랬다.

    그렇게 해서 야구 기자가 된 이들이 있다. 내가 TV에서 보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고, 그리고 그 새로운 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 팬심을 넘어서 조금 더 야구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이 야구 미디어 문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일본의 야구기자들 자료사진

    일본의 야구기자들 자료사진

    최근 한 야구 기자가 남긴 글을 보았다.

    “A 현상은 분명히 B 선수가 잘못한 것이고 이 쪽 종사자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내 임무는 이런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 잡는 역할에도 속한다. 그런데, 그 부분을 갖고 ‘기자 네가 뭘 알기에 이 따위로 씨부리느냐’라는 의견들이 메일로 쏟아졌다. 해당 기자는 사직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팬들의 말도 안 되는 질책들은 분명 부담이었다. 그래서 일도 싫어져간다. 일부 팬들은 거기에 그렇게 대응했다. ‘너 말고 대체할 수 있는 사람 많아. 기자 주제에’”

    “야이, 이런 기자 개새끼야. 훈장질 좀 받아볼래?” 공부 열심히 해서 정의 실현, 많은 야구 담론을 꿈꿨지만 연예인만큼 가족들은 물론 친척들이 보는 그 인터넷 공간에서 요즘 용어로 근거 없는 그들이 말한 훈장질까지 받는 것은 견디기 힘들 수밖에 없어졌다. 요즘 네티즌들 도를 넘어선 것도 사실이다.

    야구 기자 생활을 하다 지금은 그만두었다는 한 기자는 이런 못된 네티즌들을 상대로 고소하려 했다. 앞선 이에 비해 적극적인 경우다. 실제로 고소를 해서 데려와보니 멀쩡한 사람 절반에 사회 부적응자가 절반이었다고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여성분들이 악랄한 비난과 근거없는 소문은 더 많이 냈음을 알고 해당 기자는 너무 놀랐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멀티 계정을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분들 중 여성분들이 많아서 힘들었다고 했다. 막상 경찰서 와서 죄송하다는 이야기 대신 감옥에 가더라도 널 용서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에 한숨을 내쉬었다고 했다.

    디씨형 게시판 문화를 거치면서 디씨를 만든 김유식씨는 한국의 익명성을 통해 다양한 문화들이 생성되었다고 하지만, 이 부분은 일부를 인정하면서도 일부는 상당히 이 문화로 피해보는 이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 중 대표적인 이들이 언론쪽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너무 많은 애매한 전문가들이 대량 생산되는 결과를 초래해버렸다.

    그리고 익명성의 게시판 문화, 그것으로 이어진 파생된 트위터를 비롯한 SNS 활동. 이는 팬들 중에서 이른바 팬 중에 왕을 만들어내는데 엄청난 역할도 했다. 힘이 있는 팬은 언제든지 야구 기자를 비롯한 언론을 위협할 수 있으며, 게시판에서 시쳇말로 심하게 까도 뭐라 안한다. 그 힘을 생길 때까지 하는 일? 죽치고 게시판에 앉아서 글쓰고 댓글 달고 오프 모임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다.

    점점 익명성의 시대 안에서 갇혀가고 있다. 그리고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누군가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도하고, 반드시 자신이 생각하는 그 결과만이 도래하길 바라고 있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스포츠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 언제나 잠잠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제대로 된 언론이 다 죽어나가고 원하는 소식을 알려주는 이가 없더라도 불만을 가져서는 곤란한 시대가 분명 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베를 기반으로 누군가 상처받아도 된다는 전제하게 내뱉는 문화가 점점 팽배해진다면 더욱 그렇다.

    필자소개
    '야구 좋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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