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헌영, 남과 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역사
    [책소개] 『박헌영 트라우마』(손석춘/ 철수와영희)
        2013년 04월 13일 1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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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과 북 모두 함께 풀어야 할 역사적 트라우마, 박헌영

    20세기를 살았던 한국인 가운데 박헌영만큼 파란만장했던 삶을 산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식민지와 분단 시대를 통과해온 20세기 한국사에는 숱한 피 울음이 트라우마로 엉켜 있다.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전쟁은 그 트라우마의 정점이었고, 박헌영은 그 트라우마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이 책은 저자 손석춘이 박헌영이 남쪽에 남긴 유일한 혈육인 원경 스님과 나눈 대화를 통해 박헌영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와 평가를 담았다. 또 역사적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사진 자료를 실었다.

    박헌영은 남에서는 공산주의자였기에 객관적인 평가 자체가 철저히 거부되어왔고, 북에서는 “미제국주의 간첩 및 국가전복 음모”라는 죄명으로 ‘숙청’됨으로써 북의 역사에서도 추방되어버렸다. 게다가 남쪽의 진보운동 쪽에서도 다수가 박헌영을 입에 올리기 꺼렸고, 심지어 박헌영을 미제의 간첩이라고 부르짖는 진보세력도 남쪽에 나타났다.

    박헌영

    이 책은 남과 북의 박헌영에 대한 거짓과 위선적인 태도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과 북이 통일로 가는 길에 박헌영은 반드시 거쳐야 할 인물이라며, 한국전쟁으로 인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려면 박헌영과의 정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박헌영과 조선공산당의 주요 간부들이 국가전복 음모로 평양에서 체포된 지 60년을 맞아 출간되었다. 박헌영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면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

    흔히 역사에서 가정은 부질없다고 한다. 그러나 역사의 가정은 우리에게 과거를 재구성하는 성찰력만이 아니라,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는 상상력을 제공해 준다.

    1947년 3월 21일에 작성된 미군 정보 문서에 의하면 “지금 만일 총선거가 실시된다면 공산당 지도자 박헌영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박헌영. 오늘의 우리에겐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만일 박헌영이 남과 북의 지도자가 되었다면 20세기 후반의 우리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박헌영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면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가? 그 물음은 우리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고 내일을 열어가는 우리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바로 그 지점에 21세기 박헌영이 서 있다. 이 책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20대들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데 생생한 체험으로 다가오리라 믿는다.

    한편 이 책에는 박헌영의 방송연설문과 8월테제, 연표를 담아 당시 박헌영이 제시한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의 개념도 재조명해 본다. 남과 북이 통일되었을 때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는 공통된 목표가 될 수 있어서다. 물론, 그다음 단계를 어디로 갈 것인가는 다음 세대의 몫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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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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