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병원 연쇄 살인을 멈추어라
    주류업계와 보건복지부는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운영 정상화하라!
        2013년 04월 11일 04: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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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이 뜨겁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적자가 계속되는 진주의료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와 다수 시민들은 적자가 과장되었을 뿐 아니라 공공병원의 가치가 수익성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며 강한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홍준표가 돈 안 들이고 도청을 짓기 위해 적자를 과장했다거나, 진주의료원 이전을 결정한 경상남도청에 적자의 책임이 있다거나 하는 것들은 둘째로 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공공병원의 역할과 그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공공병원 적자=폐업’이라는 논리가 정당화된다면 10%에 불과한 공공병원들이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매년 7,000억 원 영업이익 보며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나

    ‘공공병원 적자=폐업’논리로 공격을 받는 곳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The Korea Alcohol Research Foundation, KARF, 카프)이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주류업계가 매년 50억 원을 출연하여 음주 문제에 대한 예방 사업과 연구 사업을 실시하고, 알코올 의존 환자를 치료하는 카프병원과 재활을 돕는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공익 재단이다.

    카프병원의 모습

    카프병원의 모습

    그런데 2010년부터 주류업계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치료와 재활 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출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병원을 없애려 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직원들 월급 지급이 중단되었고, 2월에 여성병동이 폐쇄되었으며, 남성병동도 곧 문을 닫는다.

    사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1997년 주류에도 담배처럼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입법 발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주류업계가 소비자보호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재단이다.

    그러나 곧 재단 출연금이 아까워진 주류업계는 출연금을 전용하거나 재단을 해체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첫 해 기금은 100억 원이었으나 1998년 경제위기를 이유로 연간 50억 원으로 축소했다

    주류업계는 재단 이사진들을 국세청 퇴직 관료들로 채웠다. 국세청은 주정업체 면허권과 생산량 결정 등 주류산업에 대해 폭넓은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2011년 9월 기준 주류업계 인사 중 국세청 퇴직관료만 19명이다. 2006년에는 국세청 퇴직관료들의 자리 마련을 위해 출연금을 전용해서 주류연구원을 설립하고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는 출연금을 미지급하려다 노조에 의해 저지되었다. 국세청 퇴직 관료인 역대 이사장들은 재단 건물을 매각하고 병원사업을 포기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2010년에는 주류업계가 재단건물을 매각하고 병원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면 출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출연금을 35억 원으로 줄였고, 2011년부터는 아예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 알코올 장애 유병률은 전체 국민의 4.3%, 음주 관련 사망자 수가 연 5000명에 달한다. 이는 개개인과 그 가정에도 불행한 일이거니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상당하다. 음주와 관련된 질병 및 가정폭력 등으로 인한 의료비 및 사회경제적 손실은 20조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알코올 소비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 주세율은 오히려 감소해왔고, TV나 길거리에서 청소년들도 쉽게 유명 연예인의 알코올 광고를 접할 수 있으며, 알코올 판매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한은 전혀 없다. 알코올 판매 연령 제한과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운전이나 작업 중 사고 발생률을 높입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유일한 알코올 소비 통제 수단인 셈이다. 국가의 알코올 소비 규제와 관련한 정책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주류업체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식품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내외인 데 반해 주류업계의 영업이익률은 10~20%에 달한다. 주류업계의 매출액이 7조 원 규모이니 영업이익은 7,000억 원 이상인 셈이다.

    이렇게 음주 문제가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동안 매년 7,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챙겨 온 주류 업체들이 부담하는 사회적 책임은 고작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매년 5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하는 것이 전부다. 이조차도 3년째 출연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공익적 역할을 하는 알코올 전문 병원은 위기에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공익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열심히 해왔다.

    알코올 장애 환자 중 8.6%만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사회적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 가운데 전국 40여개의 알코올 상담센터가 자리 잡도록 역할을 하였으며, 국내 유일의 100% 자의 입원 알코올 전문 병원을 운영하며 비자의적 입원 치료가 대부분인 국내에서 알코올 의존증 치료의 의식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 알코올 의존 환자가 병원치료 후 치료 연속선상에서 사회적응 및 직업재활까지 할 수 있는 포괄적인 치료 모델을 구현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카프병원의 치료 효과가 다른 병원에 비해 크다는 소문이 나자 병동은 빈자리가 없게 되었다. 입원하지 못한 환자들은 음주 충동이 일었을 때 빨리 병원에 오기 위해 주변 고시원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입원비도 다른 병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알코올 의존 환자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주류업계의 출연금으로 병원의 문턱을 낮출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역할을 한 병원에 대해 주류업계는 수익성을 이유로 문을 닫으라고 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목적으로 설립하여 지원하는 공익병원에 적자나 효율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물며 출연금 지급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알코올 의존 환자를 치료하는데 출연금을 사용하는 것은 주류업계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매우 합당함에도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이유는 재단을 해체하고 출연금을 전용하여 국세청 퇴직관료들을 위한 다른 법인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홍준표가 진주의료원 부지에 흑심을 품고 적자 운운하며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려는 상황과 꼭 닮았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태도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공익재단으로 그 주무관청이 보건복지부이다. 보건복지부는 공익재단이 목적사업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지도할 의무가 있으나 재단 정상화를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주류업계 인사들로 이뤄진 특수관계이사 정원을 초과한 2인에 대해 시정지시를 해놓고도 시정조치가 없는 상태를 묵인하고 있다.

    또한 이사장 부재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음에도 이사장 직무대행의 승인을 거부했다. 보건복지부는 재단 운영 파행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공공병원 가치는 수익성이 아니라 누구나 건강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

    공공병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이윤을 내는 것에 치중하는 민간병원과 달리 정직하게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그나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인 것이다.

    실제 통계를 보아도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이 높고, 수익성이 낮은 장기입원환자의 비율이 높다.

    ‘의료’라는 공공재는 빈부에 관계없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공공적으로 제공되어야 마땅하나 한국은 의료공급체계가 기형적으로 발달하여 의료서비스가 민간병원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 그 속에서 몇몇 공공병원들이 갈 곳 없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병원은 수익성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보장과 증진을 위한 사회적 필요에 잘 부응했는지 평가되어야 한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알코올 의존 환자를 위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류업계 자본은 병원 운영비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공공병원을 더 확대하여 정직한 치료를 일반화시키고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적자 따위를 이유로 공공병원의 존폐를 위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유일한 공익재단 알코올 전문 병원을 지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주류업계는 당장 출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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