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명'이라는 이름 뒤의 욕망과 모순
    [기자눈깔] '어노니머스 코리아'에 대해 생각해보다
        2013년 04월 11일 11: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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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한 자칭 ‘어노니머스 코리아’의 행태를 보면 볼수록 그 실체에 의구심이 들게 된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국가보안법은 찬성하고, 자신들은 ‘익명’을 주장하면서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회원 신상은 공개하는 등의 모순된 행동은 이들이 원하는 것이 과연 ‘평화’가 맞는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채널A>가 10일 이들을 단독 인터뷰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지만, 현재 자신들이 ‘공식적’인 어노니머스 코리아라고 주장하는 이들은(트위터 @YourAnonNewsKR) “채널A. 놀아납니다”라고 자신들이 진짜라고 주장했다.

    <채널A>와 인터뷰를 진행한 어노니머스 코리아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국내 30여명이 해킹에 가담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어노니머스 코리아는 “해킹은 두 명이 주도했다”고 주장하며 서로가 ‘진짜’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채널A의 방송 장면 캡쳐

    채널A의 방송 장면 캡쳐

    ‘익명’의 활동이 불러일으킨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과도하게 자신들 활동의 ‘공신력’과 ‘정당성’을 확인받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이들이 정말로 어노니머스가 맞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자신들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어노니머스 코리아는 트위터 @YourAnonNewsKR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난 5일 국가정보원에게 ‘우리민족끼리’에 가입된 이들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달라고 주문했다가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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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렸다가 삭제한 국보법 처벌을 요청한 트윗

    9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 정보국 산하에 있는 약 2000명의 해커들이 세계 0.001%의 실력자라 누가 얘기를 합니까? 그들은 순전 외화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타락한 네트워크 범법자들 뿐”이라며 북한 해커들과 자신들을 구분 지었다.

    해킹이라는 동일한 행위를 하고도 남한 해커와 북한 해커는 ‘평화 수호자’와 ‘범법자’로 갈리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저희는 평화를 사랑한다”, “진보와 보수 중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았다”며 표현의 자유와 익명에 대한 보장을 주장하는 어노니머스를 자칭하면서도 그 행태는 날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획득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체에 대한 진짜, 가짜 논란이나, 개인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해 마녀사냥을 자행하게 만든 사태에 대해서도 “우리는 (신상정보를) 털라고 말한 적 없다. 우리의 신념에 따라 해킹 및 사이트 계정정보를 공개한 것”이라며 모든 사태의 책임과 논란을 비켜나가려고 할 뿐이다.

    스스로를 어노니머스라고 존재 짓는 순간 모든 책임을 간단히 비켜나가고 면죄부를 얻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정치적으로 좌우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주장, 북한 민주화 때문에 자행했다는 해킹,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신념, 익명이라는 지위를 누리기 위한 진짜와 가짜 투쟁 모두를 뒤집어놓고 보면 이들의 실체가 입증된다.

    정리하자면 이들의 실체는 이렇다.

    자신들의 익명은 고수하면서 ‘종북주의자’일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들의 신상이 털리게 되는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적극적으로 일베 등이 자행하는 신상털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또한 국가보안법 처벌을 주장한 것은 남한 사회의 정치 지형을 살펴 봤을 때 보수에 가까우며, 표현의 자유 또한 자신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고 다른 이들의 표현에 대해서는 자의적이고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걸 비추어 보면 우파적 성향을 느낄 수 있다.

    북한의 해커는 ‘범법자’로 규정지으면서도, 남한에서 신상털기, 마녀사냥의 단초를 만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자행한 자신들의 해킹 행위는 ‘북한을 해킹했기 때문에 용서될 수 있는 일’이라고 정당성을 부여한 것도 “빨갱이만 잡으면 선”이라고 생각하는 과거 해방 당시의 ‘서북청년단’을 연상하게 한다.

    그런데도 자신들이 ‘진짜’라고 주장하는데 골몰하는 건 북한 해킹의 공을 인정받고 싶은 욕망의 발현일 뿐이다. 본인들이 ‘진짜’라면 그간 어노니머스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자신들의 모순적 행태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개선할 때나 의미가 있지 않을까? 물론 “우리는 그저 익명일 뿐입니다”라고 같은 말만 반복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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