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의 제2공사 추진
    절망의 종착역 향하는 급행열차
    국토부, 철도 민영화 광적인 집착...제2공사라는 우회로로 추진
        2013년 04월 10일 09: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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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철도에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5월까지 민관합동방식, 제2공사 설립 등의 대안을 통해 합리적 경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대로라면 그동안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수서 발 KTX개통에 따른 경쟁체제 도입 문제가 한 두 달 안에 결정나게 된다.

    철도산업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 시스템은 사업이 한 번 결정되고 진행되면 웬만해서는 되돌리기 힘든 비가역성이 큰 영역이다.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지혜를 모아야 추진과정에서의 오류와 문제점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철도 민영화에 대한 국토부의 광적인 집착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겠다는 철도 정책은 지난해 이명박 정권이 추진했던 철도정책의 출발점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간판만 민영화에서 제2공사로 바꿔 달았다.

    새 정권이 진심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난 정권이 추진했던 수서발 KTX 민간경쟁체제 도입 문제가 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고 시민사회나 전문가를 포함한 다수의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에 반대했는지 진지하게 살펴야 하는 게 먼저 할 일이다.

    철도정책을 바꾸겠다고 천명했던 새 정권은 지난 정권에서 철도민영화를 밀어붙였던 담당자들이 만든 안을 기초로 철도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오판과 졸속으로 추진됐던 정책의 당사자들이 철도개혁이란 수술실에 들어가는 끔직한 모습이 시연되려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KTX 민영화나 제2공사를 이야기 하는 것의 뿌리는 현재 한국철도의 낙후성과 비효율의 원인이 독점에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당연히 독점의 문제를 해소하려면 경쟁을 도입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민간이 효율적이니 민간 경쟁체제 즉 민영화가 최선의 대안 이라는게 국토교통부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ktx민영화 반대 서명의 모습(사진=레프트21)

    ktx민영화 반대 서명의 모습(사진=레프트21)

    그러나 민영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예상외로 높게 나타나자 민영화로 가기위한 우회로를 설정하는데 그것이 바로 제2공사 안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민관합동방식이라는 안을 살짝 끼워놓은 것은 국토교통부 안에 집요할 정도로 철도 민영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세력들이 건재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한국철도는 독점에 따른 근본적 문제 때문에 엄청난 적자를 양산하는 비효율 집단인가?

    현재 한국철도가 안고 있는 문제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독점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정부가 철도의 문제를 독점으로 진단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을 바꾸지 않는 한 철도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 철도의 첫 출발은

    한국철도는 시작부터 눈물의 역사로 시작됐다. 최초의 근대적 육상 교통수단으로 등장한 철도는 나라의 균형적인 발전과 미래지향적 전망을 갖고 출발한 게 아니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동아시아 진출을 위한 도구로, 지하나 삼림자원의 수탈을 목적으로 자리 잡은 한국철도망은 식민지 백성의 한을 짊어진 채 건설되고 운영됐다. 일본이 물러가고 맞은 해방의 기쁨도 잠시였다. 분단에 이은 한국전쟁은 철도망을 황폐화 시켰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먹을 것조차 없어 굶주리는 상황에서 철도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변변한 사회기반시설이 없는 가난한 나라 한국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했던 한국 철도지만 유일한 전국적 교통망을 갖고 있었기에 서민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70년대 들어 한국 경제가 기지개를 펴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게 되자 드디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적극적 투자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철도도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지만 운이 나쁘게도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는 철도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게 했다. 도로교통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자동차 산업이 팽창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하락했다.

    사양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데다 거대 장치산업으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어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철도는 국가의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특히 한국에서는 철도 수송분담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절대적 수송량에서는 선로용량이 70년대에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80년대에는 한국의 경제적 상황과 미래의 성장 동력을 위해서도 철도망의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고 심각한 선로용량 부족을 보이고 있는 경부선의 복복선건설이나 고속신선 건설의 대안이 제기되었다.

    노태우 정권의 선거공약으로 시작된 경부고속전철 사업이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04년 비로소 한국은 고속철도 운행을 시작하여 철도사의 새장을 열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개통된 고속철도도 얼마 안가 용량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이용객이 전체 철도 이용객의 70%에 육박하는 특성과 서울의 시종착역인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거의 모든 노선의 열차가 집중되는 한국철도망의 구조적인 문제가 철도 부설이후 100년이 넘도록 국가의 철도망에 자기 완결적 구조를 완성하지 못하게 했다.

    수서발 KTX는 한국 철도망이 고질적으로 감수해야 했던 용량부족 문제에서 해방되어 네트워크 산업으로서의 제대로 된 철도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 것이다.

    이처럼 한국철도가 그동안 갖고 있던 문제는 독점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 철도가 역사적, 사회 경제적 상황에 따른 조건과 환경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철도청 시절부터 현재의 코레일은 철도운영이라는 현장업무 중심의 기관으로 철도 정책이나, 투자, 경영의 문제는 정부의 일관된 지시와 지침을 따랐던 것으로 부실의 책임이 있다면 운영기관보다는 정부 철도정책의 무능함을 먼저 따져야 한다.

    눈덩이처럼 커진 고속철도 건설비용, 그 책임은 누가?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의 비효율을 질타하면서 고속전철건설 부채도 제대로 갚지 못한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이 고속전철건설비용도 정부의 졸속정책과 정치논리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철도공사와 시설공단의 경영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1987년 정부가 발표한 경부고속전철 예상 건설비는 1조 8775억이었다. 이후 구체적으로 설계가 실시되고 건설이 본격화 되면서 추정된 건설비는 공사기간 6년에 5조원이었다.

    그러나 워낙 졸속으로 진행되다 보니 부실공사에 따른 문제, 잦은 설계 변경, 문화재 훼손논란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지역구의 역사 건설 방식에 대한 공약을 내걸었다가 당선된 뒤 예산부족을 이유로 슬그머니 뒤집는 일들이 되풀이 되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공사비는 급증했다.

    결국 예상 공사기간의 두 배인 12년이 걸리고 건설비는 추정치의 네 배에 가까운 18조가 소요됐다.

    이렇게 엄청난 돈이 들어간 것은 설계에 참여하고 노선 결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철도에 대한 무지도 한몫했다. 철도운영기관의 의견을 반영하고 철도에 대한 사회경제적 전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조언을 구했어도 이용자도 없는 곳에 1300억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어 광명역사 같은 건물은 짖지 않았을 것이다.

    민간 경쟁체제로 철도경영의 신기원을 열겠다던 인천공항철도도 재벌기업은 손을 털고 매각대금을 챙겨 떠나버렸고 수조에 이르는 적자는 고스란히 코레일에 넘겨졌다.

    이렇게 철도운영기관의 경영과는 무관한 거액의 건설부채와 운영부채가 코레일과 시설공단에게 떠 넘겨졌고 이를 근거로 부실과 비효율의 온상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정부당국의 잘못을 산하기관에 떠넘기는 파렴치한 짓이다.

    철도산업에서 경쟁체제는 유일한 선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신봉하는 정책 담당자들에게는 수서발 KTX 개통을 계기로 어떻게든 한국철도의 주 간선 노선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만 하는 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생각과 달리 이렇게 가는 순간 비효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이나 용산 발 열차와 수서 발 열차는 경쟁관계가 아니다. 경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쟁체제를 도입했는데 그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중복비용으로 인한 손실은 결국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코레일과 제2공사의 경쟁?….고위직은 낙하산, 싼 요금 열차는 줄고

    경쟁을 촉구하고 이를 통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산업이 있는 반면 경쟁보다는 상호 조화와 보완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 있다는 것을 국토교통부는 모르고 있다.

    또 경쟁을 통한 효율화를 말하는 사람들은 경쟁만 시켜놓으면 얼마든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데 큰 오산이다. 경쟁체제의 그늘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만약 경쟁자체가 높은 효율을 발생시킨다면 무한경쟁 사회로 진화해온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나라보다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가 되었을 것이다.

    코레일과 제2공사가 경쟁하게 되는 순간 경쟁회사간의 수익성 확보 경쟁은 결과적으로 이용객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수익성 우선 원칙에 따라 코레일은 가격이 싼 일반열차의 운행횟수를 늘리지 않을 것이고 또 일반열차의 시설이나 운행속도 개선 같은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은 뒤로 미룰 것이다.

    제2공사는 코레일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인데 대표적인 것이 나쁜 일자리 창출이다. 국토교통부가 입만 열면 인건비를 대폭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왔듯 연봉 2천만원 이하의 1년짜리 계약직 채용이나 외주 하청을 통해 수익성을 올릴 것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 같은 대통령의 공약은 현장 정책부서의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무시해도 되는 일인가?

    더 큰 문제는 두 기업이 경쟁에 지치면 얼마든지 담합을 할 수 있는 구조다. 서로 적당한 선에서 담합해 손쉽게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 시킬 수 있다. 정부가 규제할 수 있다고 자신 하지만 통신시장의 예만 보더라도 정부의 규제는 쉽게 무력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연히 수서발 KTX까지 코레일에 맡기면 거대 공기업이 탄생하게 되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하는데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철도를 아는 사람들이 들으면 국토교통부의 철도정책수준이 얼마나 저열한 지 쉽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수서 발 KTX라고 해봤자 기존의 고속선에서 분기한 평택에서 수서까지의 짧은 노선이고 이 분기를 통한 선로용량 확대는 그동안 손발이 묶여서 완결적 기능을 못했던 한국철도의 숨통을 트여주는 일이다. 특히 코레일이 담당하고 있는 한국 철도의 영업키로는 3500KM로 이 정도의 철도 연장은 OECD 가맹국이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수준에 이르렀다는 조건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협소한 철도노선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 비해 열배에 가까운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나 독일과의 비교는 그렇다 쳐다 6개로 분할된 일본의 여객회사중 하나인 JR동일본도 한국철도의 두 배에 이르는 7000KM의 철도망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의 빈국 버마(미얀마)도 한국보다 많은 3995KM의 철도망을 갖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두 배가 넘는 7985KM 미터의 노선을 갖고 있다. 인구가 한국의 1/4이고 경상도 정도의 국토면적을 갖고 있는 벨기에도 한국과 비슷한 3500KM의 망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인데 코레일의 거대 기업화를 우려하는 것은 철도의 실정을 모르는 국민들을 의도적으로 호도하는 것이거나 세계 철도현실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효율성을 올리기 위해서도 철도는 경쟁체제를 도입해 쪼갤 게 아니라 더 많은 노선확장과 기존선 개량으로 네트워크의 완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밝혔듯이 2015년 수서-평택 노선의 개통을 앞두고 시급히 철도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전체 고속노선의 일부에 불과한 연결선을 빌미로 제2공사를 만들고 민영화로 나아가고자 하는 전진기지로 삼고자 한다면 박근혜 정권과 국토교통부 철도정책담당자들은 한국철도를 끝내 희망이 없는 깊은 계곡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

    필자소개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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