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보조금, 그 진실과 거짓
    [농업과 농촌] 115조를 농업에 쏟았지만 농민에게 돌아가는 보조금은 1조5천억뿐
        2013년 04월 09일 12: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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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지원금 나눠먹기에 혈안이라고?

    “농촌에 농민은 없고 농민단체들이 농업 지원금 나눠 먹기에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17년 동안 갖가지 명목으로 116조원을 농업에 쏟아 부었지만 농가 부채는 되려 3배로 늘었고 농업 부문 무역적자는 연간 21조원에 달한다. 한국 농업이 수출형 미래산업으로 환골탈태하려면 이들 단체부터 제대로 개혁해야 한다…”

    동부팜한농이 화옹지구 유리온실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매일경제 신문은 위 내용의 사설을 썼다. 농민들의 집단 생떼로 대기업의 농업수출이 중단됐다며 농민단체를 개혁하자고 한다.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농업보조금이다. 94년 UR 이후 17년 동안 116조의 보조금을 농업에 쏟아 부었지만 농가부채만 늘었다고 한 점이다.

    농촌

    사진 출처는 한농연 홈페이지

    또다시 나오는 농어업선진화방안

    대기업 농업 진출의 근원이 농어업선진화방안때문이라고 지난 글에서 밝힌 바 있다. 당시 농업선진화에서는 똑같은 이유로 농업보조금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2009년 농업선진화위에서는 화학비료 보조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단계적으로 농업보조금을 줄이는 방편으로 맨 먼저 화학비료 보조금과 송아지가격안정제를 건드렸다.

    문제는 화학비료 보조는 2005년에 폐지된 것을 다시 폐지했다는 것. 화학비료 보조는 1987년 비료판매가격 차손보전제도가 도입돼 정부가 지원을 하다 화학비료 보조는 WTO의 감축대상 보조금이라며 2005년에 폐지시켰다.

    지난해 비료 원료의 국제가격 인상, 환율 등으로 국내 비료가격이 급등하자 농식품부와 농협이 인상분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지원했다.

    농식품부는 폐지된 화학비료 보조금을 마치 농민의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면서 농업보조금 개편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과 2008년 2년간 지원해준 것, 그것도 농협과 합쳐서 지원해주면서 온갖 생색을 내며 농업보조금이 축소해야 할 것처럼 여론몰이를 했다.

    당시 화학비료 보조를 폐지하는 대신 맞춤형 비료를 지원한다며 농민들을 기만했다. 맞춤형 비료는 화학비료에서 3대 성분인 질소, 인산, 가리를 토양성분에 맞게 비율을 조정한 비료이다. 즉 화학비료와 똑같지만 일률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질소, 인산, 가리의 성분량이 각기 다르게 배합돼 있는 비료일 뿐이다.

    또한 화학비료인 맞춤형 비료 지원은 WTO의 감축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토질개선을 위한 보조금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선진화위는 보조금 2백48개 중 화학비료 보조, 폐비닐 수거 지원, 품질고급화 장려금, 송아지 생산 안정제 등을 폐지하거나 다른 보조금과 통합하겠다고 한다. 고작 248개 보조금 중 4개만을 그것도 큰 비용이 들지 않는 보조금만 폐지한다고 한 것이다.

    17년간 투융자된 117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매경의 주장처럼 117조원이 농민에게 보조금으로 쏟아 부었는데 다 어디로 갔을까?

    여기서 보조금 성격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지고 머리가 아파지니 위키디피아에 나온 설명을 인용한다.

    농업보조금은 국내보조와 수출보조로 나뉘며 국내보조는 불특정 다수 농민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정부가 직접 시행하는 하부구조 개선사업 등 정부서비스정책, 식량안보 목적의 공공재고사업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감축대상 보조의 시장가격 지지 지원액도 보조지출이 아닌 [관리가격-외부참조가격)×지지물량]으로 산출하는 등 정부의 개입을 통한 전체 보호효과를 보조지원액으로 산출하도록 합의되어 있다.

    따라서 농업부문 서비스산업에 대한 지원도 농업 협정의 적용대상으로 해석된다. 국내보조는 허용대상 정책과 기준이 제시되어 있으며 요건에 맞지 아니한 모든 보조는 감축대상 보조로 분류토록 하고 있다. 아울러 허용대상 보조의 경우에도 정부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정부서비스 정책”과 농민에 대하여 보조금을 주거나 또는 징수를 감면하여 혜택이 주어지는 “생산자에 대한 직접지불정책”으로 나뉜다.

    간단히 말하면 농업보조금에 대한 정의가 정부와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것이 다르기 하지만 정부서비스 정책인 농지개량, 농업용수 관리, 농로조성 등인 보조와 쌀 직불금 등 농민에게 직접 지급되는 직접지불정책으로 크게 구분한다. (감축대상이니 블루박스니 이런 말은 여기서는 크게 적용되지 않으니 설명 생략)

    2008년 선진화위의 농업투융자 성과 및 개선방향 자료에 의하면 1992년부터 2008년까지 투융자 금액은 1백15조6천억원이며 이중 47%인 54조5천억원가 사회간접자본(SOC)와 연구개발비(R&D)로 투자됐다. 즉 2008년 기준으로 115조원 중 47%는 농로 닦고 농업용 저수지 만들고 종자개량 등 연구사업비로 지출이 됐다는 이야기다.

    직접지불정책에 의해 농민(법인, 단체 포함)에게 지원된 금액은 61조1천억원이다. 이중 갚아야 할 보조금인 융자 33조8천억원을 빼면 16년간 농민에게 직접 지원된 보조금은 27조원 밖에 되지 않는다. 농민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보조금인 경영 소득안정 보조금은 1조5천억원이다.

    115조원이 농업에 쏟아 부어졌지만 실제 농민에게 돌아간 농업보조금은 1조5천억원이고 33조8천억원은 빚이다. 농업보조금이 쏟아져 내릴수록 갚아야 할 부채만 늘어난 셈이다.

    물론 농사 잘 지어서 빚을 갚으면 된다고 하지만 한국농업 구조상 빚을 갚기가 어렵다. 수입농산물로 매년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값이 20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농사 지어서 이자 갚는 것도 힘들다는 이야기다.

    선진국은 보조금 없이도 잘 먹고 잘사는데?

    한국만 농업보조금을 많이 줄까? 당연히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은 OECD 가입국 30개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2006년 OECD 국가들의 농업보조금은 1천2백53억 달러로서 전체 농업생산액의 14.7%를 차지한다.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 비율은 유럽연합(EU)가 22%, 미국 10.2%, 일본 6.9%, 호주 5.8% 순이다. EU에 속하지 않은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의 보조금 비율은 40% 이상이다.

    2006년 한국의 농업보조금은 24억 달러로 전체 농업생산액의 6.4%로서 농업보조금의 비율로 보나 농업생산액 대비로 보나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은 다른 선진국이나 OECD 국가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순이다.

    그럼 왜 보조금을 개편하자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일까.

    선진화위 자료에 따르면 농업투융자의 문제점 첫 번째로 선진국에 비해 농가수 및 농가인구 비중이 높다는 것을 뽑고 있다. 또 고령농의 감소가 더디어 규모화, 효율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농업인구는 6~7%인데 비해 미국과 네덜란드의 2%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보조금 때문에 고령농이 퇴출되지 않고, 농가인구가 선진국(?)수준으로 줄지 않기 때문에 보조금을 이전과는 달리 경쟁력강화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농업선진화위의 목적인 것이다.

    현재 320만 농민의 60%를 그 중에서도 65세 이상의 농민들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 농업보조금 개편, 즉 농업선진화위원회의 숨은 의도인 것이다. 농민대신 농기업을 육성하고 식량, 먹거리 대신 상품을 생산해 수출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목적인 것이다.

    이 땅의 농민들은 많은 보조금을 받지도 않았고, 오히려 정부정책을 쫓아가느라 융자로 인한 농가부채만 늘었다. 그나마 직접 지불되던 쌀 직불금은 농민이 아닌 불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한 외지인들의 몫이었다.

    농업보조금의 개편은 농촌지역에 고속도로를 깔고, 농기업 육성과 농산물 수출이 아니라 농민의 소득안정과 복지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맞추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한다. 농민과 농지를 보호해야 국민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농정의 기본철학이 돼야 한다

    필자소개
    농업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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