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턱 없이 부족한 독립영화 전용관
    대관형식 공동체상영으로 1타3피
    독립영화 '지슬' 공동체 상영을 통해 본 독립영화의 배급 현실
        2013년 04월 09일 11: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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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영화 <워낭소리>가 관객 296만명을 기록하는 이변이 생겼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소와 농부의 우정을 나눈 독립영화가 한국에서 296만명을 동원한 것. 같은 해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헐리우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173만명을 동원했으니 당시 <워낭소리>의 296만 동원은 이변이었다.

    당시 몇 개 안되는 상영관에서 시작한 <워낭소리>는 관객 입소문이 나자 독립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상영관 개수가 많아진 덕분에 296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 해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도 관객 12만명을 동원했다. <워낭소리>에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지만 한 영화관에 1개관도 상영관이 제대로 없었던 현실을 비추었을 때 12만명의 관객수는 <워낭소리>와 비교해 더욱 값진 숫자였다.

    멀티플렉스와 배급사의 관계, 독립영화 설 자리 없어

    독립영화가 그 작품성과 사회적 관심, 관객 수요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멀티플렉스 ‘흥행성’ 위주의 상영 스케쥴 때문이다.

    영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 관이라도 하루종일 <피에타>가 상영됐으면 한다”고 말한 것은 한국영화 배급구조 문제를 겨냥한 것이다.

    한국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라는 3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 영화 시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투자 배급사인 CJ E&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와 관련있다.

    배급사는 극장에서 최대한의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 직접 영화도 제작하고 배급도 하며 자신들이 소유하는 극장 체인을 걸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자사 영화가 개봉하면 해당 배급사는 거의 대부분의 상영관을 자사 영화로 도배한다.

    이 때문에 대형 배급사를 통하지 않는 저예산, 독립영화는 멀티플렉스에서 상영관 한켠에 마련한 독립영화전용관에서만 상영된다. 그 전용관의 숫자도 매우 적지만 한 상영관에 한 영화만 상영하는 게 아니라 여러 독립영화를 번갈아가며 상영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 상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해당 영화를 보려해도 대부분 평일 낮시간대나 주말 이른 아침에나 편성되어있어 접근성이 높지 않다.

    대관 형식 공동체상영, 독립영화사와 관객 접근성 높여

    이런 상황에서 ‘대관형식의 공동체상영’은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이들과 독립영화를 즐기는 사람들 모두에게 획기적인 일이었다.

    일반적인 경우의 ‘공동체 상영’은 독립영화를 보고자하는 이들이 빔 프로젝트 등의 장비를 준비해 영화사에는 소액의 비용만 지불하고 관람하던 형태이다. 하지만 이는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개봉관을 잡지 못해 제작비도 건지지 못하는 독립영화계 전반적인 어려운 조건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상영형태가 아니라는 것이 독립영화 제작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이때 독립영화 관람을 원하는 이들과 제작사 모두에게 대안이 될 수 있던 방식이 ‘대관 형식의 공동체 상영’이다. 이는 일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대여해 관람객을 모아 함께 관람하는 형태이다.

    '두개의 문' 관악 공동체 상영 모습(사진=장여진)

    ‘두개의 문’ 관악 공동체 상영 모습(사진=장여진)

    상영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일정 정도의 숫자만 모인다면 단체할인을 받을 수 있고, 장소를 제공하는 영화관은 빈 좌석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독립영화 제작사는 이들 관람객수가 영화통합 전산망에 기록됨과 동시에 관람료 수입에 대해 정률의 정산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모두에게 윈윈인 셈이다.

    대관형식의 공동체 상영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의 생전 마지막을 다룬 작품 <어머니>,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발휘했다.

    협동조합 형태의 독립영화 전용관 설립이 주요 과제

    서울시 관악구는 2012년부터 유행하게 된 대관형식 공동체 상영의 원조로 오는 10일 3번째 대관 형식의 공동체 상영을 진행한다. 4.3항쟁을 다룬 영화 <지슬>을 관악구 내에 있는 한 멀티플렉스를 대관해 상영한다.

    관악지역에서 공동체 상영을 추진하고 있는 '지슬'의 한 장면

    관악지역에서 공동체 상영을 추진하고 있는 ‘지슬’의 한 장면

    처음 이같은 공동체상영을 기획한 곳은 ‘관악정책연구소 오늘’과 진보신당 등 지역차원의 문화생태계 조성을 고민하는 단체를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서 나온 결과물이다.

    처음 진행한 영화 <어머니>의 공동체상영 당시 지역주민 300명이 몰렸고, 지난해 진행한 <두개의 문>에서도 400여명의 관악주민들이 찾아 상영관 2개관을 <두개의 문>이 전용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두개의 문>의 경우 대관형식의 공동체상영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전용관 하나 없던 <두개의 문>이 거의 공동체 상영으로만 7만3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처음 이같은 형식의 공동체 상영을 기획한 관악구 내 시민사회단체가 다른 지역의 단체나 모임에서 공동체 상영 방식에 대한 문의가 폭증하자 이와 관련한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한 결과이다.

    공동체 상영을 추진한 진보신당 나경채 관악구 의원은 “진보신당은 문화적 다양성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지원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이런 지역 차원의 자발적인 흐름이 나타난 것을 환영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향후 독립영화와 지역주민과의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슬>의 관악구 공동체상영을 준비하는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의 최복준 사무국장은 “벌써 1차 상영은 준비단계에서 전석 매진사태가 발생했다. 추가로 영화 관람을 신청하는 인원이 많아 2차 상영회를 준비하고 있는 실정” 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대관 형식의 공동체상영을 지역 주민사회에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향후 독립영화 전용관을 협동조합의 형태로 지역에 설립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자발적으로 공동체 상영이 이루어지는 현상에 대해 2012년 영화 <어머니>의 제작과 배급을 맡은 인디스토리 김화범 제작팀장은 “바람직한 변화다. 독립영화 제작자와 수요관객이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상영방식”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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