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개편 1주일,
    충격에서 깨어나셨습니까
    [해설] 네이버 가두리 양식장의 태생적 한계… 뉴스 생태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2013년 04월 08일 04: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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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인터넷은 네이버의 내부와 네이버의 외부로 나뉜다. 하루 1600만명이 찾는 사이트, 한국 인터넷 인구 3500만명 가운데 거의 두 명에 한 명 꼴로 날마다 네이버를 방문한다는 이야기다. 네이버를 웹 브라우저 첫 화면으로 설정해 놓고 쓰는 사람이 2500만명에 이른다.

    네이버에 뜨면 이슈가 되고 네이버에 안 뜨면 관심을 받지 못한다. 어떻게든 네이버에 발을 걸쳐야 영향력이 생긴다. 그게 네이버가 갖는 권력이다.

    문제는 네이버의 내부가 지나치게 비대해져서 네이버의 외부를 짓누를 지경이라는 데 있다. 마치 어항 속의 고래처럼, 이제는 자칫 어항을 깨뜨릴 만큼 아슬아슬한 상황이 됐다.

    15년 전 언론사들이 네이버에 뉴스를 팔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네이버는 헐값에 사들인 뉴스를 공짜로 뿌리면서 이용자들을 끌어 모았고 네이버의 외부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공짜 뉴스를 미끼로 내세우고 지식인과 블로그, 카페 등의 ‘펌질’ 콘텐츠들을 전면에 배치해 검색 결과를 다시 네이버로 유입시키는 이른바 락인(lock-in, 묶어두기) 전략으로 점유율을 높여왔다.

    포털(관문)이라기보다는 가두리 양식장에 가깝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네이버에서 인터넷을 시작해서 네이버에서 인터넷을 끝내는 사람들도 많다. 한번 네이버를 방문하면 네이버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한 온라인 쇼핑몰 점주는 이렇게 말한다. “네이버에 광고를 내면 번 돈을 다 네이버에 갖다 줘야 하고 네이버에 광고를 안 내면 방문자가 뚝 떨어진다. 광고료가 너무 비싸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여러 블로그 서비스를 전전하다 네이버 블로그로 옮긴 한 블로거는 이렇게 말한다.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들어야 검색을 타고 들어오는 방문자들이 있다. 네이버 외부 블로그는 검색을 해도 안 나오니까, 뭘 써도 읽는 사람이 없다.”

    뉴스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3년3개월 전, 52개 언론사들이 네이버의 간택을 받아 뉴스캐스트라는 ‘이너써클’에 들어갔다.

    이 언론사들은 네이버가 내준 470×228 픽셀의 공간에서 엄청난 독자들과 광고를 얻었다. 그러나 뉴스캐스트는 결국 네이버의 확장된 내부에 지나지 않았다. 독자들은 네이버 첫 화면의 링크를 클릭해서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갔다가 스크롤을 하다가 창을 닫아버리곤 했다.

    언론사들이 네이버에 기생하는 동안 뉴스 생태계는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덕지덕지 붙은 지저분한 광고는 언론사들 생존 방식이니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한 낚시성 제목과 선정적인 편집은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네이버는 결국 이용자들의 불만을 핑계 삼아 뉴스캐스트를 폐지하고 뉴스스탠드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뜨거운 감자,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대한 궁금한 것 몇 가지를 문답 형태로 풀어본다.

    네이버 메인화면의 뉴스스탠드

    네이버 메인화면의 뉴스스탠드

    1. 페이지뷰가 크게 줄었다고 하던데.

    = 자세한 결과는 코리안클릭이나 메트릭스 등 구체적인 통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메이저급 언론사들은 반 토막, 마이너급 언론사들은 반의 반 토막 이상 빠졌다는 게 업계에 도는 이야기다. 네이버는 과거 몇 차례 뉴스캐스트 개편 때도 페이지뷰가 일시적으로 빠졌다가 회복된 적이 있다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좀 다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 네이버의 진짜 의도가 뭐였던 거 같나.

    = 어차피 3년3개월 전 뉴스캐스트를 도입할 때부터 일정 부분 트래픽을 포기하는 전략이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서 벗어나는 게 절박하다. 그리고 어차피 뉴스 섹션에 붙는 광고는 많지 않다. 네이버의 과제는 독점적 지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여론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그걸 네이버가 직접 할 수 없으니 언론사들에게 던져준 건데, 뉴스캐스트 처음에는 14개 언론사로 시작했다가 36개로 늘었다가 52개까지 늘어났다.

    3. 어쨌거나 여론의 분산에는 성공했던 것 같다.

    = 뉴스캐스트가 도입되기 전에는 네이버가 골라주는 뉴스 30여개를 모든 이용자들이 똑같이 봤다. 뉴스캐스트가 시작되면서 52개 언론사의 뉴스가 11개씩 572개가 랜덤 롤링되기 시작했다. 기사 경중에 구분을 두지 않는 이런 기계적 균형은 여론 다양성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하고 콘텐츠의 퇴행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엇갈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뉴스 소비의 총량을 늘린 것은 사실이다.

    4. 뉴스스탠드는 뉴스를 브랜드 단위로 소비하도록 하겠다는 건데.

    = 뉴스캐스트 때는 제목만 보고 클릭하기 때문에 그만큼 낚일 확률이 높았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이용자들 불만을 응대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언론사들이 직접 뽑은 제목이라고 항변해 봐야 소용이 없었다. 네이버의 의도는 이용자들이 정말 보고 싶은 언론사들만 골라서 보고 정말 문제가 많은 언론사를 직접 배제·퇴출시키라는 것이었다. 결국 뉴스스탠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마이뉴스 설정이 충분히 많아야 한다.

    5. 적극적인 뉴스 소비, 네이버 의도대로 될까.

    = 이용자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뉴스스탠드 도입 1주일이 다 돼 가는데, 마이뉴스 설정 비율은 5%도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머지 95% 이상의 이용자들은 언론사를 선택하지 않고 적당히 넘겨보다가 창을 닫는다는 이야기다. 뉴스가 너무 많고 선정적인 편집은 여전하다. 제목 낚시가 포토 낚시로 바뀐 게 차이랄까. 낚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6. 언론사들이 가만 있을까. 네이버에 다른 복안이 있나.

    = 전체적으로 뉴스 소비의 총량이 줄어들었다. 뉴스를 넘겨보기는 하되 클릭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당장 언론사들 온라인 광고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광고 대행사들은 벌써부터 비명을 지르고 있다. 네이버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마이뉴스 설정 비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자 당황해 하는 모습이다. 마이뉴스 설정 비율을 기준으로 하위 언론사들을 퇴출시킨다는 엄포가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다.

    7. 언론사마다 입장이 다르지 않을까.

    = 일부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뉴스캐스트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메이저급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모든 언론사들이 52분의 1로 트래픽을 나눠 갖는다는 데 불만이 많았다. 제한된 광고 시장, 사이비 언론사들을 척결해야 파이가 커진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조중동을 중심으로 네이버를 집단 탈퇴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는데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8. 언론사들 트래픽이 많이 줄어들면 네이버가 대책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 네이버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아직 이용자들 반응은 크게 나쁘지 않고 마이뉴스 설정 비율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언론사들과 배너광고 수입을 나누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금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들 입장에서는 광고도 광고지만 방문자 수가 줄어드는 게 더 큰 충격이다. 네이버가 당장 뉴스스탠드를 접지는 않을 거고 최소 6개월은 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9. 네이버도 모바일 접속이 더 많다고 하지 않나.

    = 모바일 페이지에 뜨는 뉴스는 네이버가 직접 편집한다. 네이버는 모바일에서도 뉴스캐스트 같은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모바일 페이지뷰가 더 많긴 하지만 여전히 광고 매출은 대부분 PC 기반에서 나온다는 건데. 네이버가 PC 기반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뉴스스탠드는 오히려 어젠더 설정 기능을 적당히 포기하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잃지 않으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10. 다음이 반사 이익을 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 일단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가 사라졌으니까. 답답함을 느낀 이용자들이 다음이나 네이트로 갈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 뉴스 페이지 방문자가 늘었다는 정황도 있지만 네이버가 의도했던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의도한 대로 이용자들이 따라주지 않으니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예쁜 쓰레기통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뉴스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크다.

    11. 뉴스스탠드를 또 바꾼다면 다른 대안이 있을까.

    = 다시 뉴스캐스트 방식으로 돌아가거나 더 거슬러 올라가 네이버가 자의적으로 편집하는 시절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 다만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와 연계해서 뉴스를 선정하거나 뉴스 추천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NHN은 영리기업이지만 네이버는 공적 서비스의 역할을 한다. 네이버에 사회적 책임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2. 네이버의 독점 문제가 거론된다.

    =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은 70%를 웃돈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광고 단가를 높여 받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색 결과를 광고와 맞바꾼다는 비판도 있다.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건 뉴스와 별개다. 네이버는 그동안 언론사들 줄 세우기를 해왔는데 이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문제도 아니고 법으로 풀 문제도 아니다. 스테이크홀더가 아니라 쉐어홀더들 중심의 사회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때다.

    네이버 뉴스스탠드는 언론사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겠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보기 싫은 언론사를 안 볼 수 있게 돼서 좋다거나 뉴스의 선택 기준을 넓히고 뉴스의 맥락을 읽도록 한다는 등의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그동안 네이버의 확장된 내부에 기생해 왔던 언론사들은 이제 네이버의 외부에서 새로운 독자기반과 수익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저널리즘 생태계의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제휴기사=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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