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 접근은?
    [책소개] 『교실평화 프로젝트』(박종철/ 양철북)
        2013년 04월 06일 12: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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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내 CCTV는 늘어가는데, 왜 학교폭력은 점점 심각해지는 걸까?

    정부는 그간 두 차례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왔다. 현재 2010년 2차 계획을 실행한 지 4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학교 내 CCTV 설치, 배움터 지킴이 배치 등의 5개년 계획 이외에도 정부는 학교폭력이 이슈화될 때마다 대책을 발표했다. 각 교육청에서도 학교폭력 예방 매뉴얼을 제작해 학교마다 배포하고, 교사 연수를 하는 등 학교폭력 근절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학교폭력은 줄어들기는커녕 연일 보도되는 학교폭력 관련 기사들을 보면 학교폭력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듯하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부터 참다못해 가해학생을 흉기로 찌른 피해학생까지.

    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학교폭력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일까?

    저자는 이 원인을 정부의 실효성 없는 대책과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문제, 그리고 교육 상품화와 사회 양극화, 폭력 문화와 선정적 언론 등에서 찾으며 진정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기존의 정의가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개념을 재정립해야 올바른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흔히 학교폭력은 가해자나 피해자 개인의 심리적 특성이나 가정의 교육 기능 상실, 입시 경쟁 교육 때문에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까닭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욕망 때문이다. 가해학생은 폭력을 통해 인정욕망을 충족하려 한다.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동조자를 모으며,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피해자 편에 설 수 없게 하여 피해자를 고립시킨다.

    그래서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만으로 성립되지 않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사이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학교폭력은 지켜보는 학생들이 있는데서 벌어지는데 이는 불평등한 권력 구조 속에서 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교사의 역할이다!

    대부분의 폭력사건이 교실에서 일어나며 학급 모든 학생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교사의 역할이다. 가해학생을 선도하거나 피해학생을 치유한다고 해도 학생들의 권력구조는 변함없어서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 개개인을 통해서는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면 불평등한 권력 구조를 깨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관계로 바꿔야 한다. 그럼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학교폭력에 개입해 평등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교사다.

    소위 말하는 외부 전문가들은 학생들과 학교생활을 함께 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에게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초점은 교사들의 역할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 교사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지침을 마련하고 연수를 제공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

    교사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사건을 막을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에서 발간한 학교폭력 대처 매뉴얼은 대부분 교사의 역할을 최소화하거나 배제한다. 이는 현행법이 교사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사가 할 일은 사안 발생을 인지했을 때 즉시 신고하는 것과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는 정도가 전부다.

    이 책에서는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는 사후적 관점이 아닌 예방적 관점에서 평화로운 교실 만들기를 제안하고, 현행법의 한계 안에서 담임교사가 학교폭력 책임교사, 상담 교사와 협력해 학교폭력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교실평화

    평화로운 학급운영, 이렇게 할 수 있다! _ ‘이야기 학급운영’

    저자와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은 1년 동안의 학급운영 전 과정을 ‘이야기 학급운영’으로 보고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이야기 학급운영이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계로 이뤄지는 소설처럼 1년의 학급운영을 하나의 이야기로 보는 것이다.

    3월에는 서로에 대해 파악하고 관계를 맺기 시작하며(발단), 그 이후엔 본격적으로 문제가 일어난다(전개).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도 있으나 더욱 심각해지기도 한다(위기). 폭력을 평화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불평등한 위계 구조는 고착화되고 폭력은 일상이 될 것이다(절정). 학년 말이 되면 1년 동안의 생활을 돌아보면서 평화롭게 매듭지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 다음 해의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결말).

    이야기 학급운영은 이와 같은 학생 관계가 변하는 흐름 속에서 교사가 평화를 연출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 학급운영의 1단계는 학급목표를 공유하는 것이다. 평화로운 학급을 만드려면 학년 초에 목표를 설정하고, 학급 평화 규칙을 만들어 모두가 공유할 필요가 있다. 2단계는 평화를 위한 의사소통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집단성과 지속성을 특징으로 하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급 전체의 구조와 문화를 바꾸어야한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교실 평화를 위해 학급 임원 선출하고 학급 자치 위원회(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만들어 폭력이 일어났을 때 문제를 공론화하여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3단계는 우정 신문 만들기나, 단합 대회, 타인에게 말 걸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평화로운 관계 맺기를 촉진하는 것이다. 4단계는 1인 1역할 갖기나 여러 위원회를 만들어 교실 안에서 영향력 나누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인정욕망의 왜곡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정욕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주는 것이야말로 학교폭력을 근본에서 예방하고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5단계는 점검하기 단계로,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학급 구성원 간의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6단계는 학급문집이나 이별식과 이별여행을 통한 마무리하는 단계이다.

    저자는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어 하지만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고 하면서, ‘이야기 학급운영’을 바탕으로 교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새로운 사례를 창조할 것을 제안한다.

    처벌이 아닌 치유 중심의 글쓰기 지도법과 학생상담법

    학교폭력의 대책에서 화두가 되는 것은 가해학생의 처벌 문제다. 하나의 대안으로 가해학생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중요한 피해학생과 주변 학생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 않다.

    저자는 불평등한 권력 구조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가해자 처벌 보다는 피해자와 주변 학생의 치유를 중심으로 한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례로 글쓰기 지도와 교사의 학생상담법을 이야기 한다.

    저자는 피해학생과 얘기해 보면 고립감, 절망감 따위가 느껴진다며 글쓰기를 통해 피해학생들은 어디에서도 말하지 못했던 것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위안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털어놓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쓰기를 하면 고통을 직면하게 되고 고통에 거리를 둘 수 있으므로 치유에 도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치유 글쓰기의 예와 그 글을 바탕으로 만든 교육 자료를 함께 실었다.

    학교 상담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학교 상담은 성격과 진로 상담에 치중하고 있다며 저자는 학교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 넓게 얘기하면 관계에 대한 상담이라고 강조한다. 그것이 학생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격 상담과 진로 상담이 학생 한 명에 대한 상담이라면,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은 집단에 대한 상담이고 집단 속 개인에 대한 상담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교사의 상담은 전문 상담 교사의 상담과는 다르다며, 교사의 상담은 어떠해야 하는지, 도움이 되는 상담 이론에는 무엇이 있는지 안내하며 실제 상담 사례도 실었다.

    EBS 다큐 <학교폭력> 멘토들이 13년 동안 현장에서 연구 실천해온 결과물

    저자 박종철은 흔히들 교사의 전문성은 “교과 수업을 잘 하는 것”에 있다고 하지만 “생활교육 전문가”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급자치활동에 초점을 둔 학급운영에 힘을 쏟아왔고, 따돌림사회연구모임에서 활동하며 학교폭력 예방에 대해 연구하고 실천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고민과 실천의 결과물이다.

    이 책을 함께 기획한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은 13년째 따돌림 문제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현장 교사 모임이다. 2009년에 《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를 썼고, 2011년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부터 ‘학교폭력과 평화교육분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따돌림사회연구모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EBS 청소년 특별 기획 다큐멘터리 ‘학교폭력’ 6부작 제작에 참여했다.

    총 6부작 중 2, 3, 4, 5부에는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사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4부 ‘교실 평화 프로젝트-중·고등 편’에서는 이 책에 나온 ‘학급 평화 규칙 만들기’와 ‘단합 대회’ 등을 통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기존 프로그램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도와주는 형식을 취했다면 이 프로그램은 교실 내에서 평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현장 교사들은 학교폭력 관련한 정책들이 담론 중심에 수박 겉핥기식이라서 현장에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 책에서는 실제 현장 교사들이 교실에서 실천해 온 내용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해볼 수 있는 <학급 평화 규칙 만들기>나 <우정 신문> 등의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공교육 안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 보려고 하는 모든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함께 용기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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