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어노니머스',
국가보안법은 찬성한다고?
    2013년 04월 05일 03: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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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노니머스(Anonymous)는 전 세계에 포진하고 있는 해커들의 모임으로 특별한 조직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가치와 신념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모임이다.

이들은 서로의 정체를 숨긴 채 온라인 채팅 등을 통해 공격 타겟을 정해 진행하는 곳으로 미국 외교문건을 공개하거나 위키리크스의 금융활동을 차단한 마스터카드, 비자카드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하는 등 인터넷 검열 반대, 표현의 자유를 기본 신념으로 한다.

어노니머스 코리아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프리 코리아’라는 작전명으로 국내외 해커 30명이 규합, 4일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했으며 6월 25일 추가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에 △무기 생산을 중지하고 핵무기를 이용한 위협을 멈출 것 △김정은은 사임할 것 △자유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할 것 △모든 시민에게 검열 없는 인터넷 접속을 제공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도 “어나니머스는 악의적인 해커집단이 아니다. 저희는 평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 중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았음을 밝힌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검열반대 어노니머스, 국보법 처벌 주장

하지만 이들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국가정보원 원장에게 “Hello. 저희가 올린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회원 9001명 잘 보고 계시죠? 하하. 이번 기회에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한국인들을 모두 국가안보법에 따라 처벌을 주시는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라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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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검열을 반대하는 어노니머스가 자신들의 행위 결과인 9001명에 대한 국가보안법 처벌을 촉구한 것. 현재 이 트윗 내용은 삭제됐다.

종북몰이의 책임 회피 “우리는 신념에 따라 행동했을 뿐”

일베에서 어노니머스 코리아가 공개한 9001명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신상털기에 나서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하는 등 이른바 ‘종복몰이’가 시작되자,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문제의 트윗을 삭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어노니머스 코리아 공식 트위터는 “국정원과 검찰이 우리의 공개를 바탕으로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수사를 이용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자신들이 할 임무를 우리가 공개하자 그것을 주워 수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신상털기에 나선 일베에 대해서도 “그들 행동 역시 비판받을만 하다. 무분별히 신상을 털어 공개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털으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신념에 따라 해킹 및 사이트 계정정보를 공개한 것인데 국정원, 검찰, 일베는 그것을 이용했다고 본다”며 모든 책임을 일베와 수사기관에 돌렸다.

‘어노니머스’와 ‘어노니머스 코리아’의 차이

어노니머스 코리아는 개인정보를 해킹해 공개하고도 그것은 ‘신념에 따른 행동’이라고 주장하면서 ‘신상 털라고 말한 적은 없다’며 모든 사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같이 모순된 행동은 어노니머스가 하나의 조직이기보다는 인터넷 검열 반대 등의 신념을 가진 해커들의 느슨한 네트워크로 규율이나 행동지침이 별도로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즉, 누구나 어노니머스 회원이라고 주장하면 어노니머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노니머스 코리아 또한 본인들을 어노니머스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일 뿐, 누군가 존재를 증명해줄 수 없다.

다만 이들의 해킹이 그간 어노니머스의 신념체계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이들을 어노니머스로 볼 것이냐, 아니냐라고 볼 수 있다.

대남 선전 사이트 개인 정보 공개가 북한 민주화랑 무슨 상관?

해킹 당한 사이트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대남 선전 사이트로 이번 해킹은 북한에 타격을 주는 행위가 아니다.

이번 해킹의 타깃은 해당 사이트에 가입된 이들의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남한 내 간첩’을 공개했던 것으로 이것은 그들이 요구하는 북한 주민 인권 문제나 민주화와 전혀 상관없는 맥락인 것.

오히려 남북 대치 상태에서 남한 내 북한에 우호적인 이들일 것이라고 추정되는 이들의 명단을 공개한 것으로 철저히 ‘종북몰이’에 편승된 행위나 다름 없다.

어노니머스 코리아, 인터넷 검열을 반대한다면…

과거 어노니머스는 줄리안 어산지가 위키리크스를 통해 외교비밀문서를 공개했을 때, 해당 문서에 외교관과 정보원 이름 등이 함께 공개되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어산지는 자신의 자서전을 출판한 ‘출판사의 탓’이라고 돌리며 이들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이라크 전쟁으로 발생하는 문제보다 덜 심각한 사안으로 치부해 공분을 샀었다.

위키리크스를 만든 줄리안 어산지

위키리크스를 만든 줄리안 어산지

결국 어노니머스 코리아는 그간 어노니머스의 인터넷 검열 반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체계와 신념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정체가 어노니머스라는 이름을 사용할 정당한 이유도 없을 뿐더러, 더 나아가 남북 대결 구도에서 남한의 반북이데올로기를 반영한 행위일 뿐이다.

만약 어노니머스 코리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행위로 빚어진 신상털기와 인터넷 검열을 통한 국가보안법 수사의 잣대에 비판을 가한다면 이런 오해와 불신은 종식될 것이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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