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치, 원칙으로서의 이상 아닌
    결과물로서의 이상 만들어야
    [진보정치 현장]정치권력, 그 명암(明暗)에서 정치 배우기
        2013년 04월 02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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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를 하는 사람은 당연히(?) 정치권력의 획득을 통해 자신과 그 지지자들이 희망하는 사회의 설계도대로 세상을 움직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어떠한 정치적 수사와 장치를 두더라도 획득한 정치권력의 힘으로 작동하게 된다.

    그런데 그 정치권력이라는 것이 권력 그 자체의 존재방식에서 오는 명암도 있고, 그 때 그 때 형성되는 정치지형에 따라 다른 정치적․사회적 힘과 다툼을 하게 되므로 절대적이지 않다. 그 다툼의 과정에서 다시 정치를 만나게 된다.

    제6대 대구광역시 서구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의회에서 전반기 사회도시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상임위원회 중심의 의회 운영에서 상임위원장이라는 권력은 적은 게 아니다.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대해서도 상대적 힘을 갖게 되는 위치이고, 상임위원회 소속 집행부서에 대해서는 만만찮은 힘을 행사할 수도 있다.

    급식조례 당시의 장태수 부의장 모습(왼쪽 항의하는 이)

    급식조례 당시의 장태수 부의장 모습(왼쪽 항의하는 이)

    전반기 2년 동안 이 정치권력이 주는 힘을 체험하며 활동하였다. 예를 들면, 2011년 초 집행부에서는 대형마트 규제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이른바 ‘SSM 조례’를 만들겠다고 안을 제출했다.

    검토해보니 집행부 안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대부분 임의조항, 그러니깐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인 ‘-을(를) 할 수 있다’로 되어 있었다.

    당시 사회도시위원장으로서 이 조례안을 상임위원회에 상정해서 논의하게 되면 만족할 만한 수정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여 상임위원장의 권한으로 위원회 상정을 거부하였다. 물론 집행부가 제출한 의안 상정을 상임위원회에 상정 거부한 전례가 없고,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물론 의안을 제출한 해당 부서와의 힘의 다툼을 고려하여 조례안의 문제점과 우려를 사전에 소속 의원들과 집행부에 설명하였다.

    그 설명과 함께 언론 보도 자료를 배포하여 조례안이 갖는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전통시장 상인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토록 안내하였다.

    한편으로 이해를 구하고, 한편으로 사회적 여론과 당사자의 참견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상임위원장이라는 정치권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구의원 12명 중 11명이 새누리당 소속이고, 조례안을 제출한 집행부의 수장 역시 새누리당 소속인 상황에서 의안 상정을 거부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이 아니라 한 명의 평의원이었다면 다툼과 논란은 할 수 있었겠지만, 상정을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서구의회에서는 처음으로 이해당사자를 모시고 간담회를 가졌고, 간담회에서 제기된 내용(이것도 사전에 상인회와 조율한 것이었다)을 담아 당초 집행부의 안보다 진일보한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정치권력을 획득하고, 그 권력의 작동을 통해 우리의 지향을 제도로 설계해본 경험이었다.

    상임위원장으로서의 2년 활동을 마치고, 후반기에는 의회 부의장의 직책을 맡게 되었다. 3개의 상임위원회를 두고 있고,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의회가 운영된다는 점에서 부의장이 갖는 실질적인 권한은 생각보다 적다.

    그러나 이것도 권력이다. 의장단 회의를 통해 의회 운영 전반을 의논하고, 집행부의 주요사업이나 상임위원회에서 원만하게 처리되지 않는 의안에 대해서 의회의 판단과 입장을 의논하고 결정할 때 부의장이라는 직책이 갖는 말의 힘은 가볍지 않다.

    최근 구청장이 역점을 기울여 추진하는 교육 관련 조례가 의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발전기금을 모아서 서구에 있는 학교와 학생에게 지원하고, 그 기금을 운용하는 법인을 만들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일부 의원들이 구청장의 교육 관련 사업내용과 추진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상임위원회에서 관련 조례를 심사 보류한 채 묶어 두고 있다. 구청장과 집행부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이에 집행부에서는 의장이 상임위원장에게 심사기일을 정해 심사토록 통보하고, 지정 기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본회의에 직권상정해서 전체 의원들이 결정하도록 압박 아닌 압박을 하고 있다. 원만한 의회 운영을 마음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의장으로서는,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장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데다 집행부도 강하게 요청하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상임위원 5명 중 두 명만이 찬성하는 의안을 직권상정해서 가결시키기에는 의장도 만만치 않다.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부의장인 나와 상의하는데, 상임위원회 중심의 의회 운영에서 상임위원회 의사가 우선 존중되어야 하고, 상임위원회의 결정을 번복시킬 만큼 전체 의원들의 뜻과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지와 그만큼 이 안건이 긴급하고 중요한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집행부 요구대로 한다면 의장으로서 적절치 못하다고 반대의 뜻을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상임위원회에서의 원만한 처리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어떡해서든지 본회의장에서의 처리를 요구하던 집행부에서 나를 찾아왔다. 집행부와 의회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부의장이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내 대답은 의장과 상의하면서 했던 말과 다르지 않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태클이 시작되었다. 가까운 어른(?)들을 통한 부탁과 압력, 각종 민원처리 과정에서의 비협조, 의장단 선거 당시 부의장 후보였던 나를 지지했던 의원들을 통한 촉구, 부의장으로서 의회를 원만하게 운영하지 못하고 구청장과 정치적 경쟁자로 대립각을 세운다는 소문, 이미 지나간 말과 행동에 대한 정치적 덧씌우기 등등.

    물론 지금까지 내 입장은 변한 게 없고, 그게 반쪽 지방자치지만 의회와 집행부의 관계에서는 집행부에게 대부분의 힘이 쏠려있는 비정상적인 지금의 제도와 관행에서 지방의원으로서 가져야 하는 자세라고 믿는다. 비록 업무에서의 불편과 관계에서의 미안함이 있더라도.

    물론 늘 이렇게 원칙과 소신을 지키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포함하여 각종 의원연수를 준비할 때, 마땅치 않은 점이 왜 없겠나. 그런데 그런 점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개선하지는 못한다. 상임위원장, 부의장이라는 정치권력이 절대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상대가 있는 경우 매번 그 상대를 설득하거나 제압하며 내 뜻을 100% 관철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만족스럽지 않은 점을 이유로 불참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 만만치 않다. 그런 과정을 한번씩 거칠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게 제도화되고 기득권화되는 거구나.’

    유혹과 압박은 그만큼 가진 게 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현실정치, 나의 경우에 한정하자면, 1/12의 정치를 해야 하는 현실정치에서 1/12보다 더 많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유혹과 압박에 때로는 굴복하거나 회피하고, 때로는 맞서야 한다.

    결과를 떠나서 언제 굴복하고, 언제 맞서야 하는지를 잘 선택하는 것, 그것이 현실정치에서 진보정치가 원칙으로서의 이상이 아니라 결과물로서의 이상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배운다.

    필자소개
    장태수
    노동당 대구시 서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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