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비핵 평화제체,
    동아시아 평화공영의 공동체로
        2013년 03월 27일 08: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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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핵실험,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결의안 통과, 3월 11일 키 리졸브 훈련과 그에 대응한 북의 정전협정 백지화, B-52 전략핵폭격기 및 핵잠수함 등을 일부러 공개하며 진행된 한미연합훈련, 한미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 서명과 발표, 북의 1호 전투근무태세 돌입 선언과 안보리에 대한 핵전쟁 상황 통보 등 잇단 강경 대응들이 악순환되고 업그레이드면서 한반도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현황 진단 및 대안적 해법과 관련해서는 특히 3차 핵실험 이후 비핵화의 가능성 및 그와 연동된 평화체제 형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고조되고 전문가들도 적절한 해법을 자신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곤혹스러워하는 실정이다.

    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북한과 과연 대타협을 이룰 수 있을지, 북은 과연 그럴 생각인지, 기존 해법이 현재의 상황에서도 가장 적절하고 현실적인 해법인지에 대해 대중을 설득하거나 스스로에게도 확신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 반대, 평화협정 체결’을 강하게 주장하는 세력과 사람들도 있으나 의지와는 달리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오히려 회의적이다.

    이런 때일수록 단지 열심히 주장하고 활동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궁극적 목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획득해 가는 대안 형성의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현황 및 문제의 성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주장의 필요성

    3차 핵실험 이후 비핵화 및 평화체제의 가능성 자체에 대한 회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점이나, ‘한반도 비핵화 완전 무효, 비핵화를 위한 회담은 없다’ 등을 선언하는 것은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 평화협정 체결이나 북-미 수교 등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분석이 많다.

    국지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양식 있는 세력이라면 누구나 견지할 원칙이다. 그러나 (국지적 충돌이 아닌) 전면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방지를 최우선으로 놓자고 하는 것은 한반도와 국제정치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타산과 대책이라고 보기 힘들다.

    말의 대결은 이미 전쟁 상황이요, 일촉즉발의 국면이지만 전면전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의 지배적 분석이기 때문이다.

    전쟁 반대, 평화협정 체결만 우선에 놓다 보면, 비핵화의 과제는 실종될 것이다. 이는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북한의 입장과 차별성을 갖기도 힘들며,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비핵화 및 평화협정 체결 등 평화체제를 달성하려는 목표와 주장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다분하다.

    왜냐면 군 등 정부 당국이 최근 일련의 북한 행동의 실질적인 목표는 평화협정 체결에 있다고 천명하는 것에 대해 ‘평화협정은 북과 그 동조세력이 주장하는 것이요, 그 진짜 목적은 미군 철수와 힘을 앞세운 적화통일에 있기 때문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인 냉전 안보논리를 전개․확산하고, 이를 통해 도래할 수도 있는 대타협과 대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북의 위협적이고 일방적인 발언과 행태에 대해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이 이런 낡은 논리에 대해 찬성할 가능성이 많아진 것이다.

    ‘저런 북한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겠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우리에게까지 핵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데, 핵무장을 해서라도 억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국제정치의 현실 상 여의치 않은 것 같으니 결국 미국의 핵우산밖에 믿을 게 없고, 한미동맹은 오히려 더 강화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 평범한 장삼이사의 생각일 것이다.

    즉 위기감 조성을 통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전략은 한계가 뚜렷하며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 높은 것이다.

    현재의 여러 가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문제는 역시 최근 몇 년 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목표의 달성이 지체 및 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비단 안보세력과 대결담론의 강화에 그치지 않고, 미·중 갈등 요소가 증대하는 국제정세와 맞물려 한반도 주변지역의 대결 구조를 강화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미 대 중 혹은 냉전시대와 유사한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의 대결 구조가 다시 생성되는 것은 비단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국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역 차원에서 이런 구조가 굳어진다면 설사 미‧중 간에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고 할지라도 남과 북, 특히 남의 자율성은 크게 위축되고 평화나 통일은 요원한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 문제의식, 그리고 보다 적실한 대안 마련을 위한 과제들

    북의 3차 핵실험으로 상징되는 핵능력 강화의 함의를 정확히 짚고 상황에 맞는 합당한 대안을 찾으면서도 이 문제의 성격과 해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 속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원칙 즉 대화를 통한 포괄적 타결 및 지역 차원 대안적 질서의 창출이라는 큰 줄기의 원칙과 해법은 이미 있으나, 지금까지 왜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구체적 성과는 부족한가 하는 깊은 성찰도 필요하다.

    북의 핵 능력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사실이 비핵화라는 목표조차 비현실적이거나 불가능한 것으로 만드는가? 일각에서는 비확산 정도가 현실적인 목표라거나, 핵보유를 전제한 가역적 비핵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평화협정 체결이나 수교는 불가능하다. 한반도를 실질적인 핵지대로 만들고 한국은 동맹에 더욱 깊숙이 의존하는 것은 얼핏 냉전시대로의 회귀 같지만, 각각의 진영 속에서 안보와 경제를 해결했던 그 시절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에 대해서는 핵확산 방지 정도에 만족하고 남한을 자신과의 동맹 속에 굳게 묶어두는 것이 ‘미국의 선택지’일 수는 있어도 ‘한국의 선택지’는 결코 될 수 없다. 그래서 안보를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도 한국으로서는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북은 핵을 보유한 채 한-미와 대결하고 고립 경제를 지속할지, 비핵화-평화협정 체결 등의 포괄적 타결을 이룰지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

    한-미 역시 비핵화를 우선에 둔 단계적 접근이나 경제적 보상 정도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전체제 종식과 평화체제 달성을 분명한 목표로 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4자회담과 6자회담을 병행적으로 전개하는 전향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동아시아에 새로운 대립구도가 형성될 수 있는 현 상황에 부합하는 대안의 추진 역시 필요하다.

    북핵 문제 발생의 연원에 미국 등이 포함되는 국제적 대결 체제와 정책이 있고, 그 해법으로 9․19 공동성명 등에서 단지 북한과 미국과의 수교뿐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와 지역 차원의 안보협력 증진 등을 포함하는 동북아 차원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 노력이 명시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반도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의 공세적 지역 정책, 일본의 우경화, 미국의 소위 ‘아시아 회귀 정책’ 등으로 동아시아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증가한 상황에서 단지 이상의 천명으로 그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방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

    현 상황에서 ‘군사동맹의 진영 간 질서로부터 동아시아 평화·공영의 공동체로’라는 목표는 과연 달성될 수 있을 것인가?

    경제로부터 안보라는 기능주의적 접근이나 한반도로부터 동아시아라는 단계적인 접근은 여전히 유효하거나 불가피한 것인가?

    아니면 진보정당이 주장해왔듯이 안보-경제 등의 협력을 다면적으로 전개해 동아시아 평화‧공영의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과 한반도 비핵-평화체제-통일 기반 형성이라는 한반도 차원의 노력을 동시 병행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가?

    중국의 부상과 미․중 관계, 중․일 관계 및 그것들과 한반도와의 관계 등에 대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분석 필요하다.

    더불어 한반도 차원의 화해·협력 정책과 지역 차원 균형 외교를 달성하고자 했던 민주당 정부 10년의 정책이 결국 전자는 비교적 고수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별로 못 내고, 후자는 거의 형해화되었던 것에서 교훈을 찾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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