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레일, 왜 용산개발 뛰어들었나?
        2013년 03월 26일 11: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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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영국 철도 공사의 문화를 보면 시장 지향적 마인드가 약하다. 그저 열차를 문제없이 운행하는 것에만 만족한다.”

    영국 철도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보수당 정부 존 맥그리거 교통부 장관이 1993년에 한 말이다. 신자유주의의 파도가 가장 먼저 덮친 곳은 공공부문이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민간의 효율성을 도입하여 낡은 공공부문을 개혁하겠다는 논리는 사람들을 솔깃하게 했다. 공공부문의 비효율을 얘기 하면서 제시된 엄청난 적자는 시민들에게 당장이라도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인식을 심어주었다.

    결국 영국 철도는 과거와는 다른 경쟁도입과 민영화라는 신 노선으로 달리게 되었다.

    한국철도의 비효율을 논할 때 국토교통부가 주장하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위에 언급한 “시장 마인드의 부재”다. 국토교통부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시장 마인드가 없다고 질타했다.

    <현상태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교통수단간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되어 영업적자 증가와 고속철도건설 부채의 원리금상환 등으로 막대한 적자를 피할 수 없으나, 구조개혁 이후에는 철도영업을 민간기업 환경속에서 경영혁신 노력을 극대화하여 전체적인 재무수지 개선이 가능하다. 또한 쇼핑센타, 숙박호텔업 등 다양한 부대사업을 활성화 할 수 있어 철도운영회사는 우량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 우리나라 국영철도의 구조개혁 FAQ 2002. 9. 건교부 – >

    용산개발사업에 철도공사가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정부로부터 부대사업을 통한 이윤창출 압박을 끊임없이 받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대국민 설명자료에서 친절하게 표까지 첨부하여 한국철도의 무능한 부대사업능력을 질타했다.

    부대사업 수입 비중 비교

    박흥수1

    민영화를 통한 경영 개선으로 국민부담은 최소화 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게 된다. – 우리나라 국영철도의 구조개혁 FAQ 2002. 9. 건교부

    국영철도체제에서 공기업으로 변한 상황에서도 국토부의 압박은 끊이지 않는다. 비효율적인 공기업체제에서는 철도의 경영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며 수서발 KTX의 민간경쟁 체제 도입은 민간의 창의적인 수익창출로 철도산업의 도약을 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이 경영을 맡게 되면 역세권 개발 등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이를 위해서 철도공사로부터 역사 등의 자산을 환수하여 민간에 운영권을 주게 되면 철도의 적자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토부의 민영화 만능론, 돈벌이와 경쟁 최우선주의

    2000년대 중반의 부동산 시장 호황은 천문학적 이익 창출이라는 꿈을 꾸게 했다. 하늘을 뚫고 올라간 고층빌딩의 상상도를 배경으로 온갖 장밋빛 기대가 꿈틀거렸고 투자자들을 모이게 했다. 여기에 디자인 서울로 시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겠다고 나선 오세훈 시장과 용산역 일대에 차량기지를 포함한 넓은 땅을 소유한 철도공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고 재벌 건설사들이 달라붙었다.

    철도공사는 용산역 개발 수익으로 향후 몇 년 안에 철도 적자의 상당부분이 해소 될거라는 보도자료를 내놨고 용산역 개발이 추진되면서 얻은 수익으로 영업외 수입이 증가해 2008년 영업수지 흑자를 보였다.

    국토부는 용산역 개발대금상환으로 인한 착시현상일 뿐이지 철도의 경영개선 결과는 아니라는 반박논평을 내기도 했다. 자신들이 그토록 강요했던 역세권 개발 사업을 통해 철도공사가 수익을 챙기는 듯 보이자 심사가 뒤틀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철도산업에서 부대사업확대를 통한 획기적인 철도 경영개선의 가능성은 존재하는 것인가?

    부대사업 개발해서 돈을 벌어와라?

    철도는 나라마다 역사적 조건화 문화와 환경에 따라 각기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수한 조건을 일반화 시켜 어느 한 나라의 성과를 그 배경을 무시한 채 도입하게 되면 용산개발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일본 철도의 수익구조에서 부대사업 비중이 높으니 한국철도도 부대사업을 통한 수익창출로 경영개선 시도를 하라는 것은 모래밭에 있는 달기기 선수에게 최신 운동화를 사줬으니 신기록을 세우라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에서 제일 사람이 붐비는 서울역이라 해도 하루 유동인구가 40만에 불과하다. 도쿄에서 제일 붐비는 역 중의 하나인 신주쿠역의 300만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도쿄에는 신주쿠역 외에도 남북으로 통하는 신간선 고속열차의 출발역인 도쿄역을 비롯해 우에노역, 이케부크로역 등 서울역 규모의 서너배가 넘는 대형 역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남부의 대도시 오사카역의 선로 양쪽에서 서 있는 대형 역사 건물은 이용자들로 항상 붐빈다. 이런 역들은 주변의 유동인구를 자연스럽게 역이나 역 주변의 상권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대형 복합건물이 승강장 양측을 감싸고 있는 오사카역의 일부 모습. 하루 유동인구가 250만여명으로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사진=박흥수)

    대형 복합건물이 승강장 양측을 감싸고 있는 오사카역의 일부 모습. 하루 유동인구가 250만여명으로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사진=박흥수)

    이 같은 현상은 일본이 역세권 개발을 통해 수익을 올리자고 해서 가능 했던 게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전철을 이용할 때 손을 뻗기만 하면 고가 선로 옆의 사무실에 손이 닿을 듯하고 시장 상점의 바로 위로 기차가 쿵쾅거리며 달리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가 일본이다. 철도역을 중심으로 생활이 이루어지고 상권이 개발된 것이 일본 도시들의 특징이다. 이에 반해 서울역은 유동인구가 40만이라 해도 주변의 환경은 서울역과 커다란 연계성이 없다.

    서울역 서부일대의 언덕지대는 주민들이 사는 아파트나 주택단지로 형성되어 있고 이곳 주민들은 서울역에 기차를 타러 오지 않는 한 굳이 먼 걸음을 하지 않는다. 역 광장 쪽에도 대형 빌딩과 오피스 건물들이 있지만 이들이 일부러 서울역으로 와서 식당가를 이용하거나 쇼핑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이용 가능 인구도 많지 않다.

    무분별한 역세권 개발은 또다른 부실의 원인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역세권을 개발하거나 부대사업을 확충하게 되면 또 다른 부실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일본 여객철도 회사중의 하나인 JR 동일본의 사업영역을 보면 철도 관련 부대사업의 종류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철도 관련 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여행업, 창고업, 주차장업은 그렇다 치고 도서잡지출판업, 금융업, 선불식증표판매업 및 골프클럽 회원권 및 테니스 클럽 등 스포츠 시설 이용권 등의 판매업, 전기통신사업, 정보처리 및 정보제공 서비스업, 손해보험대리업 및 기타 보험매개대리업, 자동차정비업, 석유․가스등의 연료 및 자동차용품 판매업, 여행용품, 식료품, 주류, 의약품, 화장품, 일용잡화등의 소매업, 여관업 및 음식점업, 일반 토목 및 건축의 설계, 공사감리 및 건축업, 설비공사업, 전기공급사업, 수송용기계기구제조업, 동산임대업, 이벤트 티켓 판매, 청소용역, 사진인화등의 중개업, 부동산의 매매, 임대 중개, 감정 및 관리업, 정밀기계기구 및 일반산업용기계기구 제조업, 간판, 표식 안내판 등의 제조 판매업, 유원지, 체육시설, 문화시설, 교육시설, 영화관 등의 경영, 청량음료수, 주류의 제조 및 수산물의 가공 판매업 등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철도회사의 부대수익 비중이 높은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일본철도의 높은 부대사업비중을 국토부는 철도회사의 모범으로 삼지만 일본의 현실은 좀 다르다. 최근 한국에서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가 문제가 되었듯이 일본 철도역 주변의 중소 상인들이 굴지의 대기업인 JR이 꽃 배달 사업까지 해가며 지역 상인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묻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한국철도의 부대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일부 인사가 일본처럼 한국도 철도역을 이용한 콘도사업 등을 벌여 수익을 올리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었는데 이런 즉자적인 대안이 실행되었다면 철도공사의 부실은 더 가중되었을 것이다.

    한때 붐을 이루었던 콘도 이용 형 문화가 팬션이나 캠핑 등 다양한 형태로 변하고 기존의 콘도 회사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성공사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일본에서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철도의 부채비용을 정부가 감당해야 했던 과거가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산더미 같이 늘어나는 일본 국철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 국철이 보유했던 철도 부지를 매각하는 정책이 추진되었는데 매각시점을 놓쳐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매각시점에 대한 판단착오가 철도에 대한 정부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하지만 만일 매각이 이루어져 철도부채가 일부 해소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구매한 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사들의 몰락은 일본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에 따른 용산 개발사태의 문제는 철도운영기관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라는 압박이 계속되는 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대사업이란 이름아래 시행되는 역세권 개발 같은 사업이 토건족들과 결탁해 투기과열을 조장하고 개발이익이나 챙기는 것이라면 철도공사가 나서는 것은 부당하며 이를 부추기는 국토부의 행태도 중단되어야 한다.

    국토부에게 용산역개발 파산은 철도민영화를 위한 호기?

    수서발 KTX 운영을 위한 제2공사 설립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의 입장에선 용산 개발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코레일의 문제가 심화되면 될수록 나쁠 게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코레일의 부실과 무능력을 부각시켜 철도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민영화로 가는 발판을 만드는 숙원사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철도역 및 시설과 운영과정을 이용한 부대사업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처럼 단기간에 속전속결로 결정되고 진행되지는 않는다. 부대사업은 철도가 지역사회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될 때 이용자의 편익 확대와 철도의 수익증대가 함께 이루어 질수 있다.

    영국철도에 시장마인드로 무장한 민간 기업들이 철도를 장악하고 치열한 경쟁체제가 도입되고 나서 철도에 애정을 갖고 있었던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말했다.

    “열차를 문제없이 운행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았다.”

    필자소개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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