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심사'라는 마녀사냥을 보며
[기자눈깔] 새누리의 '안보장사' 민주당의 '부화뇌동' 통진당의 '남 탓'
    2013년 03월 26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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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또는 폭침, 신매카시즘

민주통합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인 천안함 사태 3주기를 맞이해 25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내일이 천안함 폭침 3주기”라며 “천안함 폭침은 호전적 김정일 집단의 반민족적 무모한 도발에 이명박 정부의 안보무능이 더해져 발생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이냐 폭침이냐로 새누리당과 옥신각신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폭침’이라고 발언하며 특히 그 같은 사태를 ‘김정일 집단의 반민족적 무모한 도발’이라고 규정한 것은 민주당의 급변화된 대북관을 반영한 결과라 볼 수 있다.

1년 전 천안함 사태 2주기를 맞이해 당시 김유정 대변인의 브리핑의 제목은 “천안함 침몰 희생 장병 2주기 추모 성명”이었다. 그의 브리핑에는 ‘반민족’, ‘김정일 집단’ 같은 공격적인 문구는 없었다.

단 1년 사이, 민주당의 대북정책과 안보관이 변화된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서 침몰이냐 폭침이냐는 규정은 거칠게 단순화하면 자신의 대북관을 반영하는 일종의 도구이기도 했다. 지난 20일 발생한 대규모 사이버 테러를 성급히 북한 소행이라고 규정했던 것이나 선관위 디도스 공격, 박근혜 인수위 기자실 전산 마미 때에도, 사건의 진상과는 관련없이 ‘일단 북한 소행’이라고 둘러대는 이른바 ‘냉전 안보 장사’가 존재해왔다.

새누리당은 ‘북한 소행’을 성급히 추정하고, 민주당은 ‘정신나간 집단’이라고 매도하기 바빴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 ‘폭침’이라고 규정하며 마치 새누리당 브리핑으로 착각이 들만큼 북한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니깐 이 글은 천안함 사태의 진상을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신매카시즘의 공포…당신의 옆자리가 싸늘해

22일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손 잡고 통합진보당 김재연,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공동발의했다.

이른바 경기동부라고 불리우는 진보정치의 특정 정파가 자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짓도 서슴치 않는다는 점은 매우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여지없이 ‘안보 장사’에 바빴다. 그들은 국회 본회의 시간에 누드사진을 검색질하면서 옆에 동료의 사상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런 의원과 손잡고 동료 의원의 사상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먼서도 한편으로는 새누리당을 ‘성누리당’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걸 ‘섹드립 장사’라고 명명해도 좋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때부터 연대해온 통합진보당의 추락의 길에 ‘초록은 동색’이라는 오해를 받을까봐 급하게 손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추락하는 통합진보당에 돌 까지 던지는 형국이다.

‘우리는 통합진보당과 달라요’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중도표를 잃게 될 걸 우려했던 민주당은 성급히 안보관을 수정했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말미암아 유행어가 된 ‘종북주의’와의 단절을 외치며 정책적으로 별 차이 없는 통합진보당과 결별하고 종북주의 공세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4일 민주당 대선평가위는 당의 미래발전을 위한 당내 주요인사 59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71.5%가 “종북세력과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중도노선으로 지지층을 넓혀야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71.1%가 찬성했다.

국무부에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이념 공세를 펼치는데에 앞장섰던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의 이름을 딴 ‘매카시즘’.

사실 무서운 것은 매카시가 아니라 매카시의 말에 찬동하고 마녀사냥에 동참하는 평범한 내 이웃이었다. 유태인은 전염병을 옮긴다는 공포를 주입한 결과 교사, 세탁소주인이 등 평범한 내 이웃이 유태인 학살에 동참했듯, 원래 무서운 건 매카시가 아니라 내 옆자리 싸늘함이다.

진정한 애국자는 모든 혐의를 벗어난다?

민주당의 변화된 안보관은 살아남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일지 몰라도 제1야당이라는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신매카시즘의 공포만을 불러일으킨다.

민주당의 서영교 의원이 24일 박근헤 정부 출범 1개월 평가 기자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갑자기 대한민국에 종북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매카시즘 열풍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이 하던 ‘색깔론’, ‘간첩단 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했는데 그 냄새가 다시 나기 시작한다. 정당을 종북좌파로 몰아붙이면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데 다시 한번 지적코자 한다”

“복지로 대통령 된 사람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매카시즘 열풍을 몰고 있다. 진정한 안보가 대한민국에 필요하다. 진정한 평화가 필요하다. 막강한 군사력과 힘이 필요하다”

“엉뚱하게 종북좌파 논쟁으로 시선을 흐릴 것이 아니라 진정한 안보, 진정한 애국, 진정한 국가안위를 위해 제대로 된 국방장관, 제대로 된 국방준비를 해야 한다”

서영교 의원은 해당 발언 이틀 전, 통합진보당 김재연-이석기 의원 자격심사안에 서명했다.

막강한 군사력과 힘을 주장하고 진정한 안보와 애국을 부르짖으며 매카시즘을 비판하는 모순, 매카시즘을 비판하면서 동료 의원의 사상 검증을 하겠다는 모순, 이것이 변화된 민주당의 안보관이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은?

사태의 발단은 지난 총선 통합진보당에서 벌어진 비례대표 부정선거 논란으로 촉발됐다.

김재연,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내 경기동부 정파가 자파 의원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정파선거를 저지른 사건, 그래서 관심있는 국민이라면 이제 진보정치 내부의 NL/PD의 차이마저 얼추 알 정도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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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통진당 중앙위의 폭력사태의 한 장면

또한 정당의 주요 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 정당 대표가 온국민이 보는 앞에서 자당 당원들에게 두들겨 맞는 엄청난 사태도 벌어졌다.

하지만 당시 당권파는 사과하지 않았다. 비례 후보가 사퇴하는 것과 비례 후보로 당선된 자가 사퇴하는 것은 분명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일부의’ 부정선거 사실마저 인정하지 않고, 폭력 사태마저 정당화했던 태도는 사건 자체로도 충격적이었지만 그것이 진보정당이었기에 파급력이 더 높았던 것이다.

진보정당이 죽을 쑤어도 인정 받던 단 하나, ‘그래도 쟤들은 다르겠지’라는 도덕적 우위와 청렴성이 추락한 것이다.

지켜보던 진보진영 내 다수의 불편함은 그랬던 것이다. 국가보안법과 종북주의 공격, 그들이 사고칠 때마다, 그들이 억압당할 때마다 구원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던 ‘동지’들이 더이상 그들과 할 수 없다고 배타적 지지를 철회하고 등 돌린 것은, ‘언제까지 너희 뒷수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냐’는 자조도 있었던 것이다.

일본 좌파들의 우치게바….배워서는 절대 안될 것

일본의 진보정치와 좌파가 몰락한 계기 중의 하나로 ‘우치게바’라는 것이 있다. 자기 파벌과 정파의 정당성을 절대적으로 고집하면서 상대를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을 넘어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상대 정파를 소멸시키는 것을 정당화시킨 파멸적인 행동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그것을 보면서 일본 국민들은 진보와 좌파에 대해 환멸을 느꼈고, 그렇게 진보와 좌파는 침몰하기 시작했다. 통합진보당 내의 정파갈등과 폭력사태를 보면서 그 ‘우치게바’를 느꼈다면 과한 것일까.

한국 진보정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과거 운동권들의 정서와 논리가 아니다. 불과 몇 년전 진보와 좌파에 대해서 희망과 기대를 걸고 술자리에서 ‘진보정치’에 대해 이런저런 비평과 비판, 그리고 기대들이 오갔던 모습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오히려 진보정치가 대화의 소재에 오르는 것을 회피하고 저어하는 것이 지금 우리 주변의 모습이다. 그것이 진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무서워해야 하는 모습이다.

물론 통합진보당에 대한 마녀사냥이나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들에 대한 색깔론은 안보를 팔아 자신의 정략을 달성하려는 안보장사 냉전 비즈니스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에 대해 옹호 또한 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통합진보당이 과거 자신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자기비판하고 성찰하지 않는 한 그들을 옹호할 수는 없다. 그들에 대한 마녀사냥과 색깔론을 비판할 지언정 그들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진보세력의 역할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두 가지의 역할을 모두 취해야 한다.

진보를 일그러지고 왜곡된 모습으로 만들어놓고, 그 왜곡된 이미지를 색깔론으로 철저하게 이용하는 새누리당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단호하게 비판하는 것이 제대로 된 진보세력의 한 역할이라면, 또다른 역할은 진보정치의 왜곡된 이미지와 잘못된 행태를 철저히 비판, 혁신하면서 달라진 진보정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진보’라는 말이 부정선거, 내부 폭력, 정파이기주의, 북한 편향이라는 말과 동일시되는 한, 보수우파들의 마녀사냥과 색깔론 공세를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걸 외부 탓으로 돌리며 진지하고 뼈아픈 내부 성찰과 혁신을 외면한다면 진보의 미래는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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