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와 음악은 어디서 유래한 것?
    [책소개] 『자연모방』(마크 챈기지/ 에이도스)
        2013년 03월 24일 11: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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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어떻게 복잡한 언어를 태어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서부터 배우고,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고, 몸을 들썩이게 하는 음악, 한 번 들으면 귓전을 떠나지 않는 음악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소리와 인간의 청각 체계는 진화론적으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과연 인간과 유인원의 본질적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와 음악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런 단순하지만 아주 흥미로운 물음에 대한 진화생물학자의 대답이 들어 있다.

    자연모방

    ‘소리’와 인간의 ‘청각 체계’에 대한 남다른 통찰

    현대인들은 인간의 청각이 인류의 진화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쉽게 간과한다. 시각 등 다른 감각에 비해 비중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청각 능력이 수억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며, 소리야말로 우리 주변의 사건을 감지하는 주된 감각이라고 말한다.

    놀랍도록 정교한 청각 체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소리만 듣고도 그 소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소리를 내는 물체가 내게 다가오는지, 내게서 멀어지는지, 나를 지나칠 것인지 분간할 수 있다. 이런 정보가 진화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은이가 특히 소리와 인간의 청각 체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간의 진화에서 이만큼 중요한 감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어와 음악의 유래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자연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인간들과의 상호 작용에 본질적 요소가 바로 언어와 음악이다.

    언어 본능? 음악 본능? 그런 것은 없다.

    그렇다면, 언어와 음악은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 스티븐 핑커 말마따나 언어 본능이 인간에 내재한 탓일까? 인간에게 음악 본능이란 게 있기 때문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들도 음악에 맞추어 궁둥이를 흔들 수 있는 것일까? 지은이는 인간에게 언어 본능이나 음악 본능은 내재해 있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역으로 지은이는 이렇게 질문한다. 언어가 없던 마지막 조상 중 한 명이 빙하에서 얼음 상태로 발견되었다가 소생해 현대의 도시로 온다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지은이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조상들이 살던 자연의 세계와 현대 도시의 세계는 들리는 소리에서부터 언어와 음악이 아주 다르지만, 결국 본질적 측면에서 인간은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을 흉내 낸 현대인의 언어와 음악을 받아들이는 데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언어가 비슷한 특질을 가진 것은 자연의 소리를 흉내 냈기 때문이다.

    우리가 듣는 사건은 대부분 ‘때리기’, ‘비비기’, ‘울리기’의 세 가지 기본 요소로 이루어진다. 지은이는 자연의 음소를 물리적 사건의 세 가지 주요 성분은 때리기, 즉 고체가 다른 물체가 부딪힐 때 나는 소리와 고체가 상호 작용하는 것인 비비기에서 나는 소리 그리고 때리기와 비비기 이후 나는 울리기에서 찾는다.

    인간의 언어는 이 세 가지 음을 그대로 흉내 낸 파열음(때림음), 마찰음(비빔음), 울림음(공명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리적 사건에서 충돌, 부딪힘이 일어난 후 마찰과 울림이 일어나듯 인간의 언어도 파열음이 마찰음보다 먼저 발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언어를 살펴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은 사람의 동작처럼 소리난다.

    청각은 뛰어난 동작 감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물체의 소리를 해석하여 동작의 성질을 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 ① 나와의 거리, ② 내 시점에서의 방향, ③ 속력, ④ 행동이나 걸음걸이 등 네 가지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인간의 청각 체계는 거리는 음량으로, 방향은 음높이로, 속력은 초당 발걸음 수로, 행동과 걸음걸이는 발소리 패턴과 강약으로 단서를 삼아 읽어낸다. 이는 음악의 요소인 음량, 음높이, 빠르기, 리듬과 박자와 고스란히 닮아 있다.

    사람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 중에서 가장 정보 가치가 큰 성분이 음악의 기본 구성 요소가 된 것이다. 이처럼 지은이는 인간이 움직일 때 나는 소리가 정확히 음악의 음높이와 음량 리듬과 박자, 화음에 모방되어 있음을 매우 설득력 있고 과학적으로 주장한다.

    명쾌하고 재기 넘치는 신경과학자의 발칙한 ‘언어와 음악의 진화론’

    이 책은 인간이 진화하여 언어와 음악을 발명하고 향유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깬다. 인류의 뇌는 지금이나 유인원 시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언어와 음악은 인간이라는 유인원과 공생하는 자연을 닮은 인공물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이 인간의 뇌를 응용했다고 주장한다.

    대담한 주장과 유쾌한 농담으로 과학계는 물론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지은이의 소리와 청각 체계에 대한 과학적 통찰, 자연과 문화에 대한 색다른 시각, 음악과 언어에 대한 독창적이고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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