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설과 그림자
[에정칼럼] 태국 라용의 야경이 감추고 있는 것들
    2013년 03월 22일 0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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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남동쪽으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해안가에 위치한 라용. 한 번 방문하면 또 오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태국이 자랑하는 유명 관광지들과 비교해보면 우리에게 라용은 여전히 낯설다.

그렇지만 방콕에서 가깝고 바다에 인접해있는 곳인 만큼, 답답한 도시에서 벗어나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조용한 휴양지로 현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싱싱한 해산물, 풍부한 열대과일, 맑은 공기,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과거형으로 말이다.

현재 라용은 그리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1980년대 라용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선 이후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한 언론을 통해 ‘태국의 디트로이트를 꿈꾸는 도시’로 소개된 라용의 맙타풋 산업단지는 태국 최대 규모이자, 전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다섯 개의 산업단지와 하나의 항구를 보유하고 있는 라용 산업단지에는 147개의 공장들이 입주해있다. 석유나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섬유나 자동차, 전자제품, 합성수지 등을 만드는 데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1982년 태국 정부의 동부해안지방 개발사업(Eastern Seaboard Development Project)으로 건설된 라용 산업단지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투자에 힘입어 태국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라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수도 방콕의 3배에 이른다.

라용 맙타풋 산업단지 지도 ⓒ유예지

라용 맙타풋 산업단지 지도 ⓒ유예지

여기까진, 라용에서 더 이상 자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는 없지만, 경제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정도로 넘어가 보자.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들을 산업단지에 유치하고 국내총생산을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끌어올려 태국의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라용 산업단지,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산업단지가 확장되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1988년, 1991년 2003년 세 차례에 걸친 확장으로 산업단지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와 농토, 해안가를 침범하게 되었다. 집과 학교 근처의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으로 사람들은 숨쉬기조차 힘들어지게 되었고 1997년에는 산업단지 인근의 한 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병원으로 실려 가는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로 인해 중금속으로 우물이 오염되고 수은과 같은 중금속이 바다로까지 흘러들어가 지역 주민들의 먹거리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공장들은 유해폐기물을 무단으로 투기했으며 항구와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간척한 바다는 해안 침식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평온한 삶과 아름다운 자연은 사라지고 태국 경제성장의 주역, 태국 내 GDP 1위라는 그럴듯한 수식어만 남았다.

물론, 태국 정부와 라용에 위치한 산업공단관리청은 국내 사회이슈로까지 대두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산업단지 내 공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주민들의 참여와 충분한 정보 제공을 골자로 한 환경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었다. 산업공단관리청은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으며 문제 발생 시 주민들이 신속하게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마을 곳곳에 핫라인을 설치하였다고 밝히며 우리는 소통을 중요시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용 맙타풋에 위치한 산업공단관리청 ⓒ유예지

라용 맙타풋에 위치한 산업공단관리청 ⓒ유예지

그러나 2013년 현재, 주민들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1월 방문한 라용 맙타풋의 한 마을 주민은 불과 몇 주 전 자신의 망고농장 근처에 쌓인 하얀 흙더미를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는 말을 전해왔다. 이들은 사전에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하였고, 어느 날 망고농장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시민단체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하얀 흙더미의 정체를 밝혀보니, 이것은 석고 폐기물이었다. 그리고 무단으로 투기된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산업공단관리청의 허가를 받은 태국의 두 화학공업 기업이 이곳에 폐기물을 처리한 것이었다. 망고농장 주인아저씨와 시민단체 활동가는 이 석고 폐기물들이 물을 오염시켜 망고 수확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걱정하였다.

폐기물이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직접적인 피해를 본 상황은 아니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 이들은 더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들이 요구한 것도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망고농장(위)과 석고폐기물과 쓰레기더미(사진=유예지)

망고농장(위)과 석고폐기물과 쓰레기더미(사진=유예지)

그리고 이렇게 탈 많은 라용의 산업단지 모델은 버마의 다웨(Dawei)로 향하고 있다. 라용 산업단지의 8배 규모로 말이다.

이 프로젝트는 버마,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을 아우르는 대륙부 동남아의 새로운 관문이 될 다웨에 공업단지와 발전소, 심해항구를 건설하는 종합개발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태국 정부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정부와 접촉 중에 있으며, 작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태국에 방문했을 때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동남아 시민단체들은 라용 산업단지의 파괴적인 개발의 복사판이 될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프로젝트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관련 정보 공개 및 공청회 개최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 개발들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정부와 개발업자들, 기업들이 수익을 사유화하는 반면, 왜 그 부정적인 영향들은 사회화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개발의 역설 때문이다. 개발은 환경 파괴를, 주민들의 고통을 어둠 속에 숨긴 채 경제성장, 국익의 증대라는 표현만을 밝게 비춘다. 밤에도 밝게 빛나는 라용 산업단지의 아름다운 야경에 반하기 전에, 어둠 속에 감춰진, 개발을 위해 희생되어야 했던 주민들과 환경을 생각해야할 것이다.

 라용 산업단지의 야경 ⓒ유예지

라용 산업단지의 야경 ⓒ유예지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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