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긴급조치 1,2,9호 위헌"
    "유신악법, 드디어 역사의 심판 받아"
        2013년 03월 21일 03: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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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21일 유신 시절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해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헌재는 유신헌법 53조와 긴급조치 1, 2, 9호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대통령 긴급조치 1호, 대통령 긴급조치 2호,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긴급조치 9호)는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긴급조치 1, 2호에 대해선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나 방법의 적절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다”고 밝혔다.

    긴급조치 9호에 대해서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헌법 개정권력 주체인 국민의 주권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긴급조치 1·2·9호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53조는 심판 대상에서 제외됐다.

    1972년 12월27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유신헌법 공포식. 그래 10월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박정희는 11월21일 91.5%의 찬성률로 국민투표를 통과한 유신헌법을 이날 공포함으로써 종신독재의 시대를 열었다. 보도사진연감

    1972년 12월27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유신헌법 공포식. 그래 10월17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박정희는 11월21일 91.5%의 찬성률로 국민투표를 통과한 유신헌법을 이날 공포함으로써 종신독재의 시대를 열었다. 사진은 보도사진연감

    “부유층은 분식 안 먹어” 발언으로 징역 3년

    이번 선고는 1974년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지낸 오모씨가 2010년 헌법소원에 따른 결정이다.

    오모씨는 버스에서 만난 여고생에게 “정부가 분식을 장려하는데 고관과 부유층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 유신헌법을 반대 또는 비판을 금지하는 긴급조치 1호를 어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또한 긴급조치 2호에 따라 비상군법회의 재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오모씨는 2010년 재심을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산고 받고 국가로부터 1억8천여만원의 배상 판결을 확정 받은바 있다.

    긴급조치 형사처벌 1,140명, 재심 청구 길 열려

    유신헌법은 1972년 제정됐다. 53조는 대통령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경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조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긴급조치 1~9호를 발령한 바 있다.

    긴급조치 발동 언론보도

    긴급조치 9호 선포를 보도한 조선일보 지면

    1호는 헌법 비방이나 유언비어 유포 행위를 일체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법관의 영장없이 체포, 구속할 수 있는 규정이다. 2호는 긴급조치 위반자를 일반 판사가 아닌 군인이 재판장을 맡는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받도록 하는 규정이며, 9호는 허가받지 않은 집회시위, 정치 관여 행위 모두를 금지하는 규정이다.

    긴급조치 1~9호 규정으로 재판이 진행된 건수는 589건이며, 처벌 받은 사람은 1,140명이다.

    이번 위헌 결정으로 이들 피해자들이 보다 쉽게 재심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날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긴급조치 위헌 판결에 대해 “유신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숨통을 틀어막았던 유신 악법이 드디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됐다”며 “부끄러운 유신독재의 과거사를 철저히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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