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는 불안을 이용해 다가온다
    [미드로 보는 세상]중산층의 불안과 마약 소재의 미드...‘위즈(Weeds)'와 ’브레이킹 베드(Breakin bed)'
        2013년 03월 21일 01: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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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유명 연예인들이 최근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을 상습투약한 혐의로 입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프로포폴’이라는 이름은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사실 국제적으로 ‘마약청정국’으로 지정되어 있는 한국의 경우 일반인들에게 ‘마약’이라는 것은 좀 먼 이야기인 것이 사실이다. 가끔 연예인들이 연루된 뉴스나 때로 고소득층 자제들의 문란한 행태 등으로 보도되어 알게 될 뿐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역시 다양한 신종 ‘합성마약’의 유통판매가 급증하고 ‘마약청정국’이라는 지위를 악용하여 오히려 한국을 마약유통의 거점이나 경로로 삼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마약과 관련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에 처하고 있다.

    ‘마약’과 관련해 한국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아마 1965년에 일어났던 소위 ‘메사돈’파동일 것이다. 원래는 ‘아편’중독자들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메사돈’이라는 약품이 합법적인 의약품에 재합성되어 중노동에 지친 농어촌 산간지역의 민초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대량의 중독자가 만들어진 사건이다.

    여기에 연루된 제약회사들이 여러개였으며 갑자기 급증한 마약중독자의 숫자도 이전의 3배가 넘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사건이다.

    메사돈

    1960년대 한국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메사돈

    이후에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한 ‘대마초 파동’, 그리고 90년대 본드와 부탄가스의 시대(?)를 지나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신종 ‘합성마약’등이 거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이제 서서히 주변에서 목도할 수 있는 한국의 ‘마약’문제는 사실 이미 전 세계가 가장 골머리를 썪고 있는 문제이다.

    연구에 따르면 ‘마약’을 오남용하고 있는 인구는 세계적으로 약 2억명에 달한다고 하며 그 규모는 매년 수천억달러를 훌쩍 넘어간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마약산업이 해당 국가의 가장 큰 산업이 되기도 하며 전쟁과 국제분쟁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도 하다.

    이처럼 ‘마약’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 해외, 특히 ‘범죄와의 전쟁’이 아닌 ‘마약과의 전쟁’을 이미 수 십년간 해오고 있는 미국에서는 당연히 ‘마약’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매우 많이 만들어져 있다.

    ‘마약’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한국 조폭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것처럼 폭력이 난무하는 그런 작품들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워낙 각종 ‘마약’이 일상화(?) 되어있고 그 유통경로, 사용자 등도 광범위하게 일상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미국드라마에서 다루는 ‘마약’문제는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유쾌하기까지 하다.

    ‘마약’을 소재로 한 드라마 중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있는데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가장 좋아한다는 ‘와이어드’처럼 흑인 슬럼가의 청년들이 어떻게 마약조직의 일원이 되어 살아가는가를 다룬 무거운 작품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무겁디 무거운 작품들 보다는 오히려 오늘 소개할 ‘위즈’와 ‘브레이킹 배드’처럼 ‘블랙코미디’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다.

    벌써 8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는 인기 미드 ‘위즈(Weeds)’는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페미니스트 정치참모로 출연했고 영화 ’레드‘에서 콜센터 직원 역할을 했던 ’메리 루이스 파커‘가 원톱 주연을 맡고 있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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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매력적인 메리 루이스 파커에게 빠져보시라

    전작들을 보신 분들은 느꼈겠지만 ’메리 루이스 파커‘는 아주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배우인데 이 마약을 소재로 한 ’19금‘ 드라마에서 그 매력을 200% 발휘한다.(그 매력이 무엇인지는 보면 알게 된다) 섹시하면서도 귀엽고 또 엉뚱한 매력을 가진 ’생계형 주부 마약딜러‘를 연기하는 그녀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드라마 제목인 ‘위즈(Weeds)’는 ‘대마초’의 미국판 은어다. 주인공 여성 ‘낸시 보트윈’은 미국의 한 교외 중산층 마을에서 남편이 갑자기 사고로 죽고 말썽꾸러기 아들 둘을 마저 키워야 하고 그간 유지해왔던 수영장 딸린 집과 중산층으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없기에 생계를 위해 ‘대마초’를 판매하는 마약딜러로 나선다.

    굉장히 깔끔하고 세련된 듯한 삶을 살아가는 듯한 미국 중산층이 얼마나 마약에 무분별하고 또 그것이 중산층들의 암묵적인 합의속에서 산업으로 커져가고 있는지를 아주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주인공 ‘낸시 보트윈’이 작은 마을의 신입 마약딜러에서 신제품으로 시장을 석권해가며 종국에는 미국과 멕시코의 마약카르텔의 거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이 이상한 마음으로 응원하며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무려 8년째 연재되고 있는 드라마다 보니 그 사이에 발전하는 미국 마약산업의 다양한 형태도 드라마에 등장한다.

    전통적인 멕시코를 통한 마약 카르텔에서 시즌이 진행되어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일 때는 주요한 대마초 원료가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대규모로 밀반입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며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유통과 판매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워낙 자유분방한 소재를 거의 막장 수준으로 다루는 미국 드라마들 사이에서도 ‘막장 오브 막장’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황당한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드라마지만 의외로 미국 중산층의 눈물겨운 가족유지하기의 쓸쓸함도 간간히 묻어나오기에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다.

    두 번째로 함께 소개하는 미드는 최근년 방영된 미드중에서 작품성 1위를 ‘왕좌의 게임’과 다투고 있는 수작 ‘브레이킹 베드(Braekin bed)’이다. 최근 로버트 레드포드가 맡은 선댄스채널을 자회사로 두고 기존의 명작 미드 채널 ‘HBO’의 아성을 위협하며 새로운 명작 미드 채널로 등극하고 있는 미국의 ‘AMC’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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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브레이킹 베드’는 올타임 넘버원 미드 ‘X-Flie’의 ’빈스 길리건‘ 감독이 감독 연출을 맡았고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탄탄한 연기파 주인공들이 호연을 펼쳐 평단과 관객들에게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다.

    역시 ’마약‘을 소재로 하고 있는 드라마이기에 19금이며 앞서 소개한 ’위즈‘가 중산층 여성 가장의 황당/유쾌/발랄한 ’마약딜러‘ 되기라면 ’브레이킹 베드‘는 서민층 남성 가장의 잔인/고독/어두운 ’마약왕‘ 되기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

    뉴멕시코주에서 비정규직 화학교사로 일하면서 장애인 아들과 둘째를 임신한 부인을 둔 주인공 ‘월터 화이트’는 학교가 끝나면 세차일을 하며 투잡을 뛰고 있지만 도저히 생활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앉고 빚만 늘어간다.

    그러다가 갑자기 ‘폐암말기’선고를 받으면서 남겨진 부인과 자녀들에게 가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자 죽기전 한탕을 결심하게 된다. 황당하게도 그 한탕이 바로 발군의 화학실력을 발휘하여 ‘메스암페타민’, 그러니까 ‘필로폰’ 일반적으로는 ‘히로뽕’으로 알려져 있는 마약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이 ‘필로폰’은 말그대로 화학적 방법을 통해 정제해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발군의 화학실력은 순식간에 마약시장에 나도는 저질 필로폰과는 수준이 다른 아주 순도 높은(?) 고급 제품으로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일견 황당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 드라마는 매우 무겁고 또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남겨질 가족들에게 돈을 마련해주고 싶은 말기환자의 발버둥과 고뇌는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위즈‘가 대마초라는 다소 약한 마약을 다루고 있다면 ’브레이킹 베드‘는 ’필로폰‘이라는 강력한 마약을 다루는 만큼 그 내용도 더 무겁고 잔인하다.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 그러니까 화학교사 ‘월터 화이트’가 순도높은 필로폰을 제조하는 역할이라면 이것을 유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월터 화이트’가 과거 고등학교에서 가르쳤던 제자 ‘제시 핑크맨’이다.

    말 그대로 사고뭉치에 가까운 그가 자기의 학교스승과 함께 하면서 점점 성숙해져 가는 과정은 제대로 된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스승과 제자가 손을 잡고 마약을 제조하고 유통해가며 ‘마약왕’이 되어간다는 이야기가 황당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사실 얼마전 한국에서도 논술학원 강사와 제자가 손을 잡고 합성마약을 밀반입 유통시키다가 경찰에 걸린 사건이 있었다고 하니 의외로 사제관계는 비즈니스관계로 전환되기가 쉬운가 보다.

    인상적인 것은 ‘위즈’와 ‘브레이킹 베드’ 모두 평범한 중산층 또는 서민층이 어떻게 극심한 불안에 처하고 거기서 마약산업에 들어가게 되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약청정국’으로 분류되어 있는 한국사회는 이런 삶의 불안에서 마약산업으로 빠져드는 이야기들과 상관이 없을까? 우리는 과연 이로부터 안전할까?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마약인구는 적게는 30만에서 많게는 100만명 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슬프게도 최근에 한국에서 급속히 유행하고 있는 ‘디자이너 드러그‘(designer drug 합성마약)이나 여타의 신종 마약들은 일각에서 ’살 빠지는 약‘ 심지어 ’공부 잘 하는 약‘으로 소개되며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마약유통의 원인이지 않을까? 과도한 경쟁, 성과중심의 업무, 학력과 외모에 대한 유래 없는 집착 그리고 지속되는 중산층과 서민층의 생계불안과 양극화는 한국에서 마약산업이 싹 틀 수 있는 강력한 조건으로 작동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때로 무언가에 중독될 때 마약이나 도박 등을 비난하지만 왜 그것이 사람들을 중독시키는지는 쉽게 잊어버린다. 정작 악마는 당신 삶의 구체적인 불안을 이용해 찾아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청년유니온에서 정책기획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제민주화2030연대와 비례대표제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술, 담배, 그리고 미드와 영화를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가장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대부분의 사업계획이나 아이디어를 미드나 만화에서 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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