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가 보여준 한국 타자들 숙제
[야구 좋아]힘, 정확도, 달리기, 수비, 어깨 중 최고는 '힘'
    2013년 03월 19일 02: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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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WBC에서 가장 의외의 팀을 뽑으라면 가장 먼저 네덜란드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네덜란드 타자들 보고 많이 놀랐다.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스윙에 거침이 없다. 실수는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풀스윙.

물론 한국도 가장 의외의 팀이다. 지난번 대회 준우승팀이 홈런 꼴랑 하나치고 1라운드 탈락.

쿠바를 꺾고 WBC 4강에 오른 네덜란드(TV화면)

쿠바를 꺾고 WBC 4강에 오른 네덜란드(TV화면)

대만야구 기억하는가? 한국이 대만한테 여러 번 깨진 적이 있는데 사실 패턴은 일정하다. 어어하다가 한 대 크게 얻어맞은 뒤 완전히 몰아서 맞는다. 정교함이 떨어지더라도 한방으로 해결하려는 성향. 슬라이더에도 무조건 풀스윙하는 경향. 그런데 wbc나 올림픽에서 보던 쿠바도 이와 똑같다. 단지 쿠바는 더 빠른 패스트볼에도 대처가 좋다는 점이 다르지만.

이번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을 보자. 타순이 한바퀴 돌 때쯤 공이 익기 시작하는지 막 털린다. 실투에 용서가 없다. 조쉬 해밀턴에게 맞은 홈런을 보라. 이거다 싶으니 정말 무섭게 후리지 않는가? 추신수를 보라. 공이 스트라잌 존에서 약간 위로 오는 볼 판정의 공인데도 자신의 감각을 믿고 어퍼로 후려치는걸 좋아한다.

이상은 최근 한국야구에서 보기가 꽤 어려워진 장면이다. 장타 자체가 줄었다.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리그의 홈런수는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장타 툴을 갖춘 유망주 자체가 씨가 말라간다.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선수를 평가할 때 흔히 5툴을 본다고 한다. 정확도, 힘, 달리기, 수비, 어깨를 통틀어 5툴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가장 높게 치는 게 무엇일까? 순서가 시대별로 좀 달라지기는 했는데 언제나 5툴의 최고봉은 힘이었다. 유독 그 친구들이 마초적인 성향이어서가 절대 아니다.

야구에서 승리하는 조건이 무엇인가? 점수를 얻는 것이다. 야구가 아무리 투수놀음이라지만 결국은 점수를 내야 이기는 게임이다. 점수를 가장 확실하게 내는 방법은 홈런이다. 타자가 친 타구가 멀리 갈수록 점수를 낼 확률은 올라간다. 이미 1940년대에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한 타자는 포드를 몰고 홈런 타자는 캐딜락을 몬다”는 말이 있었다.

게다가 힘은 타고나는 툴이다. 타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타자는 가끔 있을지 모르겠지만, 홈런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타자는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는 단 둘이다. 원래 힘이 좋았던 타자가 타격에 눈을 떴다던가, 아니면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던가. 없던 힘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교생들 보면 어떻게든 삼진 안당하려고 오만가지 노력을 한다. 이해는 한다. 일단 감독들이 삼진을 당하면 매우 질책한다. 마치 삼진은 절대 당해서는 안되는 금기시되는 어구와도 같다. 언젠가부터 도입되었던 나무배트는 너무나 무겁다.

김성근 감독은 나무배트가 고교야구에 처음 도입되던 때부터 반대를 분명히 했다. 고교생들이 자기 스윙에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공을 갖다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었고 그것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요새 고교야구 타자들은 어떻게든 점수를 내기 위한 야구를 한다. 타자 자체가 줄었으니 안타가 나는 빈도는 더욱 줄어들었다. 어쩌다가 2루타라도 나면 정말 하늘이 내린 기회다. 그렇게 어떻게든 주자가 나가면 번트 대야지. 1사 2루나 3루면 어떻게든 공을 굴려서 주자가홈을 밟기만 바란다. 주말리그제가 생기고는 팀이 이기질 못하면 이젠 전국대회 문조차 두드리기 힘들어졌다. 지역배려가 생겼지만 만능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한국야구도 일본만큼이나 투수를 우선시하는 풍조가 강해졌다. 한기주는 김진우보다 낫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당시 계약금으로 10억을 받았다. 최근에는 유창식이 7억을 받는 등 유망주 투수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반면 야수는? 최근 하주석이 계약금으로 받은 3억이 화제가 될 정도로 찬밥이었다. 그런 면에서 하주석 이후 최근 드래프트 경향은 구단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2라운드에서 야수를 지명하면 파격이라고까지 소리를 들었지만, 작년에는 많은 구단이 1라운드에서 야수를 지명했다.

야수 유망주에 대한 대우가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최근의 장타 부재 현상은 야구선수 풀의 크기도 문제지만 좋은 유망주가 죄다 투수로 몰리는 것이 1차적인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야구계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야구 지도자들은 삼진을 너무 의식하지 말라고 기를 북돋아야 한다. 삼진을 의식하면 좋은 스윙, 특히 장타를 의식한 스윙이 나올 수 없다. 추신수나 김태균을 보면 홈런에는 어느 정도는 감각적인 부분도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홈런보다 값진 안타 이러한 해설자들의 인식도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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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웹진 '이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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