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총리, '평화헌법' 개정 노골화
        2013년 03월 13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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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 평화헌법을 수정하기 위한 발언과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9일 아베 총리는 BS아사히 TV에 출연하여 평화헌법의 수정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유엔 헌장의 7장을 근거로 “국제사회의 집단 안전보장에 책임있게 참여하기 위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그가 거론한 유엔헌장 7장은 “유엔 안보리가 특정 국가에 대해 경제제재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경우 집단안전보장의 일환으로 유엔군을 구성해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즉 유엔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군사행동에 일본 군대가 참여하고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군대 보유와 무력 사용을 금지하는 평화헌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일에도 아베 총리는 “국제사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돈만 내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문제들에 직면할 수 있다”며 돈이 아니라 군사력으로 국제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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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선거에서 자민당의 공약을 홍보하고 있는 아베 총리

    평화헌법의 핵심은 제9조이다. 9조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할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는 제1항과 ‘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과 그 외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제2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일본 보수우익세력들은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군대 보유와 무력사용 권한을 보장하는 헌법으로의 개정을 오랫동안 추진했지만  평화헌법 포기에 대한 일본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어서 수면 위에서는 소극적인 편이었다.

    그런데 작년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하고 보수우익 정치인의 대표격인 아베 총리가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평화헌법 무력화와 개정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이다.

    작년 말 총선에서도 아베 총리는 군대의 보유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개정해 자위대를 국민군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더욱이 일본의 보수우익세력들은 최근의 북 핵 실험과 한반도 위기 고조를 핑계로 헌법 개정과 군사력 사용에 대한 찬성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의 국민 여론에서도 과거와는 달리 헌법 개정에 대한 부정적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형편이다. 일본 사회 전반의 우경화와 보수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독도와 센카구열도(중국명 띠아오위다오) 분쟁 등을 조장하는 것도 일본 우경화와 보수화를 촉진하는 기제이다.

    일본 이미지사진

    그동안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의 전제 조건인 중의원, 참의원의 각각 ‘3분의 2’가 찬성해야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다는 점이 과도하다고 쟁점화하면서, 개정 발의 요건을 ‘2분의 1’ 찬성요건으로 바꾸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절차의 변경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평화헌법 무력화와 수정을 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연립여당 내에서 헌법 개정에 부정적인 공명당을 제외하더라도 개정에 적극적인 일본 유신회와 자민당의 의석을 합치면 중의원에서 3분의 2를 넘는다는 점을 배경으로 한다.

    12일 공명당 대표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군사력 행사가 포함된 유엔군에는 참여할 수 없다며 아베 총리의 헌법 개정 행보에 비판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작년 12월 중의원 총선 결과 전체 480석 중 자민당이 294석, 연립여당에 참여하는 공명당이 31석으로 연립여당이 480석의 3분의 2(320석)을 상회한다. 공명당 외에도 헌법개정에 적극적인 일본유신회의 중의원 의석이 54석으로 자민당이 유신회와 손을 잡아도 3분의 2를 훌쩍 넘긴다. 일본 유신회는 작년 총선에서 평화헌법의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게다가 제1야당인 일본민주당 내에서도 헌법 개정에 적극적인 세력도 적지 않은 편이다. 평화헌법을 강하게 옹호하는 정치세력은 사민당과 공산당인데 이들이 얻은 의석은 각각 2석과 8석으로, 의미있는 비판세력의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올해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평화헌법 무력화와 수정을 주장하는 세력이 3분의 2를 넘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 시점을 헌법 개정 시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9일 방송 출연에서 헌법 개정 의사를 밝힌 이후 아베 총리는 일본 유신회와 비공개로 회동하여 헌법 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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