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회(两会)와 중국정치
    [중국과 중국인] 전인대와 정협, 중요하지만 실권은 약한 대회
        2013년 03월 13일 10: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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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중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 중의 하나인 양회, 즉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中华人民共和国全国人民代表大会)와 정협(政协, 中国人民政治协商会议) 회의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이 두 대회는 통상적으로 전년도 가을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선출된 당과 중요한 국가기관의 새로운 책임자를 국가 법체계를 통해 공식적으로 공표하고 동시에 당의 향후 국정운영 계획을 각종 법률과 제도정비로 뒷받침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작년 공산당대회에서 새롭게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13억의 중국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25명의 실력자들)들을 포함한 새로운 인물들을 국가기관의 요직에 공식적으로 임명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중국 권력지도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들 두 기관의 실제적인 권력이 아주 미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들 두 기관의 최고 책임자들이 공산당에서 서열 3위와 4위에 해당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국무원의 경우 총리와 부총리 4명 등 모두 5명이 정치국원인 반면 전인대는 위원장을 제외하면 상임부위원장 1명만이 정치국원이고 정협은 주석을 제외하면 정치국원이 한 명도 없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전인대 위원장과 정협 주석을 제외한 두 기관 고위 간부들의 구성을 보면 당에서 연령제한에 막혀 더 이상의 고위직, 예를 들면 당 정치국원이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하지 못한 사람들이 배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이 전인대와 정협을 중국공산당의 양로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은 전인대를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규정하고 있고 또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헌법과 법률을 초월한 특권을 가질 수 없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적 상황 아래서 중국공산당의 지휘를 받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의 대표로 선출된 사람들 중 공산당원의 비중은 이미 70%를 넘어섰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각종 국제기구 진출과 외교관계의 증가로 인해 입법권을 갖고 있는 전인대의 역할이 조금 확장되기는 했지만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협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라는 정식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에 존재하는 각 정치세력들과 계층들 간의 협상을 진행하는 기관이다.

    즉 중국공산당이 지휘하는 중국의 정치현실에서 공산당을 제외한 모든 민주당파들(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8개의 정당)을 비롯해 경제, 문화, 예술 등 각 분야의 상징적인 인물들(유명한 영화배우 공리(巩俐), 탁구선수 떵야핑(邓亚萍) 등이 정협 위원을 역임했으며, 이번에는 홍콩의 영화배우 조우싱츠(周星驰, 주성치)도 정협위원에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과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소수 민족의 대표들을 참여시켜 공산당의 집권을 정당화하고 미화시키는 기관이다.

    따라서 정협의 부주석 23명 중에는 8개 민중당파의 대표들이 당연직으로 포함되고, 홍콩과 마카오 두 행정 자치구의 최고 책임자들 그리고 이들 비공산당원 명사들을 조직하고 지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부(中共中央统战部)부장 등이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올 해 새로 구성된 정협 부주석 인선에서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현직 지역 공산당 위원회(허난(河南), 허베이(河北), 쟝시(江西)) 서기 3명과 소수민족 자치구의 주석 2명이 부주석에 임명된 점인데, 현직 당 서기들이 정협 부주석에 임명된 예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특이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작년 개최된 당 대회가 당 원로들의 반발로 인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인물들이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하게 되면서 반대로 정치국원으로 승진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인물들의 정치국 진입이 좌절되자, 새로 구성된 지도부에서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관례상 고위급 간부 대우를 받는 정협 부주석에 임명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연령을 보면 모두 60대 초반에서 중반임을 알 수 있는데, 결국 이 사실은 정협 부주석에 새로 임명된 현직 당위원회 서기들을 대신할 좀 더 젊고 새로운 얼굴들이 머지않아 중국정치에 등장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정협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태자당에 속하는 인물들이 다수 포함되었다는 점인데, 부총리를 역임했으며 경제 분야의 최고 책임자였던 천윈(陈云)아들 천유엔(陈元)이 부주석에 임명된 것을 비롯해, 떵샤오핑의 둘째 딸 떵난(邓楠), 정치국상무위원과 국가주석을 역임했던 리시엔니엔(李先念)의 딸 리샤오린(李小林) 등이 정협 상무위원에 임명되었다.

    예전과 다른 태자당 인사들의 정협 진출은 역시 혁명 1세대의 후손인 태자당 출신의 당 총서기 시진핑이 정계에서 부족한 자신의 인적 자원을 확충하고 자신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어찌됐든 매년 3월 초에 개최되는 양회가 중국이 대외적으로 사회주의적 민주성과 각 세력의 단결을 과시하는 중요한 정치적 행사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현실적인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실제로 중국을 움직이는 권력은 최고 권력은 25명으로 구성된 중국공산당 정치국에 있지만, 이들 정치국원을 제외하고도 통상적으로 3부(副)라고 불리는 직급, 즉 국무원 부총리(4명과 부총리급 대우를 받는 국무위원 5명), 전인대 부위원장(13명) 그리고 정협 부주석(23명)을 국가지도자로 대우하고 있다. 이들 중 정치국원인 전인대의 상무부위원장을 제외한 12명의 부위원장과 정협의 부주석 대다수를 정치적 실권이 없는 상징적인 직책으로 분류하고 있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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