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잘모르는
[책소개] 『수업』(이혁규/ 교육공동체 벗)
    2013년 03월 09일 1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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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근대 교육이 도입된 일제강점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교실수업은 많이 바뀐 것 같지만 사실 놀랍도록 그대로이다.

우리는 기껏해야 몇십 년밖에 안 된 현재 교실의 시공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클릭 교사’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교사의 존재는 위협받고 있지만 교사는 가르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학생인권을 조례로 보호해 줘야 할 정도로 학생들의 기본권은 침해받고 있지만 배우는 존재의 자발성과 능동성에 대한 성찰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교과서나 평가 방식이 도입돼도 교실수업은 놀라울 정도로 바뀌지 않고, 교사들은 늘 ‘시기상조’라는 비판만 들이댄다.

하지만 학교가 이렇게 자신들만의 성(城)을 구축하고 있을 때 사회는 급속하게 변해 왔다.

이제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신화는 유용성을 거의 상실했다.

수업

반복되는 경제 위기와 높은 청년 실업률은 현재의 사회 시스템과 그것을 재생산하는 교육 시스템이 근본적 위기에 봉착했음을 드러낸다. 학교교육을 더 나은 삶을 위한 전제로 규정해 왔던 것, 어쩌면 근대 교육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거기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직면한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보는 시선이 꼭 필요하다. 우리들 대부분이 낡은 습속의 늪에 안주하면서 구질서를 재생산해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우리 교실 들여다보기〉에서는 교실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요소인 ‘교실의 시공간’, ‘교사’, ‘학생’, ‘교과서’, 그리고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을 낯설게 보려는 시도를 하였다.

우리는 자주 망각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기껏해야 200년을 넘지 않는 근대 교육의 산물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하나의 보편적 질서처럼 받아들여지는 이런 기본 요소들의 의미를 꼼꼼히 해석해 보고자 하였다.

2부 〈가까이서 멀리서〉는 ‘행동적 수업 목표’, ‘수업 지도안’, ‘수업연구대회’, ‘수업 방식과 입시의 관계’, ‘교실 테크놀로지’를 다룬다.

이런 요소들도 반성의 소재로 잘 부각되지 않을 만큼 교사 사회의 익숙한 일상 혹은 관행들과 관계 맺고 있다. 이런 요소를 때론 밀착해서 때론 원거리에서 살펴봄으로써 교사 문화의 낡은 습속에 대해 문제 제기를 시도해 보았다.

3부 〈새로운 성찰과 실천을 위하여〉에서는 ‘교과를 넘어서는 상상력’, ‘가르치는 활동의 예술성’, ‘학습자 중심 교육의 의미’, ‘교원양성체제의 문제’, ‘혁신학교로 상징되는 학교개혁 문제’를 다룬다. 1부와 2부에서 다룬 주제들과 비교해 볼 때 교실이나 단위 학교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미래의 학교개혁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들을 모아 보았다.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들에게 저자가 마지막으로 제안하는 것은 학습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로서 우리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이 영위되는 터전인 학교에서 낡은 습속을 버리고 일상을 바꾸는 운동을 동료 교사들과 함께 실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최고의 운동이자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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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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