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
    중국공산당 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장, FT에 기고
        2013년 03월 05일 04: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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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공산당의 최고 교육기관인 중앙당교의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장(중국에서는 부편심이라고 지칭)인 덩위원이 지난 달 27일 “중국은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 Chian should abandon North korea”라는 제목의 글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기고했다. 그 내용이 대단히 파격적이다. 일주일 가량 시간이 지났지만 그 중요성 때문에 기사 내용과 의미를 간추려본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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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위원은 FT에 “북한의 세 번째 핵실험은 중국이 김씨 왕조와의 오랜 동맹관계를 다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순간”이라며 5가지의 이유를 제시하며 중국은 평양(북한)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덩위원의 ‘북한을 포기해야 하는 5가지 이유’

    첫번째 이유로 그는 “이념을 바탕으로 한 국가 관계는 위험하다. 중국이 동맹을 맺을 때 이념만 고려했다면 오늘날 서방과 중국의 관계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중국과 북한은 모두 사회주의이지만 둘의 차이는 중국과 서방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이유로 그는 “지정학적 동맹을 고려한 중국의 안보 전략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냉전시기 중국과 북한은 우방국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됐던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만약 미국이 평양의 핵무기 개발을 이유로 선제공격한다고 했을 때 중국이 북한을 꼭 도울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덩위원

    덩위원 <학습시보> 부편집장

    세번째 이유로 그는 “북한은 개혁 개방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 개인적으로 개혁 의지가 있더라도 북한 기득권층이 개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특히 그는 “중국은 왜 조만간 실패할 정권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네번째 이유로 “북한은 중국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북한은 중국을 혈맹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십만의 중국인들이 한국전쟁에서 희생했지만 북한은 김일성의 절대적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 그 역사를 고쳐쓰고 있으며 중국인의 희생 기록을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북의 핵무기 개발은 미국과 대등한 협상력을 위한 것이지만, 중국이 북한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미국이 북한에 호의를 드러낼 때 그 핵은 중국과 대치할 수 있다”고 위험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덩위원은 북한이 2009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했을 당시 ‘북한의 가난은 중국의 이기적인 정책과 미국의 제제 때문’이라고 했다는 발언과 당시 김정일이 6자회담에서 철수한 배경은 북경의 간섭에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내비쳤다는 스탠포드 대학의 쉐리타이(Xue Litai)교수의 언급을 소개했다.

    한반도 통일 혹은 친중국 정부를 평양에 수립하는 것이 중국에 이익

    또한 덩위원은 “평양을 포기하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과 남한의 통일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한반도의 통일은 워싱턴, 도쿄, 서울의 동맹관계를 약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중국의 동북아에서의 지정학적 압박을 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덩위원은 “그 다음의 차선책은 영향력을 활용해서 북한에 친중국 성향의 정부가 서도록 하는 것이고, 그것이 안보를 보증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정상국가로 나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씨 왕조 Kim dynasty” 표현, 북한과의 거리두기?

    덩위원은 FT 기고문에서 북한 정부를 김씨 왕조(“Kim dynasty”)라고 표현했다. 동맹관계에 있는 나라의 지도급 인사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표현이다. 더구나 국내 매체가 아니라 외부의 매체에 글을 기고하면서 북한을 김씨 왕조라고 표현한 것은 북-중 관계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드러내는 한 징후라고 보여진다.

    중국이 북한과의 동맹 관계를 파기해야 한다는 기고문의 취지와 김씨 왕조라는 표현이 맞물리는 것이다.

    시진핑, 중앙당교 교장 출신…덩위원 개인 발언?

    덩위원의 이같은 주장에 중국 내부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의 언론도 덩위원의 발언을 주목하며 그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다.

    덩위원은 지난 2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통해 자신의 기고문을 두고 ‘매국노’로 비방받고 있다며 “나는 이런 것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대의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매도하는 이들 중 가난하고 자유가 전혀 없으며 독재 정치를 하는 조선에 살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학습시보

    공산당 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경향신문>은 지난 1일, 중국당교 사정에 정통한 당교 내 교수와의 통화에서 덩위원의 기고문에 대해 질문하자 “중앙당교의 입장과 전혀 관계없다”며 “덩위원이 당교 내 비중있는 인사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덩위원 스스로도 국내 언론과의 통화에서 순수한 개인 의견으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기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진핑 당 총서기가 국가부주석 시절 중앙당교 교장을 지냈고, 중앙당교가 당 간부들을 위한 최고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공산당 당교의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장의 외국 매체 기고글은 가볍게 느낄 수 없는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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