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자집에서 벽돌집으로
[어머니 이야기-9]몸이 불편한 막내아들을 낳던 때
    2013년 03월 05일 04: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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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여름엔 비가 많이 왔다. 30년 만에 가장 많이 온 비라 했다. 그때 내가 태어났다. 어머니는 7만 원으로 다 쓰러져 가는 판자집을 샀다. 그래도 방이 세 칸이나 있는 집이었다. 방 한 칸에는 작은아버지 식구들 셋이 살았고 다른 방은 세를 놓았다.

작은아버지는 그곳에서 얼마 안 살다가 위생병원 쪽으로 방을 얻어 나갔다. 작은 부엌 하나에 세 집 식구가 살기엔 너무 불편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세를 놓고 살았지만 양말 한 켤레 안 사 신고 당신 입에 들어가는 것은 남들이 먹다버린 것을 주어서 먹으며 돈을 모았다.

시골에서 할머니가 오셨다. 어머니가 나를 낳는다고 해산바라지 하러 서울에 올라 오셨다. 시골에서 쌀 한 가마를 보내 주었다. 우리 집에 식구가 많아 그 쌀은 금세 다 먹었다. 할머니는 밥을 한 숟갈 밖에 안 드시지만 쌀을 아낀다고 위생병원 작은아버지 집에 가셨다.

어머니는 비가 내리는 한 밤 중에 혼자서 나를 낳았다. 그땐 집에 쌀이 떨어져서 밀가루만 먹고 살았다. 어머니는 마른 이불 하나를 방에 깔고 비를 피해서 나를 낳았다. 전깃불도 없어서 아버지가 어디 가서 초를 하나 구해 와서 그것을 켜고 나를 낳았다. 어머니 혼자 아기 탯줄을 자르고 씻겼다.

어머니가 배가 고프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어디 가서 이상한 것을 가져 와서 먹었다. 어머니가 할머니를 모시고 오라고 했더니, 아버지는 “우리 엄마, 연탄가스 마시면 안 되는데 그냥 동생 집에 있게 하지!” 그래서 어머니는 소리를 질렀다. “아니 어머니가 내가 아기 논다고 해산간호 하려고 서울 오신지 한 달이 지났는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어서 모시고 와요.”

아버지는 나를 낳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비가 와서 길은 걸을 수 없어 산을 넘고 넘어서 위생병원 작은아버지 집에 갔다. 그곳에 계신 할머니를 모시고 왔다.

할머니는 우산대를 받침 삼아서 겨우겨우 비를 피해서 우리 집에 왔다. 집에 와 보니 쌀이 한 톨도 없었다. 할머니는 “얼라 낳았는데 먹을 쌀이 없으면 어떡하노”하시면서 아버지 보고 위생병원 동생네 집에 가서 쌀을 한 말 가져 오라고 했다. 아버지는 어물쩍거리다 자전거에 쌀 포대를 하나 걸고 작은아버지 집에 갔다. 아버지는 동생 집 문 앞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그냥 돌아왔다.

빈손으로 집에 온 아버지 보고 할머니는 소리쳐서 혼냈다. 어머니는 말했다. “어머니, 저는 괜찮아요. 그냥 집에 있는 밀가루 먹어도 되고 밖에 나가 가겟집에서 쌀 한 말 빌려 오면 돼요.” “야는 무슨 얼라 낳은 것이 어디 가서 쌀을 빌려 온다는 거냐!” 하시면서 역정을 냈다.

그러던 차에 작은아버지가 우리 집에 왔다. 할머니는 자초지종 얘기를 했고 작은아버지는 한걸음에 쌀을 한 말 이고 왔다. 어머니는 그 쌀이 얼마나 되는지 됫박에 재려고 했다. 나중에 갚으려고. 이것을 본 할머니가 노발대발 했다. “야야, 이 쌀은 시골에서 니 시아버지가 농사지은 쌀이다. 뭐를 갚는다고 그러냐” 하시면서 쌀 됫박을 집어 던졌다.

어머니는 그렇게 나를 낳고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다른 식구들이 밀가루로 끼니마다 수제비를 해 먹는 것을 보고 당신도 그걸 먹겠다고 했다.

그땐 비가 많이 와서 나라에서 집집마다 밀가루를 한 포대 씩 주어서 먹을거리로 삼았다. 할머니는 얼라 낳은 것이 무슨 밀가루를 먹느냐고 소리를 질렀고 어머니는 그래도 먹고 싶다고 하니 조금 주었다. 어머니는 쌀을 아끼려고 밀가루를 먹으며 눈물을 삼켰다.

바람만 불면 물이 척척 들어와서 이불이 젖었다. 아버지는 날마다 햇빛 나는 날에 이불을 말리느라 애썼다. 할머니는 부엌까지 들어온 물을 퍼내느라 힘들었고. 그래도 어머니는 내 이름에 ‘복’자가 있듯이 내가 태어난 뒤론 살림이 좋아져서 내가 복덩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동네에서 곗돈을 부었다. 어머니가 계주를 한 적도 있지만 주로 계원이었다. 보통 스무 사람이 함께 했다. 어머니는 늘 두 번째 아니면 끝번을 얻었다. 계주가 첫 번째다. 앞자리는 목돈을 먼저 받지만 많은 돈을 내야 했다. 곗돈 끝자리에 가까울수록 돈은 늦게 받지만 적게 낸다.

지금은 대부분 사람들이 은행에다 적금을 붓지만 그땐 이렇게 계를 많이 했다. 그러다 계주가 도망쳐서 떼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두 번째 자리에서 곗돈을 받으면 그 돈을 다시 첫 번째인 계주에게 주고 계주에게 이자를 받아 다시 다른 계 끝자리에 돈을 부었다. 이렇게 어머니는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으면서 돈을 모았다.

청계천 판자집

1966년 청계천 주변의 판자집 모습

어머니는 판잣집을 벽돌집으로 새로 짓기로 했다. 그런데 건물을 짓기로 했던 건축업자가 일을 하다가 돈만 주면 안 나오고 안 나오고 해서 집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건축업자 자형되는 사람이 미장하는 기술이 있었다. 그 사람을 불러 일을 했다.

어머니는 일본 사람이 살다가 버리고 간 빨간 벽돌을 주어다 손수 집 짓는 일을 도왔다. 지하실을 짓고 방 두 칸짜리 양옥을 지었다. 집을 다 짓고 일주일 뒤에 내 동생 은영일이 태어났다. 1970년 음력 8월 10일이다. 나는 동생이 태어난 것을 봤다. 내 나이 5살 때다.

우리는 한 방에서 자고 있었다. 형들과 윗목에서 자고 있는데 아랫목에서 뭔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가 아버지랑 내 동생을 낳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잠귀가 밝은 편인데 그때도 그랬나보다. 내 두 형들은 세상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고 나만 깨어 있었다.

내 동생은 첫 돌이 지나도 걷지를 못했다. 말도 잘 못하고. 어느 날 지나가던 스님이 “댁에 막내아들이 평생 힘들게 하겠네요.” 하면서 마당에서 한 마디 하고 돈도 안 받고 지나갔다.

어머니는 막내를 놓지 않으려고 했다. 근데 병원에서 아기를 하나 놓고 산후조리를 잘 해야 몸이 아프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놓은 아들이 돌이 지나도 제대로 서지 못했다. 어느 날 한약방에 갔더니 녹용을 두 첩 먹이라고 했다. 그 한약을 먹더니 아이가 섰다.

어머니는 내 동생에게 말했다. “영일아, 네가 걷기만 하면 가겟집에서 맛있는 것 먹도록 날마다 용돈 줄게.” 그 말이 효험이 있었는지 동생은 차차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말은 여전히 잘 못했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을 낳게 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다했다. 무당을 불러서 굿도 했고 동네 사는 심령술을 공부했던 사람이 300만 원만 주면 아이를 낳게 해 준다고 해서 덜컥 돈을 주기도 했다.

아무튼 아이를 낳게 해준다고 하면 무엇이든지 했고 좋다는 데는 다 데리고 다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느 날은 어떤 사람이 오더니 동생을 낳게 해 주겠다고 하면서 몇 달 동안 날마다 돈을 주면 온몸을 주물러서 고쳐 주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 사람에게 그러마하고 약속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근데 그렇게 큰돈을 날마다 갖다 주었다간 나머지 세 아들은 먹이지도 못하고 공부도 못 시키고 길에 나 앉을 판이었다.

어머니는 그 약속을 깨고 막내아들을 포기했다. 막내아들이 그렇게 태어난 것도 제 운명이려니 생각했다. 그 사람 말대로 막내아들이 꼭 낫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도 되지 않았는데 또 모험을 할 순 없었다. 그래도 어머니 가슴엔 늘 막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 당신들이 돌아가시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막내 거라고 늘 다짐을 하신다.

막내를 낳고 나서 일주일 뒤에 집을 짓느라 빚을 지었던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때 시골에서 외할머니가 올라와 계셨다. 어머니의 친정어머니는 애가 아기를 낳아서 돈을 줄 수 없다고 사람들에게 말했지만 어머니는 얼마 없으면 추석도 다가오니 돈을 주어야 한다며 집에 들어오라고 했다. 마침 그동안 부었던 곗돈을 타 놓은 게 있어서 돈을 다 주고 나니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래도 기뻤다. 스스로 힘으로 벽돌집을 지었고 그곳에서 막내아들을 낳았으니.

2013년 3월 3일 일요일 밤 10시 아무도 없는 쓸쓸한 집에서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필자소개
서울 명륜동 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 일꾼. 93년부터 일하고 있다. 두가지 꿈을 꾸며 산다.온 세상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는 날과 남북이 평화롭게 하나 되는 날을 맞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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