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공산당, 감추고픈 역사
    [책소개] 『전후 일본공산당의 역사』(고야마 히로타케/ 어문학사)
        2013년 03월 02일 1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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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사회 운동사는 억압과 탄압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민중들의 해방을 위해 전진해온 고뇌에 찬 영광된 역사를 서술하면서 운동이 가진 진보성과 이를 실천해온 자신들의 정당성을 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일본공산당이 1945년 이후 전전과는 전혀 다른 조건 속에서 진행해온 운동 속에 얼마나 많은 오류와 파행이 존재했었는지, 그 결과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다.

    역자가 일본에서 이 책을 만난 시기도 한국에서 한창 끓어오르던 사회운동이 한풀 꺾이고, 한국의 사회운동을 머지않은 시기에 총괄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라는 주장이 조금씩 제기되던 때였다. 민중들의 해방을 위한 운동이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는 과제인 한, 운동 경험에 대한 총괄 정리는 영광스러운 승리의 경험에서 배우기 위한 시각도 중요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실패와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끄러운 치부를 적나라하게 지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책이 지금까지 진행되었고 많이 침체되었지만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운동을 되돌아보기 위한 시각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에 주는 교훈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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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역자가 이 책을 한참 번역하고 있을 시기에 일어난 통합진보당의 일련의 사태는 1980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었던 다양한 사회운동을 근본에서부터 되돌아 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게 하였다.

    그 인식은 영광스러운 운동에 대한 회고가 아니라 왜, 어디가, 어떻게 뒤틀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나아가 이러한 물음은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혹자는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감에 있어 빵보다는 자유나 인권 등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와는 정반대의 입장도 있다. 해방 후 한국 사회에서 회자되었던 문구가 있다. ‘사회주의도 민주주의도 싫다. 먹자주의가 최고다’란 말의 의미는 인간에게, 특히 민중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데올로기나 도덕이 아니라 빵이란 의미이다.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적인 삶을 꾸려가기 위한 기본적인 의식주가 충족되고 난 이후에 비로소 이데올로기도 도덕도 가치의식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역자는 이것이 인간의 본질에 가깝다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민중들의 해방을 위한 기본 조건은 우선 빵의 문제와 관련된다고 본다. 역으로 말하면 민중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본질적인 문제 역시 빵의 문제라고 본다. 이 빵의 문제가 지역과 시기와 국면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 이것이 마르크스주의의 기본 테제라고 역자는 인식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의 운동을 살펴보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까.

    통합진보당 사태가 80~90년대를 거쳐온 한국 사회운동의 총체적인 모습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면,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게 된 근본에는 민족해방파(NL)의 인식론과 운동 방법론이 존재한다. 그들은 80년 광주에서 학살을 통해 권력을 잡은 군부를 합법적인 권력으로 인정한 미국이 남한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즉 남한은 미국의 식민지이며 따라서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 동일한 민족의 일원이며 미국으로 인하여 다양한 위기와 끊임없는 긴장 속에서 지내야 하는 북한과 연계해야 한다는 신식민지 민족해방론을 제시하였다.

    찬반을 떠나서 이러한 인식론에는 설득력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 자체에 반론을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북한에 대한 인식 부분이다. 과연 북한은 아무런 비판 없이 연계해야 할 또는 연계할 수 있는 집단인가. 북한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보자.

    NL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45년 이후 남한을 점령한 미국 때문에 북한은 군사력 증강에 내몰리게 되었고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 가운데 하나가 부자세습이었다고 하자. 그 결과가 북한 민중들의 생활 파탄이라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미국인가. 북한의 정치 지도자들인가.

    아무리 외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어느 나라의 식민지도 아니고 자주적인 독립 국가로서 자신들의 지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역시 책임의 주체는 북한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다. 이렇게 판단하지 않으면 북한의 정치 지도자들이 가진 주체성이 상실되어 자주적인 독립 국가로서의 북한은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론은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모순은 내적요인이라는 변증법의 기본 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만약 NL론자들이 자신들은 여전히 사회주의자이며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사회주의의 기본원리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이유와 변명을 댄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통치하고 있는 지역 민중들의 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들의 삶을 파탄으로 이끌고 간 북한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중략)

    역자는 일본공산당 주류파가 해온 여러 가지 독선적 당 운영은 NL파가 민노당과 통합진보당 속에서 행한 것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따라서 한국의 진보운동이 개척해야 할 새로운 진로를 찾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담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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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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