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정부는 국민이 만든다
    [책소개] 『좋은 정부 나쁜 정부』(박희봉/ 책세상)
        2013년 03월 02일 11: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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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보다 인간다운 삶으로 이끄는 정부는 어떤 정부인가. 국가는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는 전체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플라톤)

    우리 시대 정부 사용 지침서

    대한민국 18대 대통령과 함께 할 정부 조각 인선이 완성됐다. 신임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민화합의 대탕평 인사에 대한 기대에도, 경제 민주화와 복지 확대 등 새 정부 핵심 정책을 수행할 책임자의 적합성이라는 면에서도 만족하기 어려운 인선 결과라는 세간의 평이다. 국내외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때인 만큼 새 정부에 가졌던 국민적 기대가 우려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앞선 시대 철학자들의 정치에 대한 고민과 이를 구체화한 정부 형태 속에서 우리가 바라는 정부의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해볼 순 없을까?

    고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 사회로부터 대의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까지, 역사적으로 각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 정부 상은 시대가 당면한 문제를 직시할 줄 알았던 철학자들에게서 나왔다. 이들은 인간 본성과 시대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와 통치권을 위임받은 정부의 역할을 논의하고 그 속에서 올바른 통치의 정석을 세우고자 했다.

    이들의 사유 중 어느 하나 치열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시대적 한계를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다음 세대는 좀 더 나은 국가와 정부를 고민할 수 있었다.

    <좋은 정부, 나쁜 정부>는 서구 정치철학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상사적 흐름보다는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된 각 정치철학의 정부론에 주목한다. 저자는 플라톤의 철인정치부터 퍼트남, 브르디외 등이 개념을 정립한 사회자본론까지 열 가지 정치철학(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 루소, 마르크스, 베버, 벨 등)의 관점에서 제시된 정부론을 통해 지향해야 할 좋은 정부와 지양해야 할 나쁜 정부의 상을 한 권의 책 속에 밀도 있게 담아냈다.

    어느 한 시대에 적합하고 필요한 정부였다고 해서 항상 좋은 정부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맞는 좋은 정부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에서 정치철학자들이 제시한 다양한 정부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정부, 창의적이고 소통 가능한 정부를 위한 밑그림을 그 속에서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정부 나뿐 정부

    시대를 디자인한 철학자의 열 가지 정부 이야기

    이 책은 모두 열 개의 장, 네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별 정치철학의 정부론을 다루고 있는 각 장은 해당 정치철학이 바라보는 세계관과 인간 본성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고 이들이 지향하는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의 구체적 형태들을 열거한다. 여기에 더해 각 정부론이 지닌 시대적 한계를 지적하고 현대적 의미를 되새겼다.

    1부 도덕적 이상을 위한 정부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두 철학자의 정부론을 이야기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고대 아테네는 직접민주주의라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 높은 정치 체제를 이루었지만 이를 수행할 시민의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플라톤은 인간의 이기적 속성을 넘어서 공익과 도덕성을 추구할 수 있는 정부를 위해서는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하고 사익에 치우치지 않을 철인이 국가를 통치해야 함을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와 정부에 대한 플라톤의 관점은 공유하지만 플라톤의 철인도 인간이기 때문에 부패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 사람의 철인에 의지하기보다, 모든 국가 구성원이 함께 협력하여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2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담은 정부는 공동체의 합의에 의해 탄생한 정부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세 철학자의 정부론을 비교한다. 마키아벨리, 홉스, 로크가 살았던 시대는 차이는 있지만 외란과 내란으로 인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운 혼란의 시대였다.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받는 상황에서 이들은 국가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숙고해야 했다.

    마키아벨리는 도덕과 비도덕을 넘어선 탈도덕의 관점에서 국가와 구성원을 보호할 힘 있는 정부를 요구했고 홉스는 사회계약을 통해 주권을 양도받은 정부가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국가사회 전체의 공익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로크는 홉스의 강력한 정부가 구성원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정부는 권력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3부 평등의 가치를 생각하는 정부에서는 개인의 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평등의 가치에 주목한 두 철학자의 정부론을 소개한다. 루소와 마르크스는 앞선 시대의 정치철학과 달리 인간에 의해 창조된 제도로부터 인간이 빠지게 된 불평등한 상황에 주목했다.

    루소는 자연 상태의 인간이 누렸던 자유와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과 구성원 모두의 정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소규모 공동체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루소의 사상에 더해 헤겔의 변증법과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을 비판적으로 발전시켜 물질의 공동 생산과 공동 소비를 근간으로 한 사회주의 정부를 주장했다.

    4부 다양한 인간 가치를 실현하는 정부에서는 20세기를 관통한 유일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다양한 인간 가치 실현에 중점을 둔 정부론을 주장한 세 철학자를 소개한다.

    마르크스보다 후대의 인물인 베버는 마르크스의 사상에 호감을 보였지만 그의 유일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며 전통적인 정부 체제를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인간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정부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벨은 탈산업 사회의 도래를 예언하며 사회의 혁명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를 요구했다. 사회자본론에서는 공동체가 협력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더 크게 보장할 경우 국가 공동체 내에서 상호 협력이 가능하고, 이러한 인간관계의 발전으로 공동체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자본을 형성해낼 수 있는 공동체의 협력을 이끌어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오늘의 시각으로 점검하는 ‘좋은 정부’, ‘나쁜 정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철학자들의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는 본질적으로는 한 시대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중산층 정부는 경제적·정치적 안정을 위한 중산층 부활을 주장하는 우리 정부의 지향점과 같다.

    마키아벨리의 현실 정부는 어떤가. 강대국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정학적 조건과 분단이라는 이중고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국가의 자주성을 지킬 수 있는 군사적 힘과 복잡한 국제관계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영리한 외교력은 마키아벨리 시대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벨의 창의 정부도, 협력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사회자본론의 공동체 정부도 지역?계층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정부의 귀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나쁜 정부에 대한 철학자들의 의견은 더욱 명확하게 우리의 지침이 된다. 루소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정부는 승자독식 사회, 사회 양극화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에 일침이 될 수 있다. 베버의 권력화한 관료제 정부에 대한 경고는 우리 경제 관료들의 지난 경제 정책이 가져온 폐해에 대한 예언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민과 소통불능에 빠진 정부, 단기 효과에 집착하는 정부를 나쁜 정부로 규정하고 있는 사회자본론의 관점에서 보면 촛불집회나 가두시위를 통해서만 주권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밖에 없게 만든 정권은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다.

    이처럼 전 시대의 정치철학이 제시한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의 상은 시대를 초월해 국가와 정부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이 책이 현재적 의미에서 정부의 역할과 방향에 적극 참여하고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이유다.

    좋은 정부는 국민이 만든다

    오늘날 정부는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바탕으로 입법/사법/행정 분야를 망라해 막강한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테네에서 직접민주주의가 시작된 이래 가장 거대하고 복잡한 정부 조직이 우리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역할이 비대한 사회에서 우리가 스스로의 정치 행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독재자가 나타나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거나 ‘영혼 없는 전문가’라 불리는 관료들이 권위적이고 기계적인 지배를 일삼게 되지 않을까?

    국가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시도한 많은 철학자들이 통치권자의 자질뿐 아니라 주권자의 정치적 소양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개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좋은 사람’보다 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협력과 조화에 충실한 ‘좋은 시민’을 더 높게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보다 인간다운 정부는 곧 주권자의 역할과 노력으로 완성된다. 인간 본성과 시대에 대한 통찰로부터 주권자와 통치권자가 만들어갈 좋은 정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이 책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안목을 한 차원 높여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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