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이 이럴리가...
    [책소개] 『채식의 배신』(리어 키스/ 부키)
        2013년 03월 02일 11:3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1 미국의 재림교(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는 평균적인 미국인에 비해 고혈압이나 당뇨, 관절염, 대장암, 전립선암 및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낮다. 재림교 신자가 고기를 삼가기 때문에 채식주의 진영에서는 이를 곧잘 인용한다. 그러나 재림교 신자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평균적인 미국인에 비해 건강한 원인을 ‘고기를 먹지 않아서’라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들이 건강한 것이 채식 덕분이라고 주장하려면 비교 집단이 필요하다. 고기 섭취만 제외하고 다른 모든 조건이 비슷한 집단. 바로 모르몬교 신자들이다. 모르몬교 신자 또한 술, 커피, 담배와 각종 불량 식품을 피하지만 고기는 먹는다. 이 두 집단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살까? 모르몬교 신자다.

    #2 콩 속에는 갑상선종 유발 물질인 고이트로겐이 들어 있다. 콩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준을 낮춰 성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콩에는 소화 효소 트립신을 억제하는 인자가 들어 있어 콩을 먹으면 가스가 차고 배가 더부룩하면서 복통과 설사 증상이 생긴다. 콩의 아이소플라본은 자궁 내막증 발생 확률을 높인다. 1주일에 2회 이상 두부를 먹은 사람들은 두뇌 노화가 가속화되고 인지 능력이 저하되며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을 확률이 2배 이상 높아진다. 요도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남자아이들 중 어머니가 채식주의자일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5배 높은데 이는 콩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원인이다.

    #3 오랫동안 채식을 고집해 온 할리우드 스타 앤절리나 졸리는채식 최근에 고기를 다시 먹고 있다고 밝혔다. 비행기를 탈 때도 따로 도시락을 챙길 만큼 채식을 철저히 지켜 온 그가 육식을 재개한 이유는 6명의 아이를 잘 돌보기 위해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채식주의 식단으로 “영양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또 동물 권익 보호를 주장하며 고기를 먹지 않고 모피도 입지 않던 배우 내털리 포트먼도 임신 8개월 차에 접어들자 2세를 위한다며 채식을 포기했다.채식의 배신

    바야흐로 ‘배신’의 시대다. 그러나 건강의 대명사 ‘채식’만큼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기를, ‘알려지지 않은 채식의 진실’ 같은 것은 없기를 모두가 원했을 것이다. 채식의 배신은 곧 우리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걸려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 책 <채식의 배신>은 그러한 우리의 바람을 배신한다.

    “육류 섭취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진다.”라든지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육식은 피해야 한다.”와 같이 채식주의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믿거나 공감하며 채식을 실천해 온 사람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채식주의의 불편한 진실이 놀라움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행동의 전면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리어 키스(Lierre Keith)야말로 채식의 배신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키스는 20년간 동물성 식품을 입에 전혀 대지 않는 극단적인 비건(vegan) 생활을 실천하다 다시 잡식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종교처럼 신봉했던 채식주의가 실은 자기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 주범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때부터 키스는 채식주의의 주요 주장, 사람들이 ‘채식’ 하면 으레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믿음의 근거와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 책은 채식주의의 주요 주장이 무지와 오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도덕적, 정치적, 영양학적 면에서 그 주장들을 논박하는 책이다.

    키스는 “완벽한 대차대조표”를 원했다. 채식주의에서 주장하는 논리와 그 근거를 조목조목 살피면서 실제 현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따졌다.

    채식이 우리 일상과 지구 환경, 인류의 미래에 과연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 키스의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채식주의의 의도는 좋으나 그 해결책이 잘못됐으며, 채식이 오히려 인간과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라는 것. 키스는 인체 영양이나 사회 정의,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채식주의의 강한 열망에 동감하지만 채식주의가 ‘무지’와 ‘맹신’으로 인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키스는 사람들이 채식을 하는 이유에 따라 도덕적 이유의 채식주의, 정치적 이유의 채식주의, 영양학적 이유의 채식주의로 나누고 다음과 같은 논의를 전개한다.

    *도덕적 이유의 채식주의는 이런 점을 놓치고 있다

    ▶ 채식주의는 자연에 무지하다

    채식주의자들은 대부분 도덕적인 이유로 채식을 택한다. 다른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육식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다. 그런데 과일은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먹는 행위는 달콤한 과육에 둘러싸인 그 과일의 자손(씨)을 죽이는 행동인데도 자신들의 행위가 다른 생물의 죽음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물과 식물 사이에는 포식자가 먹이를 먹고 어느 순간 먹이가 포식자를 먹는 호혜 관계가 존재한다. 이미 과일나무에는 우리의 분뇨(질소, 무기질, 미생물)와 살과 뼈가 깃들어 있다. 채식주의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 순환계에서 자신들만 빠지려 한다.

    ▶ 동물 권리주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다

    “생명이 있는 것은 먹지 않겠다”라는 도덕적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채식주의에서 “다른 생명을 먹지 않는다”라고 할 때 이 생명에는 식물이나 곤충은 포함되지 않는다. 식물을 “감각이 없는 샐러드”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다.

    식물도 수십·수백만 종의 복합 화합물 혹은 2차 화합물을 만들어 내고 곤충뿐 아니라 척추동물의 서비 기관(vomeronasal organs)과 의사소통을 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인간이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동물이라고 모두 포함되는 것도 아니다.

    키스 자신이 비건이었던 시절에 자주 들었던 “엄마가 있거나 얼굴이 있는 건 먹지 않는다.”라는 말은 채식주의자가 생각하는 ‘생명’이 무엇인지 정확히 나타내 준다. 얼굴이 있고 없고, 엄마가 있고 없고는 결국 어떤 생물이 인간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따지는 것이다. 키스는 왜 어떤 생물이 죽어도 되는지 결정하는 기준이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 묻는다.

    ▶ 농업은 생태계의 전면적 파괴다

    키스는 채식주의자들이 온 세상 사람이 먹었으면 하는 일년생(한해살이) 곡물이 오히려 대규모 파괴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원래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대다수는 다년생(여러해살이) 식물로, 이들은 섬유질로 된 몸속에 탄소를 격리하고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뿌리 체제를 흙 속에 형성해 표토를 보존한다.

    표토는 모든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흙으로,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1만 년 전 옥수수, 쌀, 밀, 보리 등의 일년생 식물을 재배하는 농업이 시작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진행됐다. 곡물을 기르기 위해 땅에 살던 모든 생명을 제거하고 흙을 노출시킴으로써 표토가 유실되었다. 강우량이 부족한 곳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관개 시설을 만들고 인공 수로를 건설하고 댐을 쌓자, 강에서 물을 공급받던 습지대와 늪, 목초지에는 바닷물이 스며들어 흙의 염류화가 이루어졌다. 온갖 물고기와 새, 돌고래 등 다양한 동물 종이 가득 모여 사는 강변의 땅들이 점점 더 깊이 들어오는 바닷물에 의해 사라져 가고 있으며 강 하구에서는 삼각주의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20세기 중반의 녹색 혁명의 이면에는 바로 이러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치적 이유의 채식주의는 이런 점을 놓치고 있다

    ▶ 곡물은 또 다른 화석 연료다

    정치적 채식주의자들은 “인간이 먹을 쇠고기 1파운드를 생산하기 위해 소에게 4.8파운드의 곡물을 먹이는 관행은 막대한 낭비”라고 한다. 그러나 키스는 그들의 계산이 대부분 소에게 풀이 아니라 ‘곡물’을 먹이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나 가능한 수치들임을 지적한다. 키스는 정치적 채식주의자들이 말하는 ‘풍요로운 곡물’이 사실은 진짜 풍요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릴 만큼 곡물을 생산하려면 비료를 사용해 과잉 생산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키스는 곡물 생산에 들어가는 비료뿐 아니라, 곡물의 파종, 수확, 가공, 운반에 필요한 기계를 움직이는 데도 모두 화석 연료가 쓰인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래서 키스는 “환경운동가라면서 왜 아직도 고기를 먹는가?”라는 환경 저술가 짐 모터발리(Jim Motavalli)의 말에 “환경 운동가라면서 왜 아직도 지역 생태계에서 생산되지 않는 음식을 먹는가?”라고 되받아친다. 그러면서 자기가 사는 곳의 땅과 물을 이해하고 지역 농민과 축산업을 지원할 것과, 현지에서 지속 가능하게 기를 수 있는 음식을 먹자고 제안한다.

    ▶ 곡물은 기아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채식주의에서는 곡물을 먹는 것이 모두가 먹고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키스가 보기에 이는 산업 자본과 권력의 영향력을 간과하는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거대 다국적 식품 기업들이 선진국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보조금은 36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이 전 세계 곡물 가격을 압도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미 세계 곡물 교역의 절반을 카길과 컨티넨털이라는 두 회사가 장악하고 있고, 옥수수의 75퍼센트를 5개 기업이 통제하고 있으며, 콩 가공의 80퍼센트를 4개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형성시킨 낮은 가격과 생산 비용의 차액은 미 연방 정부의 돈, 다시 말해 미국 납세자의 돈으로 메운다.

    이들 기업은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나 자신들로 인해 농장을 잃은 농민 등 사회적인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않으며 오직 주주에게만 책임을 진다. 또 생산 원가보다 싸게 책정된 곡물 가격은 채식주의자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공장형 축산업의 바탕을 이룬다.

    풀을 먹던 반추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두고 곡물을 먹여 속성으로 키우는 공장형 축산이 가능하게 된 것은 곡물 메이저들의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키스는 상품화된 저가 식품과 정치적 채식주의 윤리가 도달하는 종착역은 같다고 말한다. 바로 굶주리는 아이들이다.

    *영양학적 이유의 채식주의는 이런 점을 놓치고 있다

    ▶ 곡물을 먹은 인간은 그래서 건강해졌는가?

    곡물이 주식으로 등장한 것은 인간의 식생활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유전적으로 적응해 온 식생활에서 멀어지고 농업 생산물을 기초로 한 식생활을 하면서 인간은 당과 전분이라는 단일 영양식을 먹게 되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퇴행성 질환을 앓게 되었다.

    우리가 섭취하는 열량의 70퍼센트 이상이 석기 시대 조상들이 거의 혹은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음식에서 나온다. 영양실조, 골수염, 골막염, 기생충, 인도 마마, 매독, 한센병, 폐결핵, 빈혈, (어린이에게 오는) 구루병, (어른에게 오는) 골연화증, 아동 성장 부진, 성인의 평균 키 감소 등은 농업이 확산된 이후에 번진 질병들이다.

    ▶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은 위험하다

    곡물에 기초한 식단에는 전분과 당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 장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음식을 내려 보내는 악순환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렉틴 같은 물질이 혈액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 렉틴은 위산에도, 소화 효소에도 분해되지 않는 식물성 단백질로, 이를 흡수한 체내의 면역 체계를 혼란시켜 우리 몸의 중요한 부분을 아군이 아니라 적군이라고 지목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몸이 스스로를 공격하면서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류머티즘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건선, 제1형 당뇨병, 사구체 신염,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 갑상선염에서부터 피부 발진, 천식 등의 다른 질병을 앓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인체 내에 존재하면 위험하다?

    그동안 영양학계와 식품업계가 꾸준히 마케팅 활동을 벌인 결과,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마치 인체 내에 들어와 있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정반대다. 사람은 지방과 콜레스테롤 없이 살 수 없다. 물질 대사와 생리 작용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비타민 중에 지용성인 비타민 A, D, E, K는 반드시 지방이 있어야 이동할 수 있고, 지방 없이는 흡수가 잘되지 않는다. 특히 비타민 A와 D는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 있다. 또 지방은 인체의 장기를 둘러싸 보호하고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뇌의 60퍼센트가 포화 지방이며, 신경 전달 물질들이 말 그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지방 덕분이다.

    ▶ 지방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심장 질환을 일으킨다?

    이른바 ‘지방 가설(lipid hypothesis)’이다. 이 지방 ‘가설’이 지방 ‘법칙’이 되기 위해서는 ‘포화 지방 →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 심장 질환’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많은 연구가 이 세 단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프랑스, 그리스, 스위스, 동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는 포화 지방을 특히 많이 섭취하는 데도 심장 질환 발병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 1948년부터 보스턴 인근의 프레이밍햄에 사는 5천 명의 건강을 모니터한 유명한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에서는 포화 지방을 더 많이 먹고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섭취하고 더 많은 열량을 소화할수록 혈청 내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본인 4만 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16년 동안 달걀, 유제품, 생선을 가장 많이 먹은 집단이 가장 적게 먹은 집단에 비해 뇌졸중 발병 위험이 28퍼센트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 20세기 들어 심장 질환이 증가했다?

    지방 가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20세기 들어 포화 지방 섭취가 늘어난 결과, 20세기 초만 해도 흔치 않던 심장병이 1920년대 들어 증가 추세를 보이다 1950년대에 들어서는 폭증하기에 이르러 미국 내 사망 원인 1위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키스는 여러 정황을 들어 이를 반박한다. 우선, 심장병의 ‘존재’와 ‘진단’ 사이의 구분 문제다. 심장의학과는 1918년 처음 생겼고, 그 뒤 10년 동안 심혈관 질환의 진단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뉴욕 프레스비티리언 종합병원에서는 이 기간 동안 심장병 진단 건수가 400퍼센트 증가했는데, 심장병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수는 같은 기간에 거의 변함이 없었다. 즉 의사들이 예전과 동일한 증상임에도 심장병 진단을 내리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다음으로, 평균 수명의 증가다. 심장병이나 암 같은 병이 만성 질환으로 존재하다가 마침내 목숨을 앗아 갈 정도까지 되도록 사람들이 오래 살게 된 것이다. 세 번째 요인은 의사들이 사망자의 사인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포괄적인 질병 목록인 IC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국제 질병 분류)의 개정이다. 동맥 경화성 심장 질환이 1949년 이 목록에 들어간 결과 1948~1949년의 1년 사이에 심장병 사망률이 백인 남성 사이에서는 20퍼센트, 백인 여성 사이에서는 35퍼센트 증가했다. WHO(세계보건기구)마저 1년 사이에 심혈관 질환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하면서 “원인 규명 능력이 발전하고 진단이 더 정확해진 탓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내 심혈관 질환 발병률은 1968년, 1979년 ICD가 개정될 때마다 증가했다.

    ▶ 배후에는 거대 식품 산업 자본이 있다

    의학계를 중심으로 지방 가설이 틀렸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었고, 지방 가설과는 반대로 심장병, 당뇨병, 직장암, 유방암, 충치 등은 고탄수화물 식단이 원인이라는 이른바 “탄수화물 가설(carbohydrate hypothesis)”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도 속속들이 공개됐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는 포화 지방이 유방암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 국립보건원(NIH) 심장·폐·혈액 연구소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MRFIT(다수 위험 요인 개입 실험) 실험은 7년에 걸쳐 1만 2천 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는데, 실험 대상자의 절반을 담배를 끊고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식사를 하고, 필요하면 고혈압 약도 먹도록 한 결과, 원하는 대로 먹고 담배를 피우도록 놔둔 집단보다 이 집단에서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

    생명과 지속 가능성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다

    “큰소리 한 번 내 보지도 못하고 사라져 가는 생물들을 품고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 나가는 미개척지 한 조각이라도 지켜 내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키스 역시 여느 채식주의자들처럼 생명을 지키고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열망에서 채식주의를 시작했다.

    그렇게 비건 식사를 한 지 6주일쯤 되었을 때 저혈당증을 경험하고(그것이 저혈당증임을 알기까지 18년이 걸렸다), 2년 사이에 퇴행성 관절 질환을 얻어 척추에 유산탄이 박힌 것 같은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이것이 퇴행성 디스크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기까지 15년이 걸렸다.) 14년간 끊임없는 구토증에 시달리고 만성적인 우울증과 초조감을 떠안은 채 살았다. 키스는 마침내 채식주의를 포기하고 참치 통조림을 열던 날의 당황스러운 기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어떤 동물도 나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지속 가능한 음식만 먹는 세상, 내 생각 없는 잔인함과 욕심 때문에 누군가 굶주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나는 살고 있었다. 물론 그중 아무것도 진실이 아니었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오직 그 신념들이 내 정체성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나날의 일상이자, 정치적 행동 강령, 우주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는 원칙이라는 사실뿐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내가 혐오를 느껴 왔던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략) 참치를 먹었다. (중략) 나는 내 온몸의 세포, 글자 그대로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세포들은 마침내, 마침내 먹을 것이 공급되는 환희를 느꼈다. (중략) 그 후 3주 동안 날마다 울었다. 그리고 날마다 고기를 먹었다. 먹은 다음에는 누워서 쉬어야만 했다. 재충전 과정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런 느낌이 사라지고 나는 우는 것을 멈췄다.”

    비건 식단이 20년간 키스의 몸을 파괴하고 있는 사이 키스에게 진실을 말해 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키스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채식주의자들에게 “여러분은 이런 경험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내 경험에서 배우면 된다.”라고 말한다. 채식주의자를 향한 이러한 연민과 애틋함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이제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비건 시절보다도 더 깊어졌다

    “담배의 해악에 대해 설교하기로 말하면 담배를 막 끊은 사람을 따라갈 자가 없다고들 한다. 구원을 받은 사람, 아니 깨끗한 공기를 새로 발견한 금연자들은 그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욕구로 충만해 있다. 이 책에서 나는 결코 도덕적 우위에 서서 설교하려 하지 않았고 연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디 내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옳았다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되었다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직면한 미래를 생각하고 지금 우리의 행동에 얼마나 많은 것이 걸려 있는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채식주의 담론의 통합적인 청사진 제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도덕적, 정치적, 영양학적 면의 채식주의의 주요 논제들은 그동안 각각의 영역에서 개별적인 논의와 분석이 이루어져 왔다. 동물 권리주의, 공장형 축산의 진실, 곡물 카르텔의 세계 시장 장악 문제, 기아 문제, 환경, 생태론, 지구의 미래, 농업 문명의 파괴성, 포화 지방과 콜레스테롤, 오메가 3 지방산, 탄수화물 식단 등 영양학 등등. 각 주제별로 깊이 파고들어 가는 논의는 많았으나 영역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월적 사유를 보여 주진 못했다.

    키스의 <채식의 배신>은 이 주제들을 두루 넘나들면서도 유기적으로 풀어내 채식주의 담론의 통합적인 그림을 그려 주고 균형 있는 사고를 보여 준다. 그 과정에서 정치와 윤리, 환경, 생태, 역사, 영양학적 통섭이 이루어지고 있다.

    키스는 자신이 채식주의의 길에서 이탈한 것은 윤리 의식이나 참여 여부 때문이 아니라 바로 ‘정보력’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채식 및 채식주의의 ‘진실’을 밝히고,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채식 상식이나 팁 들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지식’을 알려 준다. 채식을 성실히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겐 건강의 위험 경보를 울려 주는 역할을, 채식주의 논란에서 거리를 둔 채 관조하는 입장의 이들에겐 채식주의 신화를 낱낱이 드러내 뒤집는 지적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