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
    [사회민주주의 선언-8]일방적으로 강요되는 '독재적 계몽'은 안돼
        2013년 02월 28일 10:03 오전

    Print Friendly

    *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사회민주주의 선언> 연재를 마친다. <사회민주주의 선언>을 전재하도록 양해해준 홍진북스의 홍순종 대표에게 다시 감사의 말을 전한다.<편집자>
    ————————————-

    민주공화국을 포함한 일체의 국가의 역할을 불신하는 아나키즘과 달리, 사회민주주의는 국가와 정치를 통해 사회와 인류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민주공화국은 기업과 시장을 통제하고 조정하여 관리하고, 국민 개개인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며, 때때로 조건이 조성되면 계급들 간의 타협을 주선하여 사회의 안정을 이룩해낼 수 있다. 따라서 민주공화국은 사회민주주의적 실천의 강력한 수단이다.

    더욱이 우리가 사회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단위 또한 현재의 역사 발전 단계에서는 국민국가밖에 없다. 따라서 자본 즉 기업과 시장에 앞서 사회공동체를 더욱 중시하는 사회민주주의는 국가공동체를 중시한다.

    그러므로 사회민주주의 정치의 성공 조건 중 하나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이다. 그러나 21세기 초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는 여전히 불신의 대상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이 나라의 국가는 국민들을 보수주의 및 자유주의 정권들을 위한 한갓 경제자원으로 동원하는 도구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자신이 수행해야 할 과제 중 하나를 ‘국가에 대한 신뢰의 회복’과 함께 ‘강력한 국가’, ‘큰 국가’의 구축으로 삼는다.

    그러나 당연히 사회민주주의는 전제적이고 폭압적인 국가에 반대한다. 강력할수록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강력한 국가, 강력한 민주공화국은 개개인들을 다양한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곤란, 사회적 핍박으로부터 해방시켜 그들을 더욱 강력한 인격체, 즉 실질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인격체로 만드는 그러한 국가, 해방적 국가공동체이어야 한다.

    사회민주주의는 포스트모더니즘 및 아나키즘의 생각과는 달리 그런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민주주의에 있어 민주공화국은 자본주의를 통제하고 관리하여 사회공동체의 연대성과 개개인의 인격적 존엄성을 보존하고 더 높은 수준으로 고양시키는 핵심적 장치이다. 물론 이러한 민주공화국은 사회민주주의가 선언한다고 해서 당장 구현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실현을 위해서는 여러 정치 세력들 간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고전적 조건 이외에도, 대의제 민주주의의 충실화와 함께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의 확산과 내실화 등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대의제 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의 확대 그 자체만으로는 형식적 민주주의 즉 자유주의적 민주공화국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민주주의자들은 한편으로는 다양한 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해 나서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주의자들이 간과하는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보편적 복지 및 노동민주주의, 그리고 여가 활동의 양적, 질적 확대 등 다양한 차원의 ‘실질적’ 민주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회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는 민주공화국의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그리고 시민사회의 참여민주주의가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현 시기 우리나라에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의민주주의적인 민주공화국의 구축이며, 이 나라의 정치 공간에서 대통령과 국회, 정당이 자신의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충실히 반영되도록 현재의 소선구제를 개혁하여 비례대표 의원의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렇지만 만약 국회와 정당 정치가 대의민주주의의 올바른 역할을 방기한다면 대중이 직접 거리로 나서 주요한 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직접민주주의적 방식 또한 유효하다.

    정당의 운영과 관련해서도 특정인이 독점적으로 대의원이나 당직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모든 당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의원 및 당직자 추첨제 같은 제도를 확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터넷의 발전에 의해 가능해진 참여민주주의 공간의 폭발적 성장은 민주주의 공화국의 대중적 기반을 더욱 든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를 달성하려고 하는 사회민주주의의 경제적, 사회적 목표들은 국회와 대통령을 포함한 기존의 정치 제도와 정당 정치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제도권 정치와 정당 정치가 다루기 힘든 다양한 사회운동적, 시민운동적 과제들이 있으며 이 영역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증대하여 참여민주주의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한다.

    특히 사회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복지국가 전략의 실행을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 아파트와 마을 등의 기초 단위에서 보육과 급식, 도서관과 청소년 교육, 주택과 의료, 노인요양, 그리고 여가·레저 활동의 조직화 등 다양한 생활복지 현안들을 이끌어가는 자발적인 시민적 결사체와 지방자치 참여자들이 성장하고 이들이 자발적으로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결합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정규직 차별 금지와 노동시간 단축, 고용안정을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노동조합 및 노동단체들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 자발적 결사체의 가치관과 정책이 사회민주주의와 일정하게 불일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것이나, 그 경우 서로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사안별로 협력해야 한다.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 소속의 페르 알빈 한손 스웨덴 총리(왼쪽 시계방향으로 여섯 번째)가 1939년 스톡홀름 왕궁에서 구스타프 아돌프 왕자(일곱 번째)의 주재로 회의를 하고 있다. 출처는 위키피디아.

    스웨덴과 덴마크 등 사회민주주의 정치의 모범 사례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참여민주주의의 확산은 사회민주주의의 비옥한 토양이다. 시민사회 각 영역의 다양한, 그리고 서로 차이나는 자율적 공론들을 존중하면서, 그것들을 연대적으로 집약하여 복지국가 전략으로 연결시킬 때만이 비로소 사회민주주의는 모든 저항을 물리치고 원하는 사회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민주주의는 전국가적 연대의 결과인 바, 그 정책 또한 시민적 연대 위에서만 성공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치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는 볼 수 없으며 지방정치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점점 개선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이것이 정치권력과 유착된 각종 특권과 반칙, 부정부패를 낳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자유주의자들은 특권과 반칙을 없애고 권력의 부정부패를 방지하여 공정국가, 공정사회를 실현하려면 ‘투명한 (자유) 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사회민주주의는 공정한 국가,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려면 민주공화국의 더 많은 개입주의가 요구되며, 투명한 시장보다 더 소중하고 필수적인 것은 ‘투명한 국가’라고 말한다. 투명한 국가란 국가의 모든 행위와 활동에 관한 정보를 비밀 없이 공개하는 국가, 그리하여 시민들로 하여금 국정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언제든지 국정을 감시·비판하고 견제·통제하도록 권장하는 국가이다.

    그리고 투명한 국가는, 모든 선진국에서 그러하듯이, 자유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시장원리’ 강화가 아니라, 오로지 민주주의의 강화를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왜냐하면 국가개입이 강화될수록, 그 국가개입의 목표와 효과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 통제가 강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민주주의가 국가개입을 강조할 때 그냥 국가개입이라고 하지 않고 민주공화주의적 개입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강한 국가개입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나라들에서 정치권력과 유착된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가 거의 없는 것은 이렇듯 국가 투명성과 다차원적으로 전개되는 민주주의 덕택이며, 따라서 그 국가들이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내용적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고차적 복지국가, 고차적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이념과 진리의 다양성에 대한 승인과 사회민주주의자의 삶

    사회민주주의는 시장절대주의와 혁명적 공산주의, 종말론적 생태주의 등 다양한 근본주의(fundamentalism)를 모두 거부한다. 이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다양한 근본주의가 현실 세계라는 매개를 거치지 않은 채 순수 이념을 곧바로 대안으로 제시함으로써 그 자체 폭력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견해들의 정치적 시민권을 인정하며 특히 그 사상들이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한 어떤 이유에서건 억압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회민주주의는 모든 이념은 상대적으로만 진리라는 명제를 받아들이며 그러므로 지난날 공산주의와 달리 스스로를 절대선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또한 사회민주주의자들은 한 사회는 이념을 달리하는 다양한 이해집단과 정치세력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존재가치와 진리성을 가진다는 것을 인정한다.

    따라서 사회민주주의 역시 다양한 이념 혹은 정치세력들 중 하나에 불과한 바,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한 다른 이념과 정치세력을 정당한 경쟁상대로 인정한다. 그러므로 사회민주주의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인 민주주의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확인하자. 민주공화국은 자본주의를 통제할 잠재력이 있으며, 따라서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시장에 비해 사회적 의사결정의 보다 진보한 방식이다. 소련 등에서 국가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패 경험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없애고 더구나 민주주의도 하지 않을 경우 역사의 퇴보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장이 다양한 제품의 경연장이듯이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의 경연장인 바, 다양한 견해와 다양한 의제, 지향성, 가치관이 충돌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바로 민주공화국이다.

    사회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미래 사회란 다양성이 보편성의 기초 위에서 꽃피움으로써 보편적 소통의 조건을 갖추어 나가는 곳이며, 따라서 사회적 갈등이 적대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이해와 배려로 귀결되는 공동체 사회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민주주의의 수단이자 그 자체 목표이기도 하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은 공적 활동에서 뿐 아니라 개인적 삶에서도 사회민주주의적 가치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권위주의와 패거리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의식을 가진 사람이 진보주의자일 수는 없다.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과 공존하고 대화하며 소통할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이 사회민주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 사회민주주의자가 완고해야 한다면 그것은 오직 민주주의의 원칙을 고수할 때 만이다.

    사회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포함한 어떤 가치나 정치적 행위도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독재적 계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동의에 기초한 합리적 설득만이 국민의 정치적 능력을 높이 고양하여 민주주의 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더욱 든든하게 만들 수 있다.<끝>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