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어제와 오늘
    [중국과 중국인] 베이징과 샹하이를 오가는 길
        2013년 02월 26일 10:55 오전

    Print Friendly

    며칠 전 중국을 잠깐 다녀왔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지 벌써 10년이 됐습니다. 물론 그 동안에도 가끔 중국을 다녀왔지만 주로 베이징 한 곳에 머물렀었는데 이번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몇 지역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작년 11월의 18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도 구성되고 해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방문한 지역의 친구들과 정치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베이징을 벗어나서 몇몇 지역의 경제적 변화도 오랜만에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이번 여행에서 경험하고 느낀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고 느낀 점일 뿐 어떤 주관적인 가치부여나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님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한국에서도 보도됐었지만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환경오염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중국에 머무르는 동안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맛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언론에서도 연일 환경오염과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먼저 베이징, 샹하이 등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들 역시 중국정치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전망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지도부의 반부패 척결 행동에 대해서는 취임 초기의 관례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농촌과 농민들의 상황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고대 농민반란의 예를 들면서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시진핑 등 새로운 지도부 역시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당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당의 개혁을 주창하고 있습니다만 진정한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의 언론을 통해서도 접하는 종종 문제이지만 신장위구르족이나 티베트족 등의 독립운동 세력들의 저항에 대한 중국정부의 대응은 중국이 테러위험 지역이라는 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수도인 베이징은 그 정도가 심해서 모든 기차역과 지하철역의 출-입구에는 휴대품을 검사하는 시설이 설치되어 조그마한 손가방도 검사를 거쳐야하고, 열차 안에는 감시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접근은 변함없이 여전히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었습니다. 모든 중국인들이 pc방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며, 외국인들은 본인의 여권을 제시해야 합니다. 한국 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중국내의 비판적인 인터넷 사이트와 중국 외부에서 운영되는 비판적인 중국어 사이트에의 접속은 여전히 차단되고 있었습니다.

    조지 오웰의 ‘1984’가 떠올랐습니다.

    베이징에서 샹하이로 가는 열차표를 구하기 위해 숙소 근처의 기차표 판매소를 찾았습니다. 13억 중 8억이 이동한다는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지에(春節-설, 국가 공식 휴무는 3일 이지만 춘지에가 낀 전 후의 주말 이틀, 즉 4일을 더해 7일을 쉬게 됩니다. 따라서 올해는 2월 9일부터 15일까지 쉬고 16일과 17일은 주말에도 근무를 하게 됩니다.)가 가까워서인지 매표소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중국 열차는 중국 발음의 영문표기로 구분하는데, 예를 들면 한국의 KTX 격인 까오티에(高铁)는 G로, 그리고 그 다음 급인 동처(动车)는 D로, 이들 고속열차가 등장하기 전 가장 빨랐던 터콰이(特快)는 T로 표시되며, 그 외에 콰이(K) 등등의 저속 열차가 있습니다.

    까오티에는 빠르게는 약 1500km에 이르는 베이징-샹하이 구간을 5시간 내에 주파합니다(대개는 5시간 30분 정도). 10여 년 전 빠르게는 10시간 늦게는 20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고속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고속열차가 하루 30여 차례 이상 베이징에서 샹하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까오티에의 가장 비싼 좌석은 1000위안(元-18만원 정도)이 넘고, 이등석도 일반적으로 553위안을 지불해야 합니다. 반면에 제가 유학 중에 이용했던 터콰이는 일반적으로 500여 위안부터 300여 위안의 침대칸 그리고 170여 위안의 좌석(硬座) 표가 있습니다.

    이동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보통 3~4일 전에 예매해야 이등 침대칸 좌석이라도 구할 수 있는데 저는 하루 전에 예매한 관계로 150여 위안을 지불하고 입석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일단 열차에 오른 후 침대칸 좌석을 구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과거에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편의를 제공했던 기억도 있어서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열차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열차에 올라보니 제가 상황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침대칸 좌석은 겨우 4석이 남았는데 대기자는 15명이나 됐고 결국 4시간 넘게 일반 좌석칸 열차에서 서서 가야했습니다.

    만원일반실_chogaci

    중국철도의 일반실 만원 모습

    열차 안은 그야말로 한 발자국 움직일 틈도 없었습니다. 앉은 사람, 서 있는 사람, 심지어는 두 좌석 사이의 틈 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잠자는 사람. 침대칸의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는데, 개혁개방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와중에 무슨 냄새가 나 돌아보니 뒤쪽에서 중년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금연 표지가 붙은 바로 그 장소 앞에서 말입니다. 금연표지를 가리키면서 담배를 끌 것을 요구했지만, ‘괜찮다’, ‘넌 담배 안 피우냐’ 등 관계없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 결국 담배를 다 피우더군요.

    나중에 승무원에게 담배에 대한 규정을 물었더니 규정상, ‘동처’ 이상의 열차에서는 무조건 담배금지, 터콰이 이하 급에서는 ‘객실’ 내에서만 금연이라고 설명하면서(믿거나 말거나), 승무원 자신도 객실을 벗어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인들이 원래 담배에 상당히 관대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중국정부에서 강조하는 정신문명 건설이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느꼈습니다.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에서의 태도에 대한 구분이 아직은 명확하지 못했습니다. 밤 11시가 넘어 조명을 끄자 침대칸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승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4시간 넘게 서서 가다 겨우 식당차에 좌석이 하나 생겨 30 위안짜리 저녁 식사를 하는 조건으로 앉아서 가게 되었습니다.

    샹하이에 도착한 후 눈에 들어온 풍경은 개혁개방의 성과를 집대성한 것 같은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은 현대화된 모습이었습니다. 베이징에서는 일률적으로 2 위안하던 지하철 요금은 기본요금(3 위안)부터 달랐고 또 거리 병산제로 계산되고 있었습니다.

    중국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있던 친구가 저를 어떤 조그만 서점으로 안내한 후 주인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인은 낯선 저를 힐끔 거리면서 뭔가 주저하는 눈빛으로 시간을 끌더니 결국 믿을만한 친구라는 중국친구의 설득에 결국 저와 친구를 서점 한 구석의 작은 문을 통해 좁은 공간으로 안내했습니다.

    안내받아 들어선 비좁고 어둔 공간에는 홍콩에서 발행된 듯 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본토에서 판금된 공산당에 반대하거나 또는 공산당을 비판했던 인물들의 자서전, 회고록 등과 당 내의 비판적 인사들의 주장이 실린 책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베이징에서도 이런 책들을 비슷한 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단속이 강화되어 거의 사라져 버렸는데, 홍콩과 가까운 남방의 도시들에서는 여전히 이런 책들을 몰래 판매하는 서적상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베이징과 샹하이를 오가면서 경험한 일들을 제가 공부하던 시절과 비교해 간단하게 소개했습니다. 짧은 기간의 경험과 제한된 소재를 통해 중국의 상황과 변화를 소개한다는 것이 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중국의 대표적인 두 도시를 오가면서 겪은 일들을 가지고 중국을 읽어봤습니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