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정리해고 요건 강화해야"
    국회의장 및 노동부 장관에게 근로기준법 개정 권고
        2013년 02월 25일 11: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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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첫날인 25일, 국회의장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정리해고자의 인권보호적 측면을 강조해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와 관련해 이 요건을 강화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경영상 필요 정의, 구체화 필요성 있어”
    “해고대상자에게는 생계안정 보장해줘야”

    인권위는 이를 위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한 정의를 구체화하도록 할 것과, 정리해고된 근로자에 대한 우선 재고용시, 해고 당시 담당했던 업무와 ‘같은 업무’로 고용해야 하는 것을 ‘관련이 있는 업무’로 확대해 재고용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노동부 장관에게는 “해고 대상자 선정 시 공정한 기준이 적용되도록 해고대상자 선정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과 “정리해고자들의 생계안정을 위하여 장기적으로는 ‘해고보상제도”를 도입하는 등 해고자의 고용안정 방안을 강구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해고보상제도’란 정리해고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속년수와 해고 당시 임금수준 등을 고려해 지급하는 일종의 정리해고수당을 의미한다.

    정리해고 남발 묵인하는 사법부, 기업 비판

    특히 인권위는 그간 노동계가 제기해왔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애매모한 법률 해석에 대해 “대법원은 현재 뿐만 아니라 장래에 올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삭감을 인정”한다며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큰 법적 부담없이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박한 경영상 필요’라는 법률 정의의 구체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경영 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 이외에는 경영상 이유로 해고할 수 없도록 요건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리해고

    민주노총 자료사진

    또한 현행법이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에 대해 특별한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점도 지적하며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시 ‘근로자측 요소(연령, 근속기간, 부양의무, 재산상태, 건강상태 등)와 ‘사용자측 요소'(근무성적, 업무능력, 징계전력 등)을 고려한 대상자 선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정호균 사무관은 이번 권고안이 박근혜 취임식 첫날 나왔다는 점에 대해 “시기를 맞춘 게 아닌데 그렇게 됐을 뿐 정치적 해석은 필요없다. 실무 수준에서 검토했고, 상임위에서 결정되면 그 자체로 효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고안 내용에 대해서도 “정리해고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검토해본 결과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에 대해 대법원이 확대해석하고 있어, 회사가 도산위기에 처하는 등 절박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근기법 24조에 대한 개정 권고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요구안과 상당히 유사…민주당안보다 진일보
    법 위반시 사용자 처벌 규정 강화 부분 없어 아쉬움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지난 해 대선을 앞두고 정리해고와 관련된 법 개정안을 요구해왔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제24조 1항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과 관련해 “생산성의 향상 및 경쟁력의 회복, 신기술 도입이나 업무 방식의 병경, 업종 전환, 일시적 경영 악화, 장래에 올 수 있는 경영 위기 등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안을 제시했다.

    정리해고 요건의 핵심인 24조 1항의 개정 없이는 정리해고를 남발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이 19대 국회 첫 임기일인 지난해 5월 30일 당 의원 전원 찬성으로 발의한 근기법 개정안에 24조 1항에 대한 개정 언급이 없어 아쉬운 지점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이번 인권위의 권고안은 근기법 24조만 보면 민주당이 제시한 안보다 상당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디. 특히 불가피하게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선정 기준에 있어 근로자측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내용은 노동계, 야권에서도 제기한적이 없는 내용이다. 권고안 자체만 보면 정리해고의 문제가 상당 수준 해결될 수 있는 것.

    노무법인 <기린>의 이기중 대표 노무사는 인권위의 권고안에 대해 “긴박한 경영상 위기라는 것이 초기에는 당장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이 어려워질 정도로 한정지었는데, 점차 미래의 예상 위기나 더 큰 이익을 위해서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례로 넓어지면서 문제가 됐다. 그래서 이부분에 대해 제한이 필요하다는 인권위의 제안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노무사는 “우선재고용의 정의를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나 현재의 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기업들을 처벌할 근거 규정이 없는 점과 현행법에서도 정리해고자 대상 기준 선정히 노사 협의가 의무인 것처럼 나오지만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고용약속이나 협의 규정을 위반하는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민주노총이 각 대선 후보에게 보낸 정리해고와 관련된 법 개정 방향에 대해 “경영성 해고 요건 강화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고용경직성 초래 및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위축 가능성을 고려해 실제 입법여부는 노사대표 의견과 외국 입법례 등을 종합해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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