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죽이기 일관하는 서울교육청
    [기고] 서울시교육청은 보복성 징계를 중단하라
        2013년 02월 15일 05: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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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원재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이 본인의 페북에 올린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당시 주경복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교사들이 벌금 등의 사법적 판결을 받았다. 그 중 일부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아 교직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청이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중징계를 하겠다고 한다. 오늘 서울시교육청 징계위가 열린다. 이에 대한 송원재 전 지부장의 비판과 반박 글이다.(관련기사 링크)<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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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서울시교육청 징계위가 열린다. 2008년 교육감선거 관련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전교조 교사 8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교육감선거에서 교육시민단체가 공동추대한 주경복 후보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선거자금 지원액수가 많은 순서대로 전교조 서울지부 지회장 25명을 선착순으로 세워 앞에서부터 13명을 기소했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니므로 정치자금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선거자금 모금은 합법”이라고 해석했다. 나중에 대법원도 “선관위 안내를 받아 이뤄진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이 ‘삽질’을 한 셈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기소의 핵심사유인 ‘정치자금 모금’이 무죄이니 이에 근거한 징계요구도 취소하는 게 맞다. 또 징계사유 중 하나인 ‘조직후보 결정과정 참여’에 대해서도 법원은 “후보추천 준비활동은 선거운동이 아니므로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법원 판결까지 무시하고 중징계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법부와 한판 붙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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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청 징계위 진행에 대한 전교조 서울지부의 규탄 기자회견(사진=교육희망 강성란)

    교육청이 교사들을 징계위에 처음 회부할 당시 정황을 살펴보면 미심쩍은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검찰은 2009년 1월 지회장 13명을 기소하면서 이를 교육청에 통보했다. 공정택 당시 교육감은 한달 뒤 검찰의 기소장을 그대로 베껴 징계사유서를 만들어 전원을 징계위에 회부하며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공 교육감 자신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상태여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자기는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교육감직을 수행하겠다고 버티는 주제에, 13명의 교사는 확정판결은커녕 1심재판도 시작되기 전에 중징계를 한다는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견디다 못한 공 교육감은 결국 징계를 법원 판결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공 교육감이 유죄 확정판결로 교육감직을 잃은 뒤, 이성희 권한대행은 2010년 3월 약속을 뒤집어 징계위 속개를 지시했다. 공 교육감도 날아갔으니 이제 더 이상 눈치 볼 것 없다는 얘기다.

    여기엔 교과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교과부는 민노당에 후원비를 낸 전교조 교사 134명을 전원 파면ㆍ해임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시도교육청에 중징계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전교조 관련사건은 사안의 경중을 가리지 말고 전원 파면ㆍ해임 등 배제징계를 하라”는 것이다. 이 권한대행이 약속을 뒤집고 다시 중징계 칼을 뽑아든 것도 이런 사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일제고사 거부로 파면ㆍ해임됐던 교사들이 대법원에서 전원 징계무효 판결을 받아 복직했고, 시국선언으로 파면ㆍ해임됐던 교사들도 대부분 징계무효 판결을 받아 속속 복직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교과부의 ‘전교조교사 중징계 방침’이 적법성, 형평성 등을 도외시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교과부는 ‘전교조 죽이기’를 위해 사안의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주관적 예단을 앞세워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다.

    징계사유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징계위가 작성한 징계사유가 검찰의 공소장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것도 상식 밖이다. 공소장은 유죄여부가 확정되기 이전에 검찰이 제기하는 ‘의심’이지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징계위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한 마디로 언어도단이다. 재판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부분이 징계사유나 위법행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법률의 초보적 상식이다.

    또 징계사유는 당사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을 마구잡이로 ‘표절’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벌어진 ‘참극’이다.

    공소장을 베끼는데 급급한 나머지 개개인의 정황에 맞게 징계사유를 특정하여 재구성을 하지 못한 탓이다. 참으로 낯 뜨겁고 민망한 일이다. 이렇게 허술하고 엉성한 징계절차에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교사들이 딱할 뿐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징계사유서에는 “전교조 서울지부가 40여개의 교육시민단체들을 규합하여 ‘고교서열화 반대와 교육양극화 해소를 위한 서울시민추진본부(추진본부)’를 결성하고, 이를 교육감 선거에 이용했다”는 요지의 내용이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지회장들은 추진본부의 구성원도 아닐뿐더러 회의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마찬가지로 “추진본부가 워크샵을 개최하고 주경복 교수를 교육감 후보로 내정했다”는 것도 추진본부 구성원이 아닌 당사자의 혐의사실이 될 수 없다. 도대체 누구를 징계하겠다는 얘긴가?

    더 기가 막힌 것도 있다. 징계위는 “추진본부가 워크샵을 개최하고 주경복 교수를 교육감 후보로 추대했다”고 혐의를 두고 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후보추천을 위한 내부활동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선거 준비활동’이므로 공무원인 교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뭘 징계하겠다는 얘긴가?

    징계사유서는 또 전교조 서울지부가 ‘여러 단체와 함께 교육감 후보를 추대하기 위해 조합원 토론회와 투표를 한 것’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것 역시 서울시 선관위가 “투표결과를 외부로 공개하지 않으면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게다가 “교육감은 정치인이 아니므로 정치자금법 적용대상이 아니며, 공무원인 교사도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빌려 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선거 주무관청인 선관위의 유권해석과 안내를 받아 이루어진 행위가 어떻게 징계사유가 된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입법기관이라도 되는가?

    징계사유서는 또 “불법 기부금을 모아 주경복 후보를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1, 2, 3심 재판부는 일관되게 “선관위 안내에 따라 자발적으로 선거자금을 대여해주고 돌려받은 것은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런데도 이것을 이유로 중징계 하겠다는 것은 사법부 전체를 중징계하겠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비슷한 사례와 비교해 봐도 중징계 요구는 너무 무겁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2004년에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유아무개 교사는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처분을 받았고,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불법 선거자금 지원으로 2009년에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최아무개 교장도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이와 같거나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받은 교사들에게만 유독 중징계를 요구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벌금 80만원’은 고성방가나 노상방뇨 같은 예전의 경범죄에 해당하는 경미한 과실에 부과되는 가벼운 형량이다. 그런데도 징계위가 전교조 교사에 대한 터무니없는 예단과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중징계를 내린다면, 이것은 징계의 적절성과 형평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징계위는 어느 모로 보나 떳떳치 못한 중징계 의도를 버려야 한다.

    게다가 이 교사들은 5년이 넘도록 정상적으로 수업을 해가면서 수 십 차례나 법원과 교육청을 오가며 시달릴 대로 시달려 왔다.

    어떤 교사는 극심한 신경쇠약과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태다. 중징계로 인한 피해를 넘어서는 심신의 고통을 이미 대가로 치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며칠 안 남은 방학마저 또 다시 징계위 출석과 지루한 설전으로 보내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이제 이 교사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하루 빨리 교단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필자소개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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