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핵실험 대한
    민중운동의 공동 행동 필요
    [기고] 군사적 긴장 격화와 핵 무장론에 평화의 대응 시급
        2013년 02월 15일 04: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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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핵실험, 난감한 민중운동

    지난 12일 오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연일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몇몇 단체가 입장을 발표한 것을 제외하면 민중운동의 대응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북핵’이라는 쟁점이 매우 민감한 사안이고, 인식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공통의 실천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지금 시기에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입장을 내는 것 자체가 가져올 효과도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모든 핵을 반대한다는 입장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다면, 대북 강경 대응을 부르짖는 보수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사회진보연대에도 북한의 핵실험 당일 모 보수언론 기자가 여러 번 전화를 걸어 ‘딱 한마디만 해 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

    그러나 이러저런 고민 속에 민중운동이 주저하는 사이, 사태는 훨씬 더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을 비롯한 호전 세력들은 공공연하게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핵실험 당일과 이튿날, 우익단체들은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형식 등 특유의 과격한 퍼포먼스로 대북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방송에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모형을 불태우고, 북한을 ‘미친개’에 비유하며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강경한 목소리만 등장할 뿐, 현 사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모색하자는 목소리는 전혀 비치질 않는다.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 노골적인 한국의 군사력 증강 목소리가 아무런 제어 없이 흘러넘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도 크게 악화될 것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긴장은 훨씬 더 고조될 것이다.

    최소한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교적 접근, 장기적 해법만큼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문제들도 많다. 민중운동의 시각이 다양하다고 하더라도 최소주의 원칙에 따라 합의 가능한 수준에서 공통의 과제를 추출하고 발 빠르게 행동해야 할 때다.

    이러한 생각에서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물론 여기서 제안하는 과제가 고조된 한반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전부일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준동하는 호전세력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한 시작일 수는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부터 일방적이고 선행적인 군축과 평화 실현의 움직임이 북한의 도발에 상응한 군사력 증강, 혹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도 군사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현실주의, 상호주의 논리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평화운동의 기본 관점을 실현하는 출발이 될 수 있다.

    첫 번째로, 대북 제재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한국은 유엔안보리 의장국을 맡고 있는 2월 안에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도출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북한의 후견국 격인 중국이 변수지만, 북한의 핵무장은 중국으로서도 환영할 일은 아니기에 이전과 같지는 않을 수 있다. 일본은 독자적인 제재안을 마련하겠다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제재는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북한의 폭력적인 대응을 유발한다. 실제 이번 핵실험 이후 북한은 ‘합법적인 평화적 위성발사 권리를 난폭하게 침해한 미국의 포악무도한 적대행위에 대처하여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혀,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를 핵실험의 명분으로 삼았다.

    한층 더 강화된 제재는 사태를 해결하기보다는 북한의 폭력적인 대응을 유발한다. 또한 제재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보다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해야한다는 논리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동원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든다. ‘제재 강화–반발–도발 심화–긴장 고조’라는 악순환을 깨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두 번째로, 역내 군사적 긴장을 크게 고조시키는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이 필요.

    3월 초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키리졸브 훈련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증원전력이 한반도에서 군사력을 전개하는 방법을 숙달하는 RSOI(연합전시증원) 훈련을 대체해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대규모 훈련이다. 키리졸브 훈련 역시 한반도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작전계획 숙달, 유사시 한미 간 대규모 병력 및 물자 증원, 전개를 연습하는 훈련이다.

    키리졸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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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훈련은 역사적으로 해당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여 갈등을 증폭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군사훈련은 항상적인 전쟁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자, 그 자체로도 전쟁 위험을 더욱 가중시킨다.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 중국이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만이 아니라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군사훈련은 전쟁 수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호전적 행위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란 있을 수 없다.

    한미 양국은 최근 북한의 로켓 발사 후에도 서해상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하며,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 핵실험 직후에 벌어지는 훈련인 만큼 이번 키리졸브 훈련 역시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을 겸할 것이고, 훨씬 더 공격적인 성격을 지닐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군사훈련이 가져올 수 있는 파괴적 결과를 우리는 이미 연평도 사태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다음으로, 한국의 핵무장 시도, 군사력 증강 흐름에 대한 비판이 필요.

    한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군사력 증강의 알리바이로 삼거나, 대북 적대 정책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하고 있다. 정부는 12일 성명에서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미사일을 조기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역량을 확충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도는 한반도를 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사력 경쟁을 강화할 것이다.

    또한 김장수 국방안보실장 내정자는 1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역시 예전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경 노선이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당선되자마자 예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복지문제, 경제민주화 문제에 대한 대선 공약을 내팽개치려 하는 것처럼, 차기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이용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민중들의 요구를 묵살하려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한국은 한미원자력협정에 묶여 우라늄 농축도, 폐연료봉 재처리도 할 수 없다.

    우라늄 농축이나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은 핵무기 제조 기술로 직결된다. 때문에 핵발전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자들뿐만 아니라, 핵무장을 주장하는 자들에게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은 숙원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핵발전소 수출을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 선전한 이명박 정부는 핵발전소 수출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한국이 핵연료 주기를 완성해야한다는 핑계로 협정 개정에 매달려 왔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협정 개정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반핵, 환경 운동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대응해야 한다.

    이 정도의 문제의식에 공감할 수 있는 사회운동 단체들이 시급하게 고민을 나누고, 공동의 실천을 조직하자. 기자회견, 선언/서명운동, 토론회 등 구체적인 방안은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반대하며 군사적 긴장 완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민중운동이 함께 나서야 할 때다.

    필자소개
    사회진보연대 반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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