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죽음에 대하여
[미드로 보는 세상] 죽음을 주제로 한 명작 '식스 핏 언더'
    2013년 02월 15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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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봄이 오는 것이 느껴지는 시절이지만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었으며 뜻하지 않은 많은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마음을 더 춥게 만들었다. 겨울이 되면 유난히 주변에서 부고가 많이 들려온다. 지병을 앓고 있던 사람들이나 노인들의 경우 겨울이 참으로 위험한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이 되면 늘어나는 지인들의 안타까운 소식 외에도 시대와 불화한 죽음들도 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어진 노동자들의 죽음은 올 겨울을 더 춥게 느끼게 만들었다. 전 세계 어느 나라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노동자들이 연이어 자살을 한단 말인가? 그렇게 ‘죽음’은 일견 우리를 숙연하게 만드는 어두운 단어지만 한편으로는 삶의 아이러니와 사회의 비극을 그대로 보여주는 테마일 수도 있다.

소재의 다양함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미드’에서는 어떠할까? 당연하게도 미드에도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웬만한 문학작품 이상의 퀄리티로 다루는 작품이 있다. 작품성에 있어서 올타임 넘버원을 ‘웨스트 윙’, ‘소프라노스’등과 다투고 있으며 미국 최고의 드라마에게 주는 ‘에미상’을 3년 연속 수상한 작품. 바로 ‘식스 핏 언더(Six feet Under)’가 오늘 소개할 미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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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사진속의 저 차가 매우 눈물겹게 느껴질 것이다

‘식스핏언더’는 2001년부터 믿고 보는 명작 미드 방영채널 ‘HBO’에서 5년간 방영된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제목은 말 그대로 6피트 아래를 의미하는데 관을 묻기 위해 땅을 팔 때의 깊이를 의미한다. 6피트 아래에 관을 묻는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법적으로 관을 묻는 크기를 정하고 있는데 규격은 시신 1구당 40인치(넓이)×9피트(길이)×6피트(깊이)로 규격화 되어 있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아메리칸 뷰티’의 각본가 ‘앨런 볼’이 제작, 감독, 각본을 맡고 지금은 각종 미드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는 당시의 신인배우들이 연기했다.

강력한 매니아들을 데리고 있는 미드 ‘덱스터(DEXTER)’의 살인마 덱스터 역의 ‘마이클 C 홀’이 게이이자 장의사인 둘째로, ‘로스트룸’, ‘더티 섹시 머니’ 등에서 호연을 펼친 ‘피터 크라우스’가 첫째 아들로 나온다.

배우들의 감정연기가 매우 섬세해서 에피소드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잘 이해가 안가는 장면들도 많으나 시리즈를 연속해서 보다보면 어느새 주인공들의 감정에 깊이 몰입되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덱스터에서 살인마 역할을 하던 ‘마이클 C 홀’보다 ‘식스 핏 언더’에서 ‘게이’로서의 정체성에 고민하던 그가 더 인상깊었다.

이 작품은 장의사라는 가업을 이어가는 두 아들과 가족,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삶과 관계를 통해 ‘죽음’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또 마냥 슬프고 기쁘고 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인간의 삶의 한 부분임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시즌1의 첫 에피소드가 장의사를 하는 주인공들의 아버지가 영구차를 몰다가 추돌사고로 사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장의사가 영구차를 몰다가 그 자리에서 죽는다는 아이러니는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그대로 잘 보여준다.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또 그 자체로 아이러니한 것.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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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식스 핏 언더 DVD 박스 세트도 아주 센스 넘친다

완결되는 5시즌까지 매 에피소드 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나오며 그들의 시체를 복원하거나 꾸미고 또 장례를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 처음에 이 드라마를 보고 인상 깊었던 것은 미국과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의 차이였다. 한국의 경우 가족들이 상주를 맡고 가족 중심의 장례에 익숙해져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주로 고인의 친구들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장례식장 연단에 나와서 고인과의 추억을 회고하는 형태인데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는 다양한 사고나 이유로 훼손되거나 한 시체들을 복원하는 장면들이다. 우리와는 다르게 미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시신을 복원하고 방부처리해서 관을 반쯤 열어놓고 조문객들이 시신을 보면서 장례식을 치른다. 몸이 반으로 잘린 시체를 붙여놓는다든지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시체를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해내는 기술들의 향연은 이 드라마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잔잔하면서도 묘하게 슬픈 느낌을 흩뿌려놓는 솜씨다. 각본을 맡은 ‘앨런 볼’이 드라마에서 세계적인 단편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감수성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는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제법 문학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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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집들

특히 미드사상 최고의 엔딩씬이라고 이야기되는 시리즈 마지막 에피소드는 수많은 시청자들이 눈물을 쏟게 만든 명장면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 할 수 있다. 1시즌부터 5시즌까지 총 60여편에 달하는 시리즈를 정주행 한 사람이라면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눈물을 결코 참을 수 없다는 것을 확언할 수 있다.

하지만 2013년 대한민국이라는 곳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미드 ‘식스 핏 언더’에서처럼 죽음을 한 개인의 삶과 그에 대한 마무리로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힘들다.

하나의 생명이 그 삶을 정갈하게 마무리하거나 또는 그 삶이 그가 생전에 맺었던 관계들 속에서 정리되는 것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우리가 언론이나 지인들을 통해 맞이하는 이 시대의 죽음들은 그러하지 못하다. 그것은 시대와의 불화 속에서 만들어지는 죽음들이기 때문이다.

그 시대와의 불화 속에 만들어진 죽음들의 원인과 이후의 과정과 결과를 보면 ‘죽음’이라는 것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에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청년실업자의 자살, 노동자의 죽음, 절망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죽음 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이 생명체로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죽음인가? 삶이 가지는 근본적인 부조리에서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죽음인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음이란 것은 철학이 되기에 너무 가혹하고 불평등하며 6피트 발밑에 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그런 것이다.

필자소개
청년유니온에서 정책기획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제민주화2030연대와 비례대표제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술, 담배, 그리고 미드와 영화를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가장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대부분의 사업계획이나 아이디어를 미드나 만화에서 발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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