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숲 고로케 폐쇄…왜?
    2013년 02월 15일 10:48 오전

Print Friendly

‘충격 고로케’에 이어 ‘언론사 뒷담화’를 위해 만든 ‘대나무숲 고로케 언론사 뒷담화 위키(이하 대나무숲 고로케)’가 개발자에 의해 폐쇄됐다.

‘충격 고로케’는 어떤 언론사가 낚시성 제목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지 순위를 매기는 사이트로 개발자가 ‘충격’, ‘경악’, ‘결국’ 등 단어별로 정리했다. 이 사이트로 상위 랭크된 대부분의 데스크와 기자가 침울해 했으나 한 유명 언론사 데스크는 ‘우리가 X등이다!’라며 은근히 좋아했다는 후문이다.(관련 기사 링크)

대나무숲은 충격 고로케 개발자가 만든 후속 작품으로 누구나 언론사의 연봉에서부터 야근수당 존재 유무, 사내 분위기, 근처 맛집, 노사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익명으로 작성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재밌는 건 누군가는 ‘폭로’하고 누군가는 열심히 자사의 불리한 이야기를 지워댔다. 누군가 지운 글은 간편하게 복구가 가능해, 전쟁같이 누군가는 올리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즉각 지우는 일이 반복되는 곳도 있었다. 어떤 경우는 고의로 특정 언론의 편에 서서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글도 올라와 홍보실에서 일부러 올리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우리 안의 금칙어, ‘장자연’이 올라오다

그런데 13일밤 갑자기 대나무숲 고로케가 폐쇄됐다. 느닷없는 폐쇄에 네티즌들은 개발자가 특정 언론으로부터 고소당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고르케 홈피

충격 고로케의 홈피

하지만 개발자가 페쇄한 이유는 특정 언론으로부터 고소 당해서가 아니라 고소 ‘당할까봐’이다. 누군가 <조선일보>에 성접대 사건에 대해 올린 것. 따지고 보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또 누구라도 기사로 쓰지 못한 내용, 그 내용이 올라간 것이다.

개발자는 고민끝에 해당 내용은 개발자로 감당할 수 있는 수위가 아니라고 자체 판단해 문을 닫았다. 내용 출처에 대한 책임자는 아니지만 사이트를 개발하고 서버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허위사실’ 등을 방조했다는 누명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게임회사 뒷담화 위키도 폭로 수위가 높아지면서 해당 게임회사에서 자사에 불리한 내용을 올린 글쓴이를 색출하겠다고 나서, 개발자가 뒷담화 위키를 사용하는 이들이 피해볼 것을 우려해 잠시 폐쇄하기도 했다.

언론사 뒷담화 위키인 대나무숲 고로케도 폭로 수위에 따라 개발자 스스로와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 섰던 것. 그래서 13일 밤 급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대나무숲 고로케 개발자는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사이트 폐쇄와 관련해 “어쩔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에게조차 조선일보와 장자연은 금칙어 아니겠느냐”며 “당분간 충격 고로케만 돌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행히(?) 대나무숲 고로케에 올라간 모든 내용을 보관했던 한 네티즌이 같은 내용의 위키를 열었다. www.wikivoice.net으로 대나숲 고로케에 있던 내용 모두를 복구해 14일 오후 개장한 것.

이번에 ‘위키보이스’는 사이트 대문에서 “운영진은 해외에 있으며 서버 또한 해외에서 제공된다”고 밝혀,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운영진의 실체는 베일(?)에 쌓여있다.

해외에 서버를 둬 보다 높은 수준의 폭로나 뒷담화에 자유로울 수 있는 ‘위키보이스’의 생명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한 것은 전현직 기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