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회찬 집행유예…의원직 상실
    삼성, 검찰 등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부패 폭로한 노회찬은 유죄된 꼴
        2013년 02월 14일 03: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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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한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해 14일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 의원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노 의원은 이날부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대법원 판결 직후 노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최대의 기업 회장이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낸 사건이 공공의 비상한 관심이 아니라는 법원의 해괴망칙한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회찬

    노회찬 의원의 모습(사진=노회찬 블로그)

    그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로 10개월만에 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시 광야에서 서게됐다. 안기부 사건으로 대법원 판결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뜨거운 지지로 당선시켜준 노원구 상계동 유권자들에게 죄송하다”며 “그러나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아울러 노 의원은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국민 심판대 앞에서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 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이라며 “사법 정의가 바로 설 때 한국의 민주주의도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오늘 국회를 떠난다. 다시 국민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노회찬 의원은 2005년 국회 법사위원회 회의에 앞서 ‘안기부 X파일’로 불린 불법도청 테이프에서 삼성 그룹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을 비롯해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를 인터넷으로 올려 안 전검사장이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2심은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인터넷에 올린 부분은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유죄취지로 파기했고, 2011년 다시 열린 2심에서 노 의원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통합진보당은 이례적으로 진보정의당과 관련한 사안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민병렬 대변인은 노 의원 판결에 “시대착오적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과 검찰의 유착과 같은 권력비리는 도청 등 특단의 상황이 아니라면 밖으로 드러나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대법원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있더라도 권력비리를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특히 여야 의원 159명이 최종판결을 미뤄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정치 판결이 이뤄진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진보신당도 이번 판결에 입을 열었다. 이날 박은지 대변인은 “오늘의 판결로 인해 공익을 위한 정보공개와 관련 정치인과 언론인 모두 자기검열의 족쇄를 채우게 됐다. 재판부는 이 판결의 역사적 책임을 명확히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노회찬 의원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국회를 떠나며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내 최대 재벌그룹 회장의 지시로 그룹 부회장과 유력 일간지 회장등이 주요 대선후보, 정치인, 검찰 고위인사들에게 불법으로 뇌물을 전달하는 모의를 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을 담은 녹취록이 8년 후인 2005년 공개되었습니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사건입니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이 사건을 건국 이래 최대의 정, 경, 검, 언 유착사건이라 말했습니다. 주요 관련자인 주미 한국대사와 법무부차관이 즉각 사임하였습니다. 그러나 뇌물을 준 사람, 뇌물을 받은 사람 그 누구도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를 보도한 기자 두 사람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떡값검사 실명을 거론하며 검찰수사를 촉구한 국회의원 한사람이 기소되었습니다.

    다시 8년이 지난 오늘 대법원은 이 사건으로 저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죄목으로 유죄를 확정하였습니다.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그룹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의원직을 상실할 만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판결입니다. 폐암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릅니까?

    국내 최대의 재벌회장이 대선후보에게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사건이 ‘공공의 비상한 관심사’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해괴망칙한 판단을 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국민 누구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면 면책특권이 적용되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이라는 시대착오적 궤변으로 대법원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묻습니다. 지금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가 있는가? 양심이 있는가? 사법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저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로 10개월 만에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시 광야에 서게 되었습니다. 안기부 X파일사건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서도 뜨거운 지지로 당선시켜주신 노원구 상계동 유권자들께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입니다. 그러나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저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것은 바로 그런 거대권력의 비리와 맞서 싸워서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닙니다.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오늘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입니다. 법 앞에 만명만 평등한 오늘의 사법부에 정의가 바로 설 때 한국의 민주주의도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오늘 국회를 떠납니다.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2013년 2월 14일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노회찬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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