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차 핵실험 강행, 함의와 대응
    2013년 02월 14일 01: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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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일 북한이 끝내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UN 및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의 당국뿐만 아니라, 박근혜 당선인과 주요 정당들도 신속히 입장 천명을 했다. 핵실험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이후 대응과 관련해서는 입장이 미묘하게 갈렸다.

예를 들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다른 유엔 회원국들과 단호한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 공조할 것”임을 천명한데 비해,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비핵화 준수와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도 각 측(국)이 냉정하게 대응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것을 호소했다.

국내에서도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국회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는 물론 추가적인 제재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한 반면, 민주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조치에 대한 책임 또한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북 특사 파견과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 대화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국제사회나 민주당 등이 스스로 천명한 입장때문에라도 제재는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하고, 당분간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가 보기에 제재는 솔직히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더 이상 할 제재가 없을 만큼 북한에 대한 제재가 이미 실행되고 있는 데다, BDA식 금융제재나 중국의 원유 수송관 제어 등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북한이 학습 경험이 있고, 중국도 현재의 미․중 전략적 관계를 고려했을 때 선뜻 택하기 힘든 방안이라고 판단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 전술핵 재도입이나, 독자 핵무장 등을 주장하고 심지어 ‘선제 타격’ 등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의 두 가지 방안은 미국의 세계적 전략과 충돌할 뿐만 아니라, 개방 경제체제라는 현실과 국제적 상식에 부응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자멸의 길이기도 하다.

핵실험

북한이 실시한 지하 핵실험과 유사한 수평 핵실험 광경.(자료사진)

그리고 ‘선제타격론’ 등은 군부의 무책임한 호전적 발언일 수는 있을지언정, 전술적으로도 채택하기 힘든 정책이다(자세한 까닭은 3차 핵실험 자체의 전략적 함의를 밝히는 다음 단락에서 밝히고자 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제대로 된 실효성 있는 대응, 올바른 대응이 되기 위해서도 이번 핵실험 자체의 전략적 함의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

3차 핵실험 자체의 전략적 함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핵실험을 통해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하고, 다종화된 핵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되었다고 밝혔다.

소형화, 경량화의 경우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핵탄두의 중량과 크기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의 발사에 이미 성공한 상황에서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능력까지 갖추었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을 사정거리에 넣은 핵미사일을 발사할 능력을 갖췄다는 함의다. 물론 수소폭탄도 아니고, 다량의 탄두 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것도 아니기에 이른바 ‘2차 타격능력(상대의 1차 타격에서 살아남아 반격을 취할 능력)’을 갖춘 것이 아니어서 미국에 실제로 위협이 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기는 하다.

다종화의 경우, 핵물질의 종류와 핵무기 기폭장치를 다양화했다는 뜻으로 특히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의 핵실험 가능성을 비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핵실험이 기존 플루토늄이 아닌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것이라면 그 전략적 함의가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우선, 플루토늄의 경우 영변에 있는 재처리 시설이 거의 불능화되어 약 40kg 정도의 제한된 용량을 가지고 실전화 등에 소요할 수밖에 없는 반면,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고농축우라늄은 매년 상당한 양(약 40 kg)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루토늄의 경우 원자로가 있어야 되는 반면, 원심분리기의 경우 지하 동굴이나 이동 시설 등에 은닉 가능해 선제 타격 등 물리적 대응의 성공 여부 및 그런 정책의 채택 가능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때문에 한국 합참의장 등이 선제 타격 운운할 때, ’94년 당시 영변 폭격을 적극 추진했던 미국의 페리 전 국방장관 등도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바 있다.

한편,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 대해 과거처럼 협상의 지렛대로 삼기보다는 ‘억지력’ 또는 ‘보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들이 있다. 과거 핵실험이 부시 행정부 등의 자신에 대한 위협과 무시 전략에 대한 방어 전략 혹은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반면, 이번 핵실험은 적어도 수세적 방어 전략의 일환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협상 자체를 부정한다기 보다는 협상의 주요 내용과 성격 자체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즉, 기존에는 9․19공동성명 이후에도 주로 비핵화에 치중하는 6자회담만 전개되었다면, 이제 비핵화 회담은 없고 평화회담만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등에게 평화체제에 대해 본격 논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만약 이런 담판에 응하지 않겠다면 자신들은 핵능력 강화의 길을 계속 갈 것이고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이 제고되는 한편, 미국과의 동맹에 안보를 의지하는 한국에 근본적인 안보 위협을 초래할 것임을 경고함으로써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는 것일 수 있다.

3차 핵실험 이후의 상황 전망과 진보진영의 대응

장거리 로켓에 대한 유엔 안보리 2087 결의안에서 “북한의 추가 발사 또는 핵실험이 있을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19항)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 당국 등은 당분간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 조치를 담은 결의안 성사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헌장 7장 즉 무력 공격에 대한 자위적 대응으로서의 군사 공격은 가능성이 낮고, 금융과 해상 운송에 대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 적용을 강화하려고 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

물론 안보리 등의 이런 제재에 대해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다시 자신의 물리력을 과시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1차 핵실험 이후처럼 미국의 노선 변경과 북-미 및 6자 회담의 합의 진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나, 2차 핵실험 이후처럼 서해상의 물리적 충돌과 미-중 갈등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국내 및 국제사회의 일치된 핵실험 자체 요청에도 불구하고 끝내 강행하고 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에 상황 악화 방지를 호소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

냉정하게 보자면 북한은 이미 자기 패를 던진 것이다. “통 크게 협상할래, 아니면 이대로 내버려둘래?” “당신들이 적극적 협상에 나서지 않아도 우리는 급할 것 없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미국에 의해 실질적인 핵 보유국가로 인정받을 것이다.”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 같은 상황에서 당장 미국 등이 현실을 인정하고 대화로 전환하기는 힘들고 상당 기간 밀고 당기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아니 양측의 군부 등 강경파를 중심으로 한 호전적 언사와 강경 대응의 악순환 속에 서해 등에서 국지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그러나 2010년 서해를 배경으로 한 충돌과 긴장 격화가 2011년 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듯이, 현재 상황이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이라고 보는 것은 오버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긴장과 제재의 국면 속에 고통 받는 이들은 분명히 있으며, 노약자 등 북한의 인민과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 남한의 민중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당분간 복지 확대를 공세적으로 요구하기는커녕, 긴장 분위기 속 공약을 어물쩍 넘기려는 수구보수층의 역공이 전개되는 한편, 정권도 이에 편승해 공약의 상당 부분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있다. 냉전 시절의 적대적 의존 관계가 재연되고 그 부담은 오롯이 남북한의 서민과 인민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오바마 2기, 한국의 새 정부 들어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에 모처럼 숨통이 트이거나 새로운 전환이 모색될 가능성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핵실험에 대해 미, 중. 러에 대해 사전 통보하면서 한국에는 일언반구 없었다. 남북 간 신뢰의 부재는 6․15와 10․4선언을 무시한 이명박 정부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으나, 신뢰의 부재를 만천하에 공표하고 신뢰 회복 자체도 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 당국이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해 자주적이고 북한에 대해서는 화해․협력 정책을 전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일 수 있다. 오히려 현재의 상황에서는 북한 미사일-핵 능력에 대응하는 미국의 MD 동참 압력이 거세지고, 미-중 간에 상대적 균형 정책을 취하려던 박근혜 정부의 구상도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속내가 어떠하든 진보진영으로서는 현 국면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능동적 대응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핵실험 자체에 대한 성격 규정 혹은 입장을 내는 것은 결국,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된 정치적 대응을 위한 일환이다.

다음의 내용 등을 국회 결의안 채택 등 정치적 대응의 국면에서 주장하고, 합리적 대응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 그것을 통해 한․미 등 관계 당국의 올바른 정책 전개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첫째, 제재와 물리력 과시의 악순환을 피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달성은 오로지 통 큰 전략적 결단에 입각한 대화밖에 없다는 것.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결단을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한국, 중국 등 모든 유관 당국이 내리고 실행할 것.

둘째, 9․19공동성명 당시보다 훨씬 강화된 북한의 핵 능력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2․13이나 10․3 등 기존 합의를 뛰어넘는 구체적 합의를 추구하되, 단지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뿐만 아니라 평화체제를 논하는 4자 평화포럼 등을 병행해 전개할 것.

셋째, 선 비핵화 대 선 평화체제의 밀고 당기기 속에 시간만 허비될 가능성이 높고 그 짐은 오로지 민중과 인민의 몫이라는 것. 민중의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관계 당국은 상황 악화 방지에 나서고, 특히 남한 당국도 능동적 해결자로 나설 것. 박근혜 당선인 등도 북핵 불용 등의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대화의 촉매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

특히 제재를 주도하거나 핵 문제에 모든 것을 종속시키지 말고, (제재의 대상이 아닌)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 그것이 오히려 핵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를 상대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을 것 등이 그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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